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부진, 무엇이 문제일까요?
사례1 경북의 초등학교에서 5학년을 담당하고 있는 A선생님은 고민이 크다. 학기초 기초학력 진단을 통해 기초학력 미달로 확인된 다섯 아이들을 위해 학습보충 과정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두 학기 동안 실시하였다.
하교 시간이 훌쩍 지난 다음에도 아이들과 함께 했고, 비대면 기간 동안에는 화상으로도 함께 했다. 그런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세 명은 성적이 나아졌는데 나머지 두 명은 진전이 없었고 오히려 학습 동기는 떨어지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사례2 B선생님은 대전의 중학교에서 기초학력 담당 업무를 하고 있다. 온라인 기초학력 진단이 한계가 있어 자체 평가까지 실시하여 학력지원 대상 학생을 추리고 각 교과 선생님들께 안내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체계적으로 진행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려 하고, 일부 학부모님들로부터 우리 아이가 왜 기초미달이냐는 항의까지 받았다.
기초학급 운영 자체가 어렵다보니 부탁드렸던 동료 선생님들을 보기도 민망했다. 새 학기에는 기초학급 업무를 맡고 싶지 않다.
‘기초학력’은 우리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갖춰야 하는 핵심이다. 기초학력을 갖게 해줄 수 있는 최고 전문가는 바로 우리 선생님이다. 당연하고 핵심적인 역할임에도 오늘 만나 본 두 분의 선생님 이야기처럼 ‘기초학력’ 자체가 참 어려운 업무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로 인해 기초학력 부진의 비율이 늘어났고, 상위권과 하위권의 학습격차가 더욱 커졌다는 언론보도가 작년부터 많이 나온 바 있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다.
사실 학력격차는 2017년부터 꾸준히 커지고 있으며, 여기에 코로나라는 상황이 원인인 것도 맞지만 자유학기의 시행, 진단 도구의 제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학습지원 대상 학생(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는 공식 용어)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A와 B선생님의 사례처럼 우리는 지금까지 분명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찾지 못했기 때문에 개별적인 접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온 것도 사실이다.
기초학력 부진의 원인별 유형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①지각 능력이 떨어지거나 기억력 부족, 교과별 학습 능력과 전략이 수립되지 못한 경우는 ‘인지적 특성’이다. ②학습 동기, 흥미가 떨어지며 이로 인해 무력한 양상이 나타나고 부정적인 자아개념, 낮은 자기통제력 등으로 학습부진이 일어나는 경우는 ‘정의적 특성’이다. ③과잉행동과 충동성 또는 반항과 거부로 인한 것은 ‘행동적 특성’이다.
위의 각 유형은 표면적으로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기 위한 방법 또한 달라야 한다. 인지적 특성의 문제는 집중적인 반복을 통해 학습능력을 끌어 올리고 학습전략을 가질 수 있게 하며, 정의적 특성의 원인에 대해서는 자기효능감을 높여 동기가 형성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행동적 특성은 표출되는 행동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파악해 교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앞서 말한 특성들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진단과 분석은 교사가 개인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물론 지금도 진단도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치밀한 진단과 분석이 필요하다.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평가와 진단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히 기초도달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아이들의 학습 수준과 문제 원인을 종합적으로 진단하여 이를 교육과정과 평가로 환류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던 전국 단위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진보 교육감들에 의해 일제고사라는 이름으로 폄훼되고 폐지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기초학력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일부 교육감들의 모습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
3월부터 시행되는 기초학력보장법과 이미 막대한 예산의 투입이 예고된 교육회복 사업으로 기초학력의 문제는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률과 예산이 투입되기에 앞서 학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이를 곁에서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생각하는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 글 : 권택환 한국교총 수석부회장/대구교대 교수
- 출처 : 에듀프레스(edupress)(http://www.edupres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