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행위를 지상 최대 행복중 하나로 여기는 게릴라 인지라 ㅋㅋ아르헨티나 음식을 찾아 보았어요.
먹거리의 자급자족은 정말 중요해요.몸과 마음의 건강을 수호하는 으뜸이죠.
풍부한 자원과 땅고가 있는 나라..그러나 군부독재 지대의 후유증은 오래 가는듯 합니다.
우선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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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소고기를 가장 사랑하는 나라. 나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육점인 덕에 소고기만큼은 원없이 먹을 수 있다.
인구에 비해 굉장히 넓은 편인 땅덩어리를 활용해 밀 농사나 소와 양의 방목으로 얻어진 밀가루와 쇠고기, 양고기를 자급하다 못해 외국에 수출할 정도로 농목업 분야에서는 여전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넘쳐나는 이런 먹을 자원(?)이 돈이 안되어서인지 아르헨티나 정부에서 농민들이나 축산 농가에 각종 세금을 계속 받고 지원책을 줄여나가고 있어서 이들의 반발도 극심하다.
음식값이 얼마나 싸냐 하면 질 좋은 소고기의 인기많은 부위(등심, 안심)를 마트에서 구매하게 되면 300g에 3000원이 채 안된다. 수입육도 100g에 4,000원이 넘는 한국보다 10배 정도 고기 값이 싸다. 물론 파리야(parrilla) 같은 고기구이 전문 식당에서 사먹을 때는 이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대개 안심이나 등심 같이 비싼 부위라도 1인분에 11,000원을 넘지 않는다. 심지어 곱창, 신장, 췌장 등 내장이나 초리소(소시지)와 모르시야(순대) 같은 것은 쌈마이한 부위 취급받아 1인분이 800~2,000원 정도다.
파리야는 원래 아르헨티나 초원에서 가우초(카우보이)들이 소나 양을 도살한 뒤 즉석에서 구워먹던 아사도(asado)[2]가 도시로 넘어오면서 변형된 것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같은 대도시에서는 번듯한 레스토랑급에서부터 그냥 골목에 좌판처럼 차려놓은 소박한 함바집 식당풍 가게까지 다양한 파리야를 찾아볼 수 있고 시장의 간이 식당이나 뷔페에도 거의 대부분 갖춰져 있다. 다만 쓰는 고기 종류는 아무래도 본격적인 레스토랑급 파리야가 더 다양하고, 좌판 식당풍 파리야에서는 LA 갈비(tira de asado)나 옆구리살(vacío) 같은 저렴한 부위와 닭고기나 내장, 초리소, 모르시야 정도만 갖추고 있다. 하지만 소갈비도 돈 없어서 못먹는 동아시아 반도 국가 주민들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다 아르헨티나식 쇠고기 부위 분류는 다른 나라와 좀 차이가 있는 편인데, 대충 안심은 로모(lomo), 등심은 비페 데 초리소(bife de chorizo), 꽃등심은 비페 데 오호(bife de ojo), 엉치살은 콰드릴(cuadril), 배 부위의 더럽게 질긴 살코기는 마탐브레(matambre)라고 부른다.
이처럼 양질의 고기가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다보니 아르헨티나 국민들 상당수가 거의 매일 반 근 이상의 쇠고기 요리를 먹고 있어서 1인당 1년 쇠고기 소비량이 100kg이 넘는다. 이 통계대로라면 평균 성인 남자 기준으로 9개월 동안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쇠고기를 먹는 셈. 참고로 에콰도르나 주변 여러 나라도 식료품이 싼 것은 똑같으며 쇠고기는 알아주게 잘 먹을 수 있다고 교포들이 증언하기도 한다. 쇠고기는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저렴한 편이지만, 염소나 양고기의 경우 주산지인 남부 파타고니아 외의 지역에서는 다소 비싼 편이고 돼지고기도 부위 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쇠고기보다 대체로 비싼 편이다.
다만 해산물 요리는 이웃 칠레와 비교하면 많이 후달리는 편으로, 연어나 다랑어, 명태, 송어, 광어 등 메이저급 외의 생선은 식당에서 어종도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워낙 쇠고기를 비롯한 육류가 구하기 쉽고 저렴해서인지 해산물 전문 식당도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대체로 생선을 통으로 혹은 뼈를 발라낸 필레로 굽거나 튀기거나 지져서 먹으며, 야채 등을 넣고 카수엘라(cazuela)라는 이름의 스튜로도 만들어 먹는다. 일본 요리가 도입되면서 연어 등을 주재료로 만드는 초밥이나 회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서히 보급되고 있다. 다만 홍어는 여전히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 과거 아르헨티나나 칠레의 어부들은 홍어를 잡으면 죄다 모아다가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나중에 한국인들이 홍어를 즐겨먹는다는 사실을 알아내자 거의 공짜로 주다시피한 가격으로 한국에 수출했다. 마리 당 50원 정도 선에서 거래된다.
밀가루도 엄청나게 싸다보니 빵값이나 과자값도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싸서 시장 골목의 허름한 대중 식당에서 요리 하나만 시켜도 서너 종류의 빵을 담은 큼지막한 광주리가 기본으로 깔린다. 과일과 유제품도 마찬가지여서 외지인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켰을 뿐인데 쿠키나 비스킷 두어 조각과 탄산수, 직접 짠 오렌지주스까지 '기본으로' 나오는 걸 보고 충격과 공포를 느끼는 경우도 적잖다. 빵과 커피로 때우는 유럽식 아침식사의 전통 때문인지 카페 등에서 제공하는 아침 메뉴는 흔히 메디아루나(medialuna)라고 불리는 크루아상 두세 조각과 버터, 후술할 둘세 데 레체, 커피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 햄과 치즈를 넣은 토스트가 더해지기도 하며, 아예 메디아루나와 도넛, 여러 종류의 페이스트리를 종류 구분 없이 개수에 따라 계산해 먹는 팍투라스(facturas)로 아침을 제공하기도 한다.
커피 외에 마테도 상당히 유명한데, 이웃 우루과이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소비 시장을 갖추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은제 잔 혹은 유리잔에 마테 찻잎과 뜨거운 물을 부어 우린 뒤 은제 빨대를 잔에 꽂고 서로 돌아가며 마신다. 다만 이런 방식은 간접키스를 동반하고 위생 상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어서 개인 별 잔과 빨대를 갖추고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마테 외에 홍차나 녹차 등 다른 차의 소비는 그다지 많지 않아서, 카페에서 이들 차를 주문하면 그냥 시판품 티백을 넣은 찻잔을 내오는 경우가 많다.
아르헨티나의 국민 스프레드로 둘세 데 레체(dulce de leche)가 있는데, 우유에 설탕을 넣어 갈색이 될 때까지 약한 불에 졸인 일종의 캐러멜이다.집에서도 곧잘 만들어 먹을 정도로 대중적이고 집집마다 고유의 조리법이 있는 곳도 있다. 물론 시판품으로도 여러 종류가 팔리고 있고, 쿠키 사이에 둘세 데 레체를 발라 겹친 알파호르(alfajor) 역시 아르헨티나의 대표 과자로 손꼽힌다. 다만 둘세 데 레체는 아르헨티나에서만 먹는 것도 아니고 남미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2000년대에 이웃 칠레에서 둘세 데 레체를 자국 전통 음식으로 지정하자 아르헨티나인들이 피꺼솟해서 항의하기도 했다. 부심
대체로 아르헨티나 요리는 스페인어권 국가임에도 스페인 보다는 이탈리아 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을 받는데, 실제로 19~20세기 동안 이탈리아 이민을 많이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식생활과 요리가 자연스럽게 도입되었다. 파스타도 일상식으로 많이 먹고, 얇게 저민 쇠고기나 닭고기, 생선살에 빵가루로 만든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밀라네사(milanesa)도 대중적인 음식이다. 특히 저민 고기 사이에 햄과 치즈를 넣고 튀겨내 토마토 소스를 얹어주는 밀라네사 나폴리타나(milanesa napolitana)가 인기가 있다. 밀라네사 역시 이탈리아 밀라노가 원조로, 오스트리아와 독일로 넘어가면서 슈니첼이, 스페인으로 넘어가면서 산 하코보가, 프랑스로 넘어가면서 코르동 블뢰가 되는 등 유럽 각지에 수많은 변종이 있다. 피자 역시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음식으로, 대도시 곳곳에 조각 피자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피제리아가 있다. 다만 이탈리아식 피자 대부분이 그렇듯 토핑은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 양파 등으로 단순한 편이다.
물론 스페인 요리의 영향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밀라네사와 함께 국민 간식으로 유명한 만두 비슷한 음식인 엠파나다(empanada)도 갈리시아 지방의 특산 음식이었던 것이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의 식민지에 퍼진 이래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보통 밀가루 피에 다진 쇠고기를 양파 등으로 양념한 것을 속으로 채우고 반달 모양으로 접어 오븐에 구워서 만드는데, 이외에도 치즈나 올리브, 으깬 호박, 옥수수, 생선, 버섯 등 다양한 속재료를 쓰기도 하고 둘세 데 레체나 모과와 비슷하게 생긴 과일인 마르멜로의 과육을 설탕에 졸인 둘세 데 멤브리요(dulce de membrillo) 등을 넣은 디저트용 엠파나다도 있다. 스페인식 오믈렛인 토르티야(tortilla)도 대중적이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아르헨티나식 토르티야는 자기들 것처럼 감자와 달걀이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않고 따로 논다고 까기도 한다(...).
아이스크림도 남미 국가들 중에서는 맛과 품질 모두 최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고 값도 마찬가지로 싸서 아이스크림 체인점들에서는 250g 기준으로 2,000~3,500원 정도에 판다. 참고로 250g 용량은 한국 배스킨라빈스 31에서 5,400원인 더블 레귤러(230g)와 7,200원인 파인트(320g) 사이. 아르헨티나인들은 남미에서 가장 아이스크림을 많이 소비하는 걸로도 유명해서, 한국에서 중국집에 짜장면이나 짬뽕 등을 배달시켜 먹듯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킬로그램 단위로 배달 주문을 할 정도다. 이 때문에 웬만한 아이스크림 가게들은 배달용 스쿠터나 오토바이를 갖추고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맛도 다양한데, 아르헨티나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상술한 둘세 데 레체맛과 그 바리에이션이 있다. 견과류나 초콜릿, 둘세 데 레체 등의 토핑도 웬만해서는 추가 요금 부담 없이 달라는 대로 뿌려준다. 또 코셔 푸드를 먹어야 하는 유대인들을 위해 아이스크림마다 코셔 인증을 받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표기해 놓고 있고, 글루텐 알레르기 증상인 셀리악병 환자들을 위해 글루텐 함유 여부를 병기해 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넓은 땅에 곡물과 여러 식량 자원이 넘쳐나는데도 빈부 격차가 극심한 나라라는 것은 여전해서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가 아르헨티나처럼 풍요로운 자원과 먹을 게 넘쳐났다면 나는 선진국은 아니라도 적어도 지금의 아르헨티나처럼 개판으로 만들지 않았을 거다"라고 비아냥거린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