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찬란하게 빛나던 봄꽃 맞이 축제도 막을 내렸다.
어느새 4월도 하순에 접어들자, 철쭉이 만개하여 온 산야에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단풍이 드는 풀과 나무의 변화를 식물의 계절 시계라고 부른다.
사람이나 동물들이 1일 24시간 동안 주기로 잠들고 깨어나기를 반복하는 것은
생체 시계를 몸에 갖춘 것처럼 식물도 기온과 일교차 등 계절 변화에 맞춰 생명현상을 스스로 조절 한다.
식물의 여러 계절 시계 중 봄에 대한 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은 꽃들의 개화 시기다.
꽃이 지는 것도 일교차 등 기후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역대 서울지역의 벚꽃 개화일이 가장 늦게 핀 것은 1957년4월27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2021년에는 개화일이 3월24일 되어있다.
70여 년 만에 봄꽃의 개화일이 한 달이나 빨라진 셈이다.
기후변화는 개화일만 당겨지는 게 아니다.
한반도에 봄이 오면,산수유, 매화, 벚꽃, 개나리, 목련, 진달래, 철쭉, 등으로 꽃이 핀다.
이를 봄의 순서라는 뜻을 담아 춘서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여러 봄꽃의 개화순서가 바뀌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며칠 사이에 한꺼번에 피었다가 다 같이 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가 십수 년 후면 기후변화로 봄꽃들의 개화 시기도 보름 이상 앞당겨 필 것 같다.
가수 정훈희씨가 부른 ‘꽃밭에서’란 노래가 떠오른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니 /
고운 빛 어디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이렇게 좋은 날에/이렇게 좋은 날에/
그 님이 오신면 얼마나 좋을까?/
노래 가사 중 봄꽃이 만개한 꽃밭에서 그 님을 기다리는 어느 여인에 마음이
애절하게 느껴진다.
이제 얼마 후면 모란이나 장미가 꽃을 피우기 위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난 며칠 전부터 밤 기온이 떨어졌다가 한낮엔 초여름 같은 고온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 봄날이 가기 전 한낮의 기온이 27~30도까지 올라 가는 걸 보니 벌써 봄날이 가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마다 이맘때면 고(故)백설희 선생이 불러 심금을 울리게 했던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불러 본다.
(1)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2)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내던지며 /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길에/
별이 뜨면 서로웃고 별이지면 서로울던 /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3)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이 노래는 귀국선, 고향의 그림자 등, 대표적 작사로 알려진 손로원 선생께서
1953년 시(詩)로 써 왔던 글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6, 25 한국 전쟁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끝나고, 이듬해 대구 유니버설 레코드사에서
박시춘 선생께서 이 글을 노래를 편곡했다.
그 후 백설희 선생이 불려 왔던 국민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했던 봄날은 간다는 노래 가사다.
고(故)백설희 선생은 6·25, 전쟁 당시 군 예단 소속으로 차출돼 전국을 누비며
전쟁에 지친 장병들을 위로하며 사기(士氣)진작을 북돋아 주었다고 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국가 유공자자 로 선정되기도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봄날은 간다는 노래가 관심 밖으로 보일 것이다.
그 당시에는 대중가요로 폭발적인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 라고 했다.
이 노래가 나온 지 70 여년이 지난 지금도 중년이나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 까지 인기가 대단하다.
노래 가사의 사연을 보면 따스한 봄날 연분홍 치마와, 새파란 풀잎,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과,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길,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에 열아홉 순정의 애절한 사랑과 슬픔을 묘사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번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어느 유명 연애인 은 봄날은 간다 라는,노래를 듣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사랑과 슬픔을 그대로 담은 노래라고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유명 시인 100여 명은 봄날은 간다는 이 노래를 제일 으뜸으로 뽑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봄날에 대한 노래 중 이토록 가슴을 뭉클할 정도로 애절한 사랑과 슬픔을
그대로 표출된 노래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애절한 사랑과 슬픔을 그대로 담아 영화로 제작돼 상영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박인걸 시인이 남긴 ‘사월이 오면’ 노래가 생각나 적어 본다.
사월이 오면/
옛 생각에 어지럽다/
성황당뒷골에 /
진달래(두견화, 杜鵑花)얼굴 붉히면 /
연분홍 살구꽃은/ 앞산 고갯길을 밝히고 /
나물캐는 처녀(處女)들/
분홍치마 날리면/
마을 숫총각들 가슴은/
온종일 애가 끓고 /
두견새(杜鵑鳥)짝을 찾고/
나비들 꽃잎에 노닐고/
뭉게구름은 졸고 /
동심(童心)은 막연히 설레고/
반(半)백(白) 긴 세월에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그 시절/
앞산에 핀 진달래 /그때처럼 붉게 물 들인다.
지난 4월 초부터 중순 사이 며칠 동안 전국의 한낮의 기온이 25~30도 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침저녁으론 초겨울 날씨가 되었다가 또다시 한낮엔 초여름 같은 고온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오월 초순이나 중순이 지나야 여름이 시작 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봄날이 가기도 전에 초여름이 먼저 오는 이상적인 기온 변화에 사람들을 어리둥절, 하게 한다.
소리새의 ‘오월의 편지’
세월은 가고 꽃은 피는데/
그 님은 오지 않고/
그리운 날 또다시 찾아온 오월의 편지/
철새 따라 멀리 갔던 그님의 편지는 그리운 날 또다시 찾아와/
나의 마음 달래주네/
요즘 날씨로 본다면 노래 가사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절기상으론 아직 봄인데도, 한낮엔 기온이 올라가는 초여름 같은 날씨로 변한다.
이와 같은 기온 변화로 자연도 농작물도 사람도 계절의 감각을 잃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봄바람은 예로부터 기생철 이라는는 말이 나온듯싶다.
지난 초봄부터 사람들은 매서운 삭풍뒤에 찾아오는 봄바람에서 희망에 메시지를 읽었을 것이다.
이를 보고 도처춘풍이라 했다.
모든 곳에 봄바람이 불고나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고 좋은 일만 가득하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말을 표현 한다면 사면춘풍 누구에게나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 대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글이다.
또한 봄바람을 타고 오면 소원을 이룬다는 득의춘풍 이라는는 말도 있다.
그러나 요즘 날씨로 본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보면
언젠가는 여름과 겨울, 두 계절만 남아 있을 것 같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진짜를 찾아 헤매는 삶은 결국 가짜인 채로 끝난다.
지속 가능한 것은 사랑이나 삶이 아니라 그것은 덧없음이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라고 노래했던 가수들은
서로 다른 음색만큼, 봄날도 사랑도 반복 속에 새로움을 향한 기대를 품고 산다.
이 노래를 불러왔던 국민가수 백설희 선생은 이미 고인이 된 지 오래됐지만
이 노래는 수많은 세월이 흘러간 지금 까지도 그 음색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메아리 치고 있다.
슬픔과 아픔을 피하자고 사랑을 멈추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무절제의 증식과 음탕만 있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것은 그 리움에 지친 사랑과, 이별, 슬픔을 함께 했던 것이다.
그러나 더욱 애절한 것은 앙가슴 앓이를 하면서도 이루지 못한 사랑이 아닌가 싶어진다.
봄날은 간다. 라는 온 힘을 쏟아 열창하는 모습을 보고 이제는 정말 봄날은 가는 구나,
하고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필자는오래전부터 이 이 노래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인지 봄날시작되고부터 초 초여름의 야생화(野生花)가 피는 날까지 봄날은 간다,
라는 노래를 수없이 불러보기도 했다.
필자가 노래 속에 주인공이 된 것처럼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그럴 땐 새로움을 향한 기대속에, 또 다른 글을 쓰는데도 힘을 얻게 된다.
내년에 또다시 꽃 피는 봄날에 글을 쓰기 위해 무언(?)의 기약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