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문곡 최상섭
계절을 시샘하는 비가 여름의 막바지에 추적추적 내린다.
땡감이 주렁한 감나무 위에서 까치가 구애의 노래를 부르더니
희뿌연 한 하늘에서 떠나간 여인의 치맛자락 같은 궂은 비가
종일을 푸르름 위에 도배를 한다.
늙지 않으려는 갈바람 안은 갈대 목의 흔들림도
사그라진 매미의 노랫소리도
가슴속 가득한 고독이 출렁이는 민경 속처럼……,
아직은 초록의 물결이 저물도록 들판에 가득한데
민들레꽃 시들어가는 희수의 언덕에서 탁류로 흐르는 강물을 보며
노랑 국화꽃 꽃 무리에 시절을 담아본다.
정처 없이 흰 구름 안고 떠나가는 세월이 야속하지만
이 비 그치면
먼 길 떠난 친구가 돌아오려나 아픈 발자국만 들여다본다.
(2023. 8. 29)
첫댓글 자네나 나나 익은 감도 땡감도 아니다 하며 살아가자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