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생으로 아흔이 된 이 프랑스 노신부의 이름 앞에는 '프랑스 최고의' 혹은 '금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공동체 '엠마우스'의 창시자이며 프랑스에서 7번이나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선정된 그에 대한 애정의 표시이다....<단순한 기쁨>은 이 아베 피에르 신부의 자전적 회고가 담긴 에세이집이다. 평범한 소년에서 신부로, 레지스탕스로, 국회의원으로, 엠마우스의 아버지로 자리바꿈해온 일생을 회고하며 '더불어 사는 기쁨'을 고백하는 평안한 목소리에는 가장 회의적인 사람조차도 발목을 잡힐 것 같다.
쫓기는 유대인에게 신발을 벗어주고 맨발로 눈길을 걸어오는 사람, 누군가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레지스탕스에 참가한 사람, 동정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나눔을 통해 '살아야 할 이유'을 안겨주는 사람. 인간적이면서도 강한 그 모습에는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표현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는다. 그리고 그의 철학은 상식적이어서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그는 가톨릭 사제이지만, 피임을 부정하는 '비현실적인' 권고를 따끔하게 쏘아붙인다. 종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처입은 독수리들', 인간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피에르 신부는 사르트르와 까뮈 등 '절망의 교사들'과는 정반대의 인생관을 설파한다.
그는 '부조리와 신비' 중에서 삶을 '단순한 기쁨'으로 채워주는 것은 신비라고 말한다. 삶은 어렵고 사람들은 악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 희망이 숨겨져 있다는 신비한 이치를 굳게 믿는 것 말이다...'타인은 지옥이다'라고 사르트르는 썼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 반대라고 확신한다. 타인들과 단절된 자기자신이야말로 지옥이다. '너는 홀로 족하기를 원하며 살아왔다. 그러니 홀로 족하거라!' 그와 반대로 천국은 무한한 공감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아베 피에르 (Abbe` Pierre) -
1912년생에 태어났다. 열아홉에 카푸친 수도원에 들어가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전후에는 국회의원을 지냈다.
1949년 자신의 집을 엠마우스(Emmaus)라 이름짓고 부랑자와 빈민들의 안식처로 활용했다. 이 엠마우스 운동은 세계 44개국에 350여개의 단체를 둔 세계적 빈민구호 공동체가 됐고 피에르 신부는 '프랑스인들이 꼽는 금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로 일컬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