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동결자금 문제 해결된다... 무역업계, 대이란 수출 재개 기대감
▲이란 외무부 "한국 은행들에 동결된 자산 해제 중" 발표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 문제의 매듭이 4년여 만에 풀리면서 수출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수감자 교환 협상에서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하는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 국영 통신인 IRNA는 10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교환 협상에서 됐다고 전했다. 이후 미국 백악관은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돼 가택연금에 들어간 것으로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 내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있는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9조2000억 원) 규모의 돈이 동결돼 있다.
이란은 2010년부터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한 원화 계좌로 한국에 대한 석유판매 대금을 받고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대금을 지불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 복원의 일환으로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이 계좌가 2019년 5월 동결됐다.
이란핵협정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것이다.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6개국이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시 대통령은 핵협정이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에 미흡하다고 주장하며 핵 합의를 탈퇴했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복원했다.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 석유 결제금 문제가 핵 협상과 얽히면서 양국 관계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했다.
이란은 서방의 제재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외 교역 악화와 자국 리알화 가치 하락 등 경제적 어려움이 컸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제재로 외국에 동결된 자금을 회수하는데 총력을 기울였고 한국에 동결된 자금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란은 핵 합의 복원 협상과 상관없이 동결자금을 풀어달라고 한국에 꾸준히 요구해왔다.
특히 2020년 6월에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한국이 이란에 대해 기본 상품, 의약품, 인도주의 물품을 사기 위한 중앙은행 자원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며 동결자금 해제를 촉구했다.
2021년 1월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항행하던 한국케미호와 선원을 나포했다가 약 석 달 만에 풀어줬는데 당시 원화 자금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정부도 그동안 JCPOA 관련국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작년 초에는 외교부 1차관이 JCPOA 복원 협상을 진행된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해 참가국 대표들을 만나기도 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동의 주요 교역상대국이었던 이란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동결자금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이란 핵협상에 가시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한동안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지만 올해 미국이 이란과 물밑에서 핵협상을 진행하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올해 6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12월 뉴욕에서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석방 및 핵협상 재개를 위한 고위급 논의가 시작됐고 이후 백악관 관계자들이 추가 접촉을 위해 최소 3번 오만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연도별 대이란 수출입 추이(파란색 수입, 오렌지색 수출. 단위=천 달러) 출처=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이란 수출은 지난 2000년 13억7536만 달러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2012년 62억5653만 달러까지 늘었으나 이후 감소세로 접어들었으며 국내 이란 계좌가 동결된 2019년에는 2억8200만 달러 수준으로 격감했고 올 상반기에는 8467만 달러에 그쳤다.
무역업계는 이란 동결자금 문제가 완전히 해소될 경우 대이란 수출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에 중장비를 수출해온 N사 관계자는 “그동안 이란 거래업체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 등 관계를 이어오며 대이란 경제제재가 풀리길 기다려 왔다”며 본격적인 마케팅 준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이란 수입도 2011년 113억5800만 달러에 달했으나 이후 격감했고 2020년부터는 1억 달러 수준으로 내려갔다.
출처 : 주간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