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태복음 25,37-40절
최후의 심판
38 :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고
40 : 가장 보잘 것 없는 형제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이다.
2009년 10월 22일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 동창생이 모친상을 당해 저는 문상을 가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대구역에서 기차를 타고 대전역에 내리니 친구가 마중을 나왔습니다. 전날에 친구들 몇몇이서 문상을 미리 다녀갔다면서 안 가도 된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모처럼, 대전에 올라 왔으니 단풍구경이나 하고서 며칠 쉬었다 가렴.”
제가 대전역에 도착하였을 때는 오후였습니다. 산행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였습니다. 개신교에 다니는 그 친구 입에서 뜻밖에도 강경에 있는 “나 바위 성지” 에 가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은근히 좋았고 놀랐습니다.
제가 집에서 길을 떠나올 때 유럽성지순례에 갔었을 때 준비해둔 소십자와 매일미사책을 맨 먼저 챙기어서 가방 맨 앞에 예수님을 모시듯이 모시고 말씀과 십자가가 저를 모든 유혹으로부터 구원해 주신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생각과 계획이 하느님 중심으로 바꿔지고 그 분께서 모든 것을 직접 인도해주시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단순한 문상길에서 거룩한 성지의 길로 인도해주시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강경 나 바위 성지’가 국가문화제로 지정되어 대중 언론매체를 통하여 크게 보도된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성지를 향하여 순례자의 마음으로 강경역에서부터 시작하여 도보로 가는 길에 보니 ‘강경 젓갈 대축제’ 개막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축제 분위기...마치 주님께서 마련하여 놓으신 것 같아서 저는 더욱 기뻤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중국에 가시어 사제가 되어 조국에 입국하시던 첫 발을 디딘 축복 의 땅 ‘나 바위 성지’는 익산시 망월면 화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화산리라는 지명은 지금 성당 을 담고 있는 산이 절경이어서 송시열이 지어준 화산에서 유래 되었답니다. 화산성당으로 불려 오다가 완주군 화산면과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1989년부터 나 바위성당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강경쪽으로 지척의 거리에 황산리가 있는데 황산과 황산포가 있어서 황산리라 불린답니다. 황산포의 황산은 조선유학의 요람지였습니다. 이곳에다 저희 조상님들은 임이정을 지으셨고 제자인 우암 송시열은 팔괘정을 지어서 후학을 길렀습니다. 이 곳에서 김대건 신부님은 신앙을, 조상님은 유학을, 우연이라기보다는 주님의 섭리라고 생각하니 어느 때보다도 더욱 새롭게 다가옴에 감사드렸습니다.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강경 젓갈 대축제’와 국화 전시회에 들려서 구경을 하고 친정집에 와보니 친정어머님은 저를 무척이나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친정어머님과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그 친구와 함께 천호성지를 갔습니다. 성지를 향해 가는 도중 눈이 가리어 갈길 을 잃었습니다. 몇 번씩이나 가보았던 성지라서 길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출발하였는데 눈 이 가리어 길을 잃고 한참 방황하다가 여산에 있는 숲정이 성지가 눈에 띄었답니다. 차를 주차 하고 내려와 사방을 둘러보다가 여산성당을 보고 차를 몰아 성당으로 들어가서 천호성지 가는 길을 물어 보려고 성당문에 들어서서 차를 주차하려고 하는 순간에 차 앞에, 수녀님께서 마치 저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지켜보시고 반갑게 웃으시면서-마치 성모님을 보는 듯한 인자하신 모습으로-저희들을 맞이해 주셨습니다.
“수녀님, 천호성지를 가려고 하다가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수녀님께서는 제가 하는 말을 들으시고
“무슨 소리야? 하느님께서 올바로 이끌어 주셨네요. 제대로 왔어요.”
수녀님께서는 “굳이 순서를 정한다면 1)숲정이 2) 천호성지 3) 나 바위이지요. 숲정이 성지에는 1) 백지 사터 2) 동헌 3) 옥터 4) 배다리 및 뒤말 치명터가 있답니다. 숲정이에서는 참수를 당하고 순교하셨고, 천호성지는 여산 숲정이성지에서 참수를 당하신 분들이 묻히신 곳입니다. 오늘 자매님은 운이 좋으세요. 미리 단체로 예약을 하고 와야지 저를 만날 수가 있는데 오늘은 좀 한가한 날이라서 저를 만났어요.”
수녀님께서 성지에 대하여 자세히 말씀을 해주셔서 저희는 잘 듣고,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가지 말고 점심 먹고 신부님 오시면 뵙고 가세요. 신부님은 나 바위 성지에서 미사를 드리고 오실 거예요. 오실 시간이 다 되었는데…….”
우리는 성당에 가서 성체 조배를 하고 이제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수녀님께서 영성 테이프 3개 와 자비하신 예수님상이 담긴 성화를 액자에 넣어서 선물로 주셨답니다. ‘자비하신 예수님상만 바라보아도 많은 은총을 받는다’는 덕담까지 해주셨답니다.
여산 숲정이성지에서 30분 거리 있는 천호 성지를 방문하여 그 곳 신부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개신교 친구는 “평화 방송에서 순례자의 길에 대하여 신부님께서 말씀하시는 강론을 듣고 직접 찾아뵙고 싶어서 왔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개신교 신자가 찾아왔다는 말에 기뻐하셨는데, 신부님 자신의 강론까지 들었다는 말에 피정을 지도하시다가 나오셔서 저희들을 기쁘게 맞아 주셨습니다. 순교하신 성인께서 묻혀 계신 묘소를 찾아가서 순교 성인 103인 성인들께 드리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저는 집안 조상님들께서 묻혀 계신 묘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아침 성무일기도 끝에 조상님과 연옥영혼을 위한 연도와 기도를 하여서 그런지 조상님 묘소를 방문하게 하시네요. 이제는 문화제-(호 신독재) 김집 할아버지 (이 율 곡 선생님 딸인 덕 수 이씨)할머니-가 되어서 나라에서 예쁘게 관리해 주셨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7993484E6084CA35)
“가장 보잘것없는 저에게 친구가 마중을 나와서 저를 맞이해 주었고, 친정어머님이 반갑게, 수녀님께서는 마치 성모님의 모습으로, 신부님은 예수님의 모습으로, 성지에서는 순교하신 성인들, 묘지에서는 집안 조상님들께서 저희들을 삶의 자리에서 기쁘고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아브라함이 나그네를 환대하여서 축복을 받았듯이 위에서 저희들을 맞이해주시는 마음자세와 마음 안에는 사랑이 들어 있어야지 상대방을 기쁘게 웃음으로 대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순례자가 되어서 묵상을 해보며 몸소 체험을 해보았습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에는 상갓집에 문상을 가는 일이었는데, 주님께서는 방향키를 바꾸시어 성지 순례와 조상님묘소를 방문케 하시고 그전에는 대수롭지 않았던 일들이 새롭게 다가옴으로써 이 모든 일들이 하느님의 섭리와 그분의 뜻이라고 굳게 믿고서 미리 앞서 마련하셨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감사하였습니다.
집안 조상님은 그곳에 유학을, 김 대건 신부님은 신앙을, 나 바위 성지와 조상님 묘소도 문화제가 되었고, 집안 조상님도 중국에, 신부님도 중국에 가셨던 사실들이 더욱 놀랐답니다. 이런 일들을 이끌고 주관하시는 분은 주님이시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위령성월을 앞두고 미리 방문케 하시어 준비를 미리 시켜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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