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억울한 불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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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시기 동안 우리는 인쇄나 방송매체 등을 통해 불가사리에 대한 보도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그림이 스쿠버 다이버들이 연안에서 잡아 올린 불가사리를 발 아래 펼처 두고 전쟁에서 개선한 장수들 마냥 의기양양하게 기념 촬영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바다의 해적', '천적이 없는 포식'자 등의 무시무시한 수식어가 붙어지며 불가사리는 바다에서 없어져야 할 나쁜 종족으로 자리 매김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불가사리는 어민들이 채집하는 수산자원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불가사리를 무차별적으로 포획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 또 불가사리는 인류에게 백해무익하기만 할까요 ? 결론부터 말하면 'NO' 라고 할 수 있습니다. Star fish 또는 Sea star로 불리는 불가사리는 극피동물문 불가사리강에 속하는 해양 무척추동물이며 세계적으로 1800여종, 국내에는 10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중 우리나라 해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캄챠카와 홋까이도지역에서 건너온 아무르불가사리와 토착종인 별불가사리, 거미불가사리, 빨강불가사리 등의 4종류입니다. 이중 해양생물을 무차별적으로 잡아 먹어 어민들의 시름을 깊게 만드는 종은 아무르 불가사리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종은 해양오염을 막아 주는 순기능적인 역할도 합니다. 그럼 아래의 분류를 통해 아무르 불가사리와 다른 불가사리의 차이를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
* 아무르 불가사리
우리나라에 퍼져있는 불가사리 중 가장 악명을 떨치는 것이 전형적인 육식성 불가사리인 아무르불가사리입니다. 혹시 물 속에서 이놈을 볼 기회를 가진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실로 소름 끼칠 정도의 크기에(큰놈은 길이가 40cm에 이르는데 물 속에서는 실제보다 25%정도 더 크게 보인다.) 희거나 누르스름한 몸체위에 푸른 점 무늬가 새겨져 있는 징그러운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쪽에 있는 캄챠카 반도나 홋까이도 등 추운 지방에서 전파되어온 영향으로 수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이 되면 움직임이 활발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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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불가사리는 여타 불가사리와 마찬가지로 조개류를 포식할 때 다섯 개의 팔로 조개를 감싼 후, 팔 밑에 무수히 붙어 있는 관족을 꽉조여 조개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합니다. 조개가 불가사리의 쪼이는 힘을 견디지 못하여 입을 조금이라도 벌리면 불가사리는 그 틈새로 위장을 밀어 넣습니다. 조개 몸속으로 밀고 들어간 불가사리의 위장은 조갯살을 녹여먹기 시작하는데 잠시후 조개는 껍질만 남게 됩니다. 일단 아무르불가사리 떼가 한번 지나간 곳에는 살아남는 조개가 남아 나지 않을 정도여서 말 그대로 싹 쓸고 지나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험결과에 의하면 성숙한 아무르 불가사리 한 마리가 하루 동안에 멍게 4개, 전복 2개, 홍합 10개를 거뜬히 먹어치운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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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불가사리 팔 밑에 무수한 관족이 달려 있습니다. 불가사리는 이 관족의 힘으로 이동을 하며 조개등의 껍질을 벌립니다. |
아무르 불가사리를 뒤집자 불가사리가 위험을 느끼고 관족을 팔속으로 모두 거두어 들였습니다. |
아무르 불가사리가 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불가사리는 이 위장을 관족이 벌려준 조개껍질의 틈사이로 밀어넣어 조갯살을 녹여 먹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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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인 아무르 불가사리가 우리나라 연안 뿐 아니라 전세계에 급속도로 퍼지게 된 것은 아무르 불가사리의 특이한 이동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무르 불가사리는 강한 관족의 힘으로 1분에 1m 정도 이동할 수 있는데 자신이 있는 곳에서 더 이상 먹이감을 찾지 못하면 몸에 공기를 채워 부력을 맞춘 후 조류를 타고 먼 거리로 이동한답니다. 특히 알에서 깨어나 플랑크톤 상태일 때는 물 속을 떠다니다가 자기가 살기에 적합한 곳에 이르러서야 변태를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르 불가사리가 전세계 해역으로 퍼지게 된 것은 선박의 활발한 이동에도 기인하고 있습니다. 선박은 자체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하물을 내리는 항구에서는 바닷물을 채우고, 하물을 싣는 항구에서는 바닷물을 버리기를 반복하는데 이때 아무르 불가사리 플랑크톤들이 바닷물과 함께 선박으로 들어와 전 세계로 전파됩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UN과 국제해양기구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 시 심각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는 것을 10개 정해두고 있는데 여기에는 적조, 콜레라 등과 함께 아무르 불가사리가 포함됩니다. |
* 별 불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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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불가사리는 토속종으로 윗면이 파란색에 붉은 점이 있고 배쪽은 빨간색을 띄고 있습니다. 불가사리들은 먹잇감이 떨어지면 같은 종족끼리도 잡아먹는데 여름철 아무르불가사리의 움직임이 둔해질 때 이들을 공격하기도 한답니다. |
* 거미 불가사리와 빨강 불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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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불가사리 |
빨강 불가사리 |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제주연안에서 많이 발견되는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류는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불가사리라 할 수 있습니다. 제주 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들은 조개류를 전혀 공격하지 않고 물 속에서 부패한 고기와 유기물만을 먹이로 섭취한다고 합니다.
이들의 습성은 육지에서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을 옥토로 만드는 지렁이에 비유될 정도로 해양환경에 유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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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사리의 약용연구 앞에서 불가사리라 해서 모두 우리의 어족자원을 해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불가사리가 어민들의 재산에 큰 피해를 준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결국 불가사리를 잡아내긴 해야 하는데 문제점은 일일이 인간의 손으로 잡아내야 한다는데 있습니다. 영세한 양식장이나 연안에서 불가사리를 잡기위해 위해 다이버를 고용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이에 불가사리를 식용 또는 약용으로 쓰자는 연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몸에 좋다면 개똥도 귀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불가사리가 약용으로 개발만 된다면 불가사리 구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될 법도 합니다. 현재 불가사리에 대한 약용 연구는 국내외 연구진에 의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불가사리를 통해 항암제가 개발되기도 하며, 불가사리 팔이 잘렸을 때 절단 부위가 감염되지 않고 새로운 팔이 재생하는 생물학적 특성에서 착안한 미국 애팔래치안 스테이트의 생물학교수 엘렌스트랄 박사는 거미 불가사리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감염 저항 박테리아를 분리했다고 발표했습니다.이는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