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12 - 통영 연대도 바람, 태양, 바다, 길, 자연 그대로를 체험하는 에코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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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5.19. 15:17조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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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연대도
바람, 태양, 바다, 길, 자연 그대로를 체험하는 에코아일랜드
통영은 섬 부자다. 유∙무인도가 모두 526개로, 1004개의 섬을 거느린 전남 신안군에 이어 두 번째로 섬이 많다. 욕지도, 매물도, 연화도, 한산도, 비진도, 장사도 등 당장 생각나는 이름만 꼽아도 여럿이다. 모두 수려한 풍광 덕에 인기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는 섬들이다. 그런데 통영의 아름다운 섬 목록에 머지않아 또 하나의 새로운 이름이 추가될 것 같다. 탄소 제로에 도전하는 국내 최초의 에코아일랜드, 연대도다.
못생긴 태양광 발전기의 힘
연대도는 40여 가구, 주민 80여 명이 전부인 작고 호젓한 섬이다. 4km 남짓한 섬 둘레를 걸어서 한 바퀴 도는데 두세 시간이면 충분한 크기다. 원래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연대도까지 배가 다녔지만, 지금은 미륵도 남단의 달아선착장에서 30명 정원의 섬나들이호가 하루 네 번 연대도를 드나든다. 섬나들이호는 연대도 외에 저도, 송도, 학림도, 만지도 등 주변 4개의 섬도 들르는데, 연대도까지는 10~15분이 걸린다.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요 소문난 먹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지난 봄부터 연대도에는 외지 손님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특히 여름방학과 휴가가 집중된 7~8월엔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손님이 밀려들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 초등학생 단체, 공무원, 여성회, 신문사, 환경운동연합 등 방문객의 성격과 연령대는 모두 달랐지만 목적은 하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화석 에너지 제로의 에코아일랜드를 배우고 체험하는 것이다.
시민단체 '푸른통영21'이 연대도를 에코아일랜드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것은 2009년.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설득과 의견 수렴을 위한 수백 차례의 회의를 거쳐 2011년 3월, '국내에서 가장 못생긴' 태양광발전기가 완공됐다. 축사 같다느니 공장 건물 같다느니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지만 효율성 하나는 끝내준다. 현재 이 발전기가 연대도 전 세대에 전력을 공급하는데, 쓸 만큼 쓰고도 남아돈다고 한다.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겨울을 나는 집
섬 전체의 전력을 책임지는 태양광발전기 | 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마을회관 |
2011년에는 마을회관을 겸한 비지터센터가, 공공시설로는 처음으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로 지어졌다. 패시브하우스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지열이나 태양광 같은 자연 에너지만으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착한 건물이다. 쉽게 말해 보일러나 연탄 없이도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패시브하우스는 건물 내부에서 발생한 열이 바깥으로 새나가지 않고, 바깥 공기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또 기초공사를 할 때 땅을 깊이 파서 지열을 끌어올린다. 이렇게 하면 여름엔 시원하고 한겨울에는 기름 한 방울 없이도 온돌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는 기름을 연간 1리터 미만을 사용하는 건물에만 인증서를 주고 있는데, 이 건물엔 아예 기름통 자체가 없다.
2012년 4월에는 13년 전 폐교가 결정된 후 주민들이 대출까지 받아 힘들게 구입해 두었던 옛 조양분교가 멋진 '에코체험센터'(055-649-2263)로 다시 태어났다. 역시 패시브하우스인 이 건물에는 숙박시설과 식당, 강당, 샤워실 등이 있다. 운동장에는 놀면서 대안 에너지를 학습할 수 있도록 태양열조리기, 자전거발전기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솜사탕을 만드는 자전거, 밥도 하고 고구마도 쪄내는 태양열조리기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흥미진진한 체험 시설이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에코체험센터 |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자가발전 자전거 |
바닷가와 산책로를 거닐며
연대도에는 아담한 몽돌 해수욕장이 두 곳이나 있다. 하나는 가족이나 단체가 이용하기 좋은 크기이고, 또 하나는 커플끼리 오붓하게 보내기 좋은 작은 해변이다. 해수욕장 가는 길엔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지은 어촌계 건물이 있는데, 1층은 샤워실과 화장실, 2층은 민박으로 운영된다.
원래부터 있던 길을 정비해 섬의 5부 능선을 따라 도는 2.2km의 산책로도 만들었다. 길 이름은 주민들이 함께 모여 지었다. 이 과정에서 하마터면 '똥장군길'이 될 뻔했지만, 다행히 '연대지겟길'로 결정이 됐다.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다니던 길이니 ‘지겟길’로 하자는 한 어르신의 제안이 채택된 것이라고 한다. 1년에 세 번, 전 구간의 잡초를 제거하는 등 손을 보고 있지만, 풀 베는 속도가 자라는 속도를 따라가질 못해 걱정이다. 태양광발전소 입구에서 출발해 에코체험센터 쪽으로 나오는 길이 쉽고 경관도 좋다.
몽돌 해수욕장
골목길 사이사이 특별한 문패
집집마다 담벼락에 걸린 문패는 연대도만의 자랑이다. 집에 문패가 달린 것이 무슨 자랑이냐고? 연대도의 그것은 이름만 달랑 적힌 보통의 문패와는 다르다.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화초를 좋아해서 목부작을 잘 만드는 이상동 어촌계장의 집입니다. 말이 없어서 답답할 정도지만 사람 좋은 집.
전통 어가를 그대로 간직한 백옥수 할머니 집. 영화 <백프로> 에 나온 집입니다.
윷놀이 최고 고수, 서재목 손재희의 집. 목소리 크고 음식 솜씨 좋은 아내 손재희, 연대도 개그맨 서재목 씨가 달리기를 잘하는 김동희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집.
연대도 유일한 담뱃집. 가장 오래된 밀감나무와 시원한 우물이 있습니다. 백또성아 할머니댁.
허우두리 할머니댁. 연대도에서 태어나 연대도로 시집 오셨습니다. 시금치, 마늘, 밭농사를 지으십니다. 젊었을 때 한 미모 하셨답니다.
하나하나 읽으며 마을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고이고, 얼굴 한 번 마주친 적 없는 집주인이 마냥 친근하게 느껴진다. 바람이 많아 담을 높게 쌓고 바닷일이나 밭일 나가면서 문을 꼭꼭 닫아 걸어 마을 전체가 텅 빈 느낌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섬의 특징인데, 연대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연대도의 문패
에코체험센터는 30인 이상 단체만 숙박이 가능하다. 섬 안에 따로 식당이 없으므로 식사는 민박집에 부탁해 해결한다.
갤러리
[네이버 지식백과]
통영 연대도 - 바람, 태양, 바다, 길, 자연 그대로를 체험하는 에코아일랜드 (한국관광공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한국관광공사, 이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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