함께 신앙을 증거하고 함께 나란히 누워있는 시누이와 올케 순교자
배티에 교우촌이 형성된 것은 1820∼1830년대 무렵이었다. 병인박해는 배티 인근의 모든 교우촌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기록상 이 지역 출신이거나 거주자로서 1866∼1868년 사이에 체포되어 순교한 신자들은 모두 29명에 이르는데, 이들의 거주지가 바로 배티, 발래기, 지장골, 동골, 용진골, 정삼이골, 굴티, 절골 교우촌들이였다. 배티 골짜기에는 순교자들의 무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으며, 그중에는 무명 순교자들의 무덤들이 섞여 있다. 그래도 백곡 공소의 두 순교자는 자세한 배경이 전해지지 않지만 이름은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백곡 공소 내에는 병인박해 당시 배티 성지 너머 잿님골에서 치명당한 밀양 박씨 바르바라와 그의 시누이 남원 윤씨 바르바라의 묘가 공소 입구 오른쪽에 나란히 모셔져 있다. 이 두순교자는 서로 시누이 올케지간으로 함께 신앙을 증거하고 묘도 같은 곳에 정겹게 함께하고 있다. 후손이 현재 평택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유해는 1977년 이곳으로 이장되었다.
백곡 공소는 예로부터 깊숙한 산골로, 찾는 사람이 적었고 안성으로 넘어가는 도로가 말끔히 포장된 지금도 인적이 드문 곳이다. 이 지방은 천혜의 피난처로 박해 때 수많은 교우촌이 형성되었던 곳이다. 충북 진천군과 충남 천안군 그리고 경기도 안성군이 경계를 이루는 삼각점에 위치한 이 지역은 우선 그 지세가 험해 비교적 박해의 찬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위치가 각 지방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하여 교통이 편리했기에 박해 시기 은밀한 연락이나 밤을 틈탄 도주가 용이했던 것이 교우촌이 형성되기에 아주 적합한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백곡 공소를 찾는 순례자들은 순교자들의 자취가 풍부하게 남아 있는 배티 사적지를 함께 둘러보게 된다. 배티 사적지는 최양업(崔良業, 1821~1861, 토마스) 신부가 머물며 사목 활동을 했던 공소터, 안성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모셔진 무명 순교자 묘 그리고 기념 성당과 야외 제대, 14처 등 마음을 가라 앉히고 순교자들의 숨결에 젖어 들 수 있는 사적들이 풍성하다.
▒ 백곡 공소 순교자 배경
백곡 공소 앞에는 2기의 순교자 무덤이 나란히 안장되어 있다. 왼쪽이 올케인 ‘밀양 박씨 박 바르바라’의 무덤이고, 오른편에 있는 것은 ’남원 윤씨 윤 바르바라‘의 무덤이다. 본래 배티 뒷산 성재의 무명 순교자 묘역(현 6인 묘역) 안에 위 아래로 나뉘어 안치되어 있었는데, 오랫동안 잃어버린 것을 1970년 초 후손들이 다시 찾았다.
남원 윤씨 집안은 본래 홍주에서 살다가 21세 손인 윤행윤 때에 박해를 피해 배티 골짜기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병인박해를 당해 행윤의 손자 며느리인 밀양 박씨 바르바라(1827년생, 23세 손 윤태명 요셉의 부인)와 손녀 윤씨 바르바라가 함께 체포되어 신앙을 굳게 증거한 뒤 매를 맞아 순교하였으며, 그 시신은 가족들에게 거두어져 배티 성재에 안장되었다. 집안에서 내려오는 이들의 순교일은 1866년 10월 20일이다.
행윤의 아들이자 순교자 윤 바르바라의 부친 윤기현(바오로, 1794년생)과 부인 강릉 김씨(루치아, 1801년생)는 병인년 박해를 피했으나 다음 해 체포되어 부인 먼저 1867년 8월12일 순교하였고, 11월 15일에는 남편 바오로도 순교하였다. 부인 루치아의 묘는 무명 순교자 14인 묘역 중 가장 아래에 있는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순교자 바오로의 묘는 목천 성거산 아래에 모셔져 있다.
○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이시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이시여,
● 우리 교회 내 모든 가정 주부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나의 낙엽에는 (백곡 공소에서) <김영수> ▒
숨어서 하늘 속삭이다
마지막 뜨거운 기도 한 줄로
생명 이룬 시누이와 올케
여기 나란히 누어
땅을 깨우고 있습니다
나를 깨우고 있습니다
하늘에는 흰 구름들 몸 붉게 설레고
나는 무덤가 낙엽 하나 줍습니다
나의 낙엽에는
너무나도 가벼운 삶이 얹히는데
나는 마지막 떠나면서
무엇을 물 들일 수 있을까요
날이 곧 어두워지면
골짜기는 안으로 불 밝힐 것이고
언덕에는 가득히 이슬이 내려
새벽을 적실 것입니다
그 때엔 나도 뜨거운 소망 하나로
사뭇 골짜기를 달려
그 사랑에 닿을 수 있을까요
무덤의 십자가에는
짧고도 영원한 노래가 흐릅니다
■ 찾아가는 길
■ 순례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