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좇아 매진하는 것, 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 이는 모두 끝이 없는 과정이다. 멈추는 순간 실패가 된다. 변화를 향해 나아간다는 건 나의 발이 바늘이 되어 보이지 않는 실을 달고 쉼 없이 걷는 것과 같다. 한 줌의 희망이 수백의 절망보다 낫다는 믿음 아래 멈추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 드라마 <비밀의 숲> 중
몇 주 전, 중학생 아들이 한국 검찰과 관련된 드라마를 추천해 달라기에 이수연 작가의 데뷔작인 <비밀의 숲>을 권했습니다. 6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검찰의 작태야 지금도 구태의연하니 한국 검찰의 민낯을 보여주기에는 과거에도, 또 현재에도 이 드라마면 충분하겠다 싶었습니다. 요즘 부쩍 아들이 정치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고 있던 터라 드라마를 매개로 아들과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작은 바람도 있었지요.
휴일 오후, 거실 TV 앞에서 드라마 정주행 중인 아들 뒤를 무심코 지나다 극 중 이창준 검사의 내레이션이 좀 진부하지만, 아니 많이 진부하지만 정말이지 화살처럼 귀에 날아와 꽂혔습니다. 이미 봤던 드라마이고, 분명히 들었던 대목인데 왜 그랬을까…. 당시에는 정경유착과 부패한 검찰 조직을 개혁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는 한 검사의 처절한 호소로 들렸는데, 그날 오후에는 왠지 다르게 와닿았습니다.
요즘 부쩍 대안교육 현장들의 힘들다는 소식이 사무국에도 많이 들려옵니다. 대안교육 현장의 고충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 목소리에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위기감이 감지됩니다. 대안교육기관법이 제정되고 법률에 따라 교육청에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했지만 이전에 비해 별반 나아지지 않는 답답한 현실, 아니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더 퇴보한 것 같은 암울한 상황, 설령 현장의 재정지원을 위한 법률 개정이 되더라도 학교를 운영하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불확실한 미래까지…. 여기에 더해 학생들을 모집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현장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드라마 속 내레이션이 다르게 들립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대안교육의 진리를 좇아 매진하는 것, 줄세우기식의 입시경쟁 속에 아이들을 몰아넣을 수는 없다는 교사로서, 또한 어른으로서의 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 이런 끝이 없는 과정을 대안교육 현장의 선생님과 부모님들은 버텨냈습니다. 멈추는 순간 실패라는 것을 알기에. 그렇기 때문에 대안교육 현장에서는 한 줌의 희망이 수백의 절망보다는 낫다는 믿음 아래 암울한 우리 교육 현실 속에서 공교육이 담아낼 수 없는 교육적 가치를 실천하며 변화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습니다. 위기감이 팽배해질수록 우리는 더 단단한 연대를 통해 그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때입니다. “멈추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사무국에서도 다시, 대안교육연대 월간소식지를 간행합니다. 현장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대안교육의 가치를 알리고 함께 실현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