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1. 나에게 있어 가장 큰 행운, 민가희를 만난 것.
13살, 난 그러니까... 박재민이라고 합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왔어요. 서울에선 애들 막 패고 그럴때두 있었구요.
그래서인지 애들은 나보고 '일진'이라고 그랬어요.
난 그런거 싫은데.. 음...
어쨌든 그 학교를 떠나와서 너무너무 좋아요.
그 학교에선 날 따라다니는 얼꽝 '김세은'이라는 애가 있었거든요.
정말 얼굴도 못생긴게..
근데 왜그런진 모르겠지만 세은이는 다른 남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내가 '너 김세은이 왜 좋아?'라고 물어보면
'우리학교에서 쟤가 제일 이쁘잖아!!'라고 대답하더라구요.
세상에서 제일 이쁜 건 우리 누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왔어요. 원랜 아파트에 살았는데, 이런곳에서 살아보는것도 재밌겠죠.
우리 옆에도 전원주택 한 채가 있었는데, 그 집에는 '민가희'라는 누나가 살고있었어요.
나보다 한 살 많은데 처음 보는 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뛰더라구요.
정말 예쁘게 생긴 누나였어요. 우리 누나보다 백배는 더요..
“누나 이름이 민가희야? 난 박재민이야. 오늘 서울에서 이사왔어.”
“어, 그래..”
“참고로 말해둘 게 있는데 말야. 나 서울에서 껌좀 씹다왔어.”
“어, 그래..”
“나 일진이었어.”
일진인거 싫었는데, 나 민가희 누나한테 이런 말 해보고 싶었어요.
그냥 나 잘난거, 그거 하나 말해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하면 민가희 누나도 날 좋아해 줄까요?
설마 재민이 나쁜 애라고 피하고, 무서워하는건 아니겠죠?
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가희한테 더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
중 1... 아직 14살밖에 안된 꼬맹이다. 그래서 난 다른 형들이 하는것처럼
교복 통도 늘려보고, 와이셔츠도 줄여보고, 귀도 뚫어봤다.
그런데 가희는 못마땅하게만 본다. 자기도 교복 줄였으면서....
다른 여자애들이 교복 줄인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가희가 교복 줄인걸 보면 싫다. 다른 남자애들이 다 쳐다보고 가니까.
여자애가 나시도 안입고 다니는지 팔만 들면 살이 다 보인다.
“야, 넌 돼지 같은게 교복은 왜 줄여입냐? 살 다 삐져나온다... 훠이훠이~”
“야 박재민!! 너 누가 누나보고 야라 그러라그랬어?! 그리고 나 돼지 아니거든?”
“아잉~ 누나 왜 괜히 흥분하고 그러셔용~”
“아... 이런 시베리안 허스키같은 새끼.”
그래서 말했다. 살 다 삐져나온다고...
괜히 어린 마음에 다른애들이 너 쳐다보는거 싫어 라고 말하면 좋아하는거 들킬까봐,
돼지라고 돌려말했는데... 누난 정말 진심으로 화난 것 같이 막 화를 냈다.
흠... 은근히 미안해지는군.
점점 가희가 좋아졌다. 고백하고 싶었다. 마음편하게. 매일 이렇게 답답하게 있는것도 하루이틀이지..
가희한테 뭘 선물하면서 고백할까? 음.... 반지? 그래! 목걸이로 해야겠다..
엄마랑 아빠는 돈도 많으면서 나한테 용돈은 정말 코딱지만큼밖에 안 준다.
그래서 PC방이나 편의점 같은데서 알바도 하고, 진짜 중학생 안받아 준다는데도
막무가내로 한 알바가 10개도 넘을꺼다.
1주일은 해야 50000원이 조금 넘는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난 알바로 밤을 새며 보냈다. 근데 엄마랑 아빠는 그걸 가출로 오해하고는
내 아까운 머리를 1cm씩 서서히 잘라갔다.....
어떻게 기른 머린데!!! 정말... 아빠엄마는 내 마음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거의 23번째 알바겠지...
가희누나는 고1이 되어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중3인데... 출석일수 모자르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초조할 때였다.
23번째 알바. 정말 알바해서 모은 돈 단 한푼도 안쓰고 100만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이정도면 가희도 좋아하겠지?!!
가희야 뭐 시험기간이어도 야자 땡땡이 치고 올 애니까...
가희네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발걸음 소리.
가희가 초인종을 누르기 바로 직전 가희를 끌고 5분정도를 뛰었다.
그리고... 너무 오래되서 어린이들도 잘 찾지 않는 놀이터로 갔다.
가희는 무서웠는지, 내 얼굴을 보자 놀란듯 하면서도 다행인 표정을 지었다.
“가희야~ 나 오랜만에 만나니까 좋아?”
“좋긴 이자식아!! 너 자꾸 니네 엄마아빠 속썩이면 나중에 벌받아 못된놈아!!”
“치.. 난 민가희 보고싶어 죽는줄 알았는데.”
“흐흐.. 사실 나도 너 보고싶어 미치는 줄 알았어... 이리와~♡”
“누, 누나.. 징그럽게 왜이러세요... 조금 더 가까이 오시면 경찰에 신고할꺼에요..”
“이자식이.. 지금 누나에게 반항하는거냐!!”
“응.. 아니.”
“근데 너 왜 나 끌고온거야.. 아파 죽는줄 알았네. 팔 빨갛게 부었잖아.”
“왜 끌고 왔는지 궁금해?”
“응..”
“...”
가희의 얼굴을 두번정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 댔다...
가슴이 뛴다. 나한텐 첫키스... 가희한테도 그럴까? 가희 얼굴보면 아닐것도 같은데.
가희의 입술 속에 혀를 집어넣으려 하는데, 가희가 날 밀어냈다.
난 그냥 물러나 주었다. 가희가 싫다는데 억지로 하는건 내가 용서 못했다.
평소에 그런 남자들 매일 욕해왔으니까. 난 욕먹을 짓 하기는 싫었다.
“야, 너 뭐하는거야!!!!”
“누나..”
“너 정말!!! 이제 내가 만만하게 보여?!”
“나.. 누나좋아해. 누나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어.”
“너.. 내가 너 맨날 봐주니까 이젠 너보다 어리게 보이니? 응? 그래?!”
“..... 아니야. 나 누나 만만하다고 생각한 적 한번도 없어.”
“흑........ 흡....꺼져버려. 다시는 니 얼굴 보기 싫어. 니 목소리도 듣기 싫다고!!”
“... 뭐라고?”
“너같이 머리에 든 것도 없는애, 동생으로써 잘 봐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미안하다. 머리에 든 게 없어서....
다시는 니 앞에 나타나지 않을께. 미안하다. 아니, 죄송해요 누나...”
가희누나가 운다... 나땜에... 나때문에 운다, 가희누나가...
나보고 꺼지라고 한다. 나처럼 머리에 든거 없는애... 싫다고... 싫다고.......
누나가 싫다는데. 누나가 꺼지라는데. 누나가 없어져버리라는데..
나 있으면 누나가 불편할 테니까. 그냥 누나 원하는대로 해줘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미련없이ㅡ아주 없다고 하면 거짓말 이겠지만ㅡ 가희누나에게서 돌아섰다.
솔직히 가희누나가 잡아주길 바랬는데... 가희누나는 끝까지 날 잡지 않았다.
가희누나가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엄마한테 조르고 졸라 전에 살던 아파트로 다시 이사를 갔다.
그리고 가희누나네 아줌마에게 들었는데..
가희누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호주로 유학을 갔다고 했다..
난... 가희누나를 위해 샀던 목걸이를 가희 누나 사진과 함께 서랍에 조용히 넣어두었다.
Episode 4. 니 생각
가희누나가 호주에 간지 1년정도. 초등학교 때 친구였던 세은이와 준현이의 1주년 파티가 있었다.
다들 파티 분위기에 한참 빠져있을 때, 내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뒷번호가 0426..... 가희 생일인데.... 설마.....?
“여보세요.”
- ... 재민아..
“......”
가희다. 내가 지난 3년동안 그렇게도 그리워했던 가희의 목소리다.
그동안 여러번 연락을 시도했었는데, 그렇게도 연락이 힘들었던 가희...
근데 이렇게 먼저 전화를 해주다니.
눈물을 삼키느라 정말 얼마나 애를 썼는지..
- 재민아.... 나야, 가희..
“.. 아, 누나!! 안녕하세요. 호주로 갔다는 말은 들었는데.. 무슨일이세요?”
순간적으로 반말이 나올 뻔 했다. 그러면 가희누나가 싫어하잖아.
계속 반말이 나오려는 나를 자제하며 최대한 형식적으로 말을 했다.
이제... 안 불편하죠, 가희누나.....?
- 얘는, 그냥 한번 걸어봤어. 너 지금 20살 됬겠네? 대학은 들어갔어?
“네. 고 1때부터 엄청 공부했어요. 혜리누나 대학 후배에요..”
- 와.. 정말?”
“네. 그 말 하려고 전화하신 거에요?”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저, 재민아..
“네?”
- .. 나, 사실은 너....
“재민아~ 우리 노래방 가자아! 노래방! 웅~? 1주년인데 이렇게 시시하게 놀지 말자~”
세은이가 갑자기 노래방 가자고 졸라댄다. 가기는 싫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때 제일 친했던 준현이놈 생각해서 간다고 했다.
“알았어, 가자 가!! 누나, 저 지금 끊어야 될꺼 같아요.”
- 아. 그래..?
“네. 다음엔 제가 전화 할께요. 잘 지내세요.”
- ....ㅇ
가희누나가 대답하기 전에 끊어버렸다.
더이상 전화를 하고있으면 또다시 가희누나에게 고백해 버릴까봐....
가희네 아줌마한테 가희누나가 곧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래도 난 가희누나에게 직접 확인해봐야된다는 생각에
그동안 저장만 해두었던 가희누나의 단축번호인 1번을 길게눌렀다.
- 여보세요.
“누나..”
- ... 재민아. 무슨일이야.
“누나... 한국 온다면서요...”
- .. 아, 응..
“... 언제.. 올꺼에요?”
- 4월쯤에 갈려구..
“.. 아...!”
- 근데 왜?
“그냥요. 끊을께요.”
- ㅇ..
3달정도가 흘렀다. 드디어 가희누나가 오는 날이 내일로 다가왔다.
3년동안 서랍속에 묻어두었던 목걸이를 꺼냈다.
가희 누나땜에 정말 열공해서.. 교대에 들어간걸 가희누나도 알까?
공항으로 나왔다.
저 멀리 가희누나가 보인다....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데.
아마 아주머니께 전화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주머니껜 내가 먼저 말씀드렸다. 가희누나한테 고백할 꺼라고....
가희 누나가 날 발견했는지 놀란 표정으로 날 향해 외친다.
“.. 재민아!!”
“왔네.. 민가희..”
“.. 너... 너....”
초딩때부터 좋아했는데. 가슴은 여전히 뛴다.
가희를 그릴때마다, 나 혼자 사랑한다고 속삭일때마다
그 때보다 몇천배는 더 떨린다. ....
“... 여긴 어쩐일이야.”
“너 보려구.”
이젠.... 절대 놓지 않을꺼야. 무슨일이 있어도.
다시는 널 놓치고서 후회하며 질질 자는일 추호도 없을꺼야.
“....”
“자~ 이제 대답 해주셔야지, 민가희양?”
“..응..?”
“내가 말했잖아. 6년 전이었던가...? 그땐 대답도 못듣고 퇴짜만 맞았잖아.”
“..아...”
“난 믿어~ 니 대답은 무조건 Yes 일꺼라구!!”
“...흑.... 흡........”
“야,!!! 왜울어. 설마 또 꺼지라고 하는건 아니겠지?”
가희가 내 품에 안겨 운다. 얼마나 기다렸던 일인지...
가희가 우는건 싫지만 그래도 지금은 괜찮다. 가희가 내 품에 안겨서 우니까.
“고마워, 재민아... 흑...”
“내가 더 감사하죠, 공주님!”
“헤헤! 박왕자! 우리 데이트나 할래?”
“좋~지!! 민공주!”
번외 2. 사랑한다는 것.
재민이가 군대에 2년동안 다녀오고.. 사범대를 졸업하고
28살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재민이는 자기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6학년을 맡게 되어서 좋다고 난리를 쳤다.
하긴... 기막힌 우연이긴 하다. 자기 모교의 선생님이 되다니...
벌써 4년째 재민이와 사귀고 있다. 그동안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행복한 날이 더 많았던 우리...
지금은 더더욱 행복하다. 난 지금 미용학원과 미용실을 오가며
미용실일, 그리고 배우는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재민이가 재미있단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해줬다.
“가희야. 내가 가르치는 반에 현우라는 놈이랑 민애라는 애가 있는데..”
“응. 왜~?”
“둘이 옆집에 사나봐. 근데 민애는 진짜 예쁘게 생긴 애거든..”
“응.”
“현우도 잘생겼는데, 현우가 민애를 그렇게 쫓아다녀~”
“크크..”
“그래서 내가 민애한테 그랬어. 넌 왜 현우가 싫으냐구.”
“응.”
“그랬더니, 자길 맨날 동생처럼 여긴다는거야 글쎄. 막 챙겨주고 그런다고..”
“그게 왜싫어? 적어도 박재민이라는 애보단 나을 것 같은데?”
“야, 뭐라구?!”
“헤헤... 메롱~!”
“가희야. ...”
“응?”
“이거...”
“.....”
재민이가 나에게 건네 준 것은 목걸이였다. 하트 펜던트 정중앙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작은 다이아몬드였지만, 난 그 순간 재민이에게 너무 감동을 해서 또 울어버렸다..
재민이가 그렇게 울지 말라고 했는데, 왜 툭하면 눈물이 나는지..
“또우냐? 하여간.. 너도 참..”
“고마운 걸 어떡해... 흑...”
“.. 이거, 예전에 산거야. 너 내가 왜 가출했었는지 모르지?”
“... 너 설마.”
“나 이거 사려구, 매일 돈모으면서 알바 했어~”
“...”
“200만원짜리다. 알바한거 130만원에 엄마한테 겨우 졸라서 1년용돈 가불받았어. 70만원.”
“..재민아...”
“사랑한다! 민가희. 나랑 결혼하자.”
“... 고마워, 재민아... 나도 사랑해....”
5월의 어느 날.
28살의 박재민, 그리고 29살의 나 민가희는 결혼을 하게 됩니다.
축가는 재민이가 가르치는 초등학교의 '얼짱' 현우와 민애가 불러주었구요.
우린 짧은 입맞춤, 그리고 예쁜 다이아몬드 반지를 교환했습니다.
재민이는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걸었다.
“내가 전에 말한애 있잖아. 현우랑 민애.. 그때 왜 우리 결혼식때 축가 불러줬던 애들”
“응!! 기억나.”
“걔네 오늘부터 사귄다잖아~ 걔네땜에 정말 미치겠어. 둘이 커플링도 끼고...”
“... 크크..”
“그래도 제법 잘어울리던데? 우리보단 아니지만!”
“으응... 그렇니...흐흐..”
“참..!! 좋은소식 있다그러지 않았어?”
“응, 있어!!”
“뭔데?”
“세은씨랑 준현씨 결혼한다더라구.”
“아... 정말?!”
“근데 세은씨는 임신했데. 결혼도 하기 전인데..”
“아휴... 준현이 새끼 하여튼...”
“그리고... 기쁜소식 하나더!!”
“응? 뭔데?”
“나도야!!”
“.. 뭐가?”
“나도 임신했다구!”
“뭐? 진짜?!”
“응..!! 계속 구역질이 나서, 병원에 가봤더니 7주째래!!!”
“정말...?”
“응..!!”
“... 그럼 나 이제, 애기아빠 되는건가?”
“쉽게말하면 아저씨지..”
“... 아... 아저씨 되는건 싫은데...”
“뭐어?!”
“근데.. 기분 좋다!!! 나한테 아이가 생긴다니.”
“응... 진짜 기분 좋다..!”
“사랑해 가희야!! 정말 고마워!!!!!!”
“응~”
하하....
번외 2는 그냥 짧게 끝냈구요~
그냥...^^
예쁘게 읽어주세요~
첫댓글 ㅎㅎ....번외가 빨리나와서 기분이 좋네요~ 잘읽고가요
본편은 그저께부터 한글파일로 작업했던거라 오늘은 끝에부분만 조금 수정했던거구요~ 번외는 본편 올리고 난 뒤 쉬다가 1시간정도? 내용 구상하고, 그러면서 올린거라서요^^ 감사합니다~
재민이가 너무 귀여워요-_-* [<미친녀석] 저는 이상하게도 어린녀석들이 '누님,누나'하면 기분 좋은데 후후.- _-* 하여튼. 재밌어요~
원래 연하는 좋아하는편이 아니라서... 연상연하 커플 단편은 이번이 처음이네요..ㅎㅎ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