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거주자 특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하고 그에 맞는 기능성을 띠게 된다. 건축주 직업, 나이, 가족 구성원, 취향 등에 따라 집은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변모하기 마련이다. 칠곡 125.4㎡(38.0평) 황토집은 나이 지긋한 건축주를 배려해 편리함에 초점을 맞췄다. 주요 생활공간인 안방, 거실, 주방을 최단 거리로 묶고 특히 황토집임에도 편의를 고려해 주방을 현대식으로 꾸몄다. 건축주는 전에 비해 집안일이 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건축정보 · 위 치 : 경상북도 칠곡군 동명면 송산리 · 대지 면적 : 1386.0㎡(420.0평) · 연 면 적 : 125.4㎡(38.0평) · 건축형태 : 단층 목구조 황토집 · 외부마감 : 황토벽돌 조적 후 황토미장 · 내부마감 : 닥나무 한지 · 바 닥 재 : 강화마루 · 지붕마감 : 한식기와 · 난방형태 : 기름 장작 겸용 보일러, 구들 · 식 수 : 상수도 · 설계 및 시공 : 동남주택건설 054-634-3454 www.dongnamhous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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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있던 농가주택을 헐고 새로 지은 집이다. 춥고 불편했던 이전 집을 경험했던 터라 건축주는 무엇보다 생활에 편리한 집을 지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이를 생각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이 두 가지를 충족해 준 것이 바로 황토집이다. 넓은 마당을 안았기에 정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지만 집과 마찬가지로 관리가 편해야 했기에 손이 자주 가는 꽃 종류는 제외하고 잔디와 나무로만 구성했다. 단출한 모습이지만 이렇듯 건축주의 많은 고민과 생각이 깃든 집이다.
할머니들에게 소소한 얘깃거리였던 집 짓기 정원 모퉁이 텃밭 앞으로 육각 정자가 놓였다. 건축주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정자에 앉아 과일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했다. 이전에는 정원이라 할 것도 없이 썰렁한 땅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작은 정자에서 농사일로 지친 몸을 달래는 시간이 몹시 즐겁다고. 그래서 날이 좋을 때면 집 안이 아닌 이곳에 자리를 편다. 대문 없이 자갈을 깐 주차장이 바로 나타나는 집은 프라이버시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뒤로는 낮은 산이 버티고 있어 다행이지만 앞과 양옆은 외부 시선에 무방비 상태다. 앞집에서도 옆집에서도 막힘없이 현관이 보일 정도다. “이곳 토박이다 보니 다 알지요. 젊은 사람도 없고 늙은이들끼리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얼굴 맞대고 살았는데 감출 게 뭐 있나요. 그냥 있는 대로 보이는 대로 그렇게 사는 거지요.”담이 없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돌아온 건축주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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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너머에서 밭을 일구던 할머니 두 분이 어느새 오더니 “사진 찍으러 왔어요?”한다. 건축주가 한 분은 앞집에, 또 한 분은 옆집에 거주하는 분이라면서 소개를 시켜주자 “늘그막에 좋은 집 지었다”며 연신 칭찬이다. 한 분은 “우리 집 옥상에 가면 이집이 다 보인다”며 안내까지 해준다. 집은 몇 달간 할머니들 사이에서 소소한 얘깃거리였다고 한다. 참견 아닌 참견도 하게 되고 타지에서 온 인부들에게 고생한다며 내놓은 막걸리 한 사발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계기가 돼 주기도 했다. 집을 다 짓고 사람들이 막상 떠나자 허전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그 재미가 얼마나 쏠쏠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동 편의를 위해 복도를 없애다 현관 바로 좌측에 안방을, 우측에 거실을 배치하고 거실과 연결된 뒤로는 주방/식당을 놓았다. 이렇게 주요 생활공간이라 할 수 있는 안방, 거실, 주방/식당을 한데 묶은 것은 건축주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복도를 만들어 실 입구를 감추지 않고 거실로 바로 향하게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타 주택은 작게나마 복도를 둬 문을 거실 시야에서 감춰놓는 것이 일반적이나 고성 주택은 이를 피한 것이다. 다용도실 또한 주방에서 바로 연결시켜 많이 이동하지 않더라도 드나들 수 있도록 하고 공용 욕실 외에 안방 욕실도 따로 둬 편의성을 강조했다. 거실은 서까래, 보 등을 그대로 노출해 자연미를 불어넣는 한편 전면 큰 창과 어우러져 개방감이 살아나게 했다. 그리고 현관 우측, 거실과 면하는 부분에 낮은 목재 가림막을 설치함으로써 거실 시야를 차단하면서 벽으로도 활용하는 효과를 얻었는데 시공사의 재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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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완공되자 건축주는 이웃 할머니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과정을 줄곧 지켜봤지만 그래도 이렇게 그럴싸한 집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한다. 둘만 남게 되자 건축주는 좋은 기분을 내색하지 못해 한동안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한동안 어깨를 으쓱하고 다녔을 건축주를 생각하니 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글 · 사진 홍정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