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안녕~ 오랜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 지난 편지가 2월 14일이었으니까 거의 3주만에 왔네. 그동안 날씨도 많이 따뜻해져서 이제 낮에는 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야. 일교차가 심한데 컨디션은 괜찮아? 물론 오빠가 나보다 건강할테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이제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이 정말 얼마 안 남았어!! 사실 안 믿겨.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흘러가고 있지만, 오빠가 없는 시간들이 나에게는 많이 길어서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 다가온다고 하니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해야하나? 좀 얼떨떨한 기분인 것 같아ㅎㅎ 싫다는 거 절대 절대 아니고!! 얼른 보고 싶다고!!! 우리가 만날 순간들까지 지금처럼 잘 지내고 있어야해 알았지? 나도 잘 지내고 있을게!
오늘도 내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게! 가장 먼저 직장 이야기가 생각이 나네. 아무래도 내가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서 그런 것 같아ㅎㅎ 오빠한테 편지를 적고 난 이후 오늘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어. 무뚝뚝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냈던 분이 갑자기 그동안 쌓은 내적 친밀감이 폭발해서 갑작스럽게 훅 다가오지를 않나, 어차피 피할 수 없고 계속 얼굴을 봐야하는 사람이니까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했는데 그러기 쉽지 않은 모습들을 연달아 마주하지 않나... 인간관계에 대해서 참 많이 고민했던 3주였던 것 같아. 그 고민 속에서, 그리고 생각의 끝에서 내 가치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니 좋게 생각하려고! 나는 '아닌 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확고한 사람이지만 피할 수 없고 내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부던히 노력하는 편이더라고. 그런데 요근래 나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특히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나에게 불편감을 주는 사람들이!! 불평을 하는 모습을 보니 좀... 말문이 턱 막히더라...ㅎㅎ '대체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어. 나이도 가장 어려, 갓대학 졸업해서 경력도 없는 초짜인데, 스펙이 좋아서 그런지 나를 거의 5년차 직장인처럼 대하면서 불편한 것에 대해 내가 대표로 이야기하기를 바라고, 내가 해결하기를 바라면...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일들이 있었어...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날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고민들을 마무리 지어서 괜찮아졌어! 또 이렇게 경험치를 쌓은 거라고 생각해야지 뭐! 너무 낙천적인 생각인가 싶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불평, 불만, 부정을 하면 나만 힘들어지니까 그냥 유연하게 넘어가려고. 생각보다 이런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던 하루들이었어.
직장 외 이야기는 어떤 게 좋을까? 아! 나 지난 21일에 졸업했어! 이제 고졸이 아니라 대졸이야ㅎㅎ... 학과 특성상 휴학하지 않고 빨리 졸업하는 게 이로워서 4년을 쉬지 않고 다녀서 졸업했는데, 휴학 한 번 못해보고 코로나 때문에 입학하면서 계획했던 교환학생도 가보지 못한 게 좀 많이 아쉬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나 싶은데, 대학교 1학년 때는 코로나 이전이었으니 학교 생활을 참 재미있게 했거든. 그 짧은 1년도 이렇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데, 3년을 제대로 다녔으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싶어... 많이 아쉽고 애틋하지만, 또 그 나름대로의 상황 안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잘 유지하고 열심히 치열하게 공부했으니 후회가 되지는 않아. 졸업식이 화요일이어서 월차를 내고 다녀왔어! 오랜만에 친구들 보니까 너무 반갑고 여전히 잘 맞고 즐겁더라. 사진도 엄청 많이 찍고 미뤄둔 대화도 하고 깜짝 선물들도 엄청 많이 받아버려서 감동이기도 하고 힘이 되는 하루였어. 여름에 같이 여행 가기로 했는데, 앞으로 쭉 같은 분야에서 일할 친구들이고 좋은 친구들이니 지금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는 날들이야.
또 무슨 이야기가 있으려나... 아! 지난 26일에는 나한테 좀 뜻 깊은 일이 있었어. 아마 내가 초등학교 시절이었겠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분들이 계셔. 정확히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랑 아시는 사이신데, 가족끼리 주로 만나니까 나에게는 거의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분들이시거든. 나랑 친오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크는 것도 보신 분들인데, 그래서 나는 당연하게 첫 월급을 타게 되면 식사 대접을 한 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 그래서 엄마한테 슬쩍 언제가 좋을까 물으니까 막 엄청 웃으시는 거야!!!! 그렇게 웃긴가... 싶었는데... 엄마가 그 사이에 두 분께 이야기했더니 두 분 다 엄청 크게 웃으시는 거야!!!! 약간 민망 뻘쭘해졌지만 나, 의지가 굳건한 여성. 26일 모임의 점심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약속을 잡고 식사를 함께 했었어. 메뉴 선택도 좋았고 날씨도 좋았고, 모든 게 다 좋은 날이었기도 했지만 두 분이 엄청 기뻐하시더라고ㅎㅎㅎ 집에 가면서 엄마한테 식사 대접한다는 그 이야기가 그렇게 웃겼냐고 슬쩍 물어봤더니 첫 월급으로 밥을 산다는 이야기가 엄청 소중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냐며, 그래서 기쁘셔서 그러신 거다~라고 설명해주셔서 이해했어. 나는 정말 당연하게! 소중한 분들이지! 했는데, 다 느껴지고 알지만 행동으로 표현했다는 게 감동적이고 언제 커서 밥을 산다 그러냐~ 라는 기특한 생각도 드셨을 거라고 하더라. 지금 오빠한테 이야기하면서 또 마음이 뿌듯해지네! 이번 일요일에 또 만나뵙는데, 얼른 뵙고 싶당!
그리고 이번에 휴일들에는 가족들이랑 시간을 참 많이 보냈어. 물론 주말은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내는데, 이제는 날이 풀려서 가까운 곳에 드라이브 겸 나들이를 많이 다녔어. 하루는 내가 없던 기간에 엄마 아빠 두 분이서 가셨던 둘만의 스팟도 한 번 가보고, 하루는 아빠가 괜찮은 카페를 발견했다고 해서 다녀왔어. 나는 엄마 아빠랑 대화를 엄청 많이 하는 편인데, 두 분 다 대화를 엄청 잘 들어주시거든. 물론 가끔 아빠랑 대화 핀트가 안 통해서 내가 삐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ㅎ 진로나 미래 계획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빠가 엄마보다 정말정말 잘 들어주시거든. 해결되는 부분도 정말 많고. 했던 이야기를 또 하기도 하고 못했던 이야기도 하고 생각나는대로 이야기도 하면서 진지한 주제지만 무겁지 않고 부드럽게 대화를 하는 우리 가족 대화 특유의 무드를 긴 시간동안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유난히 대화가 잘 통하는 날이랑 할 말이 술술 나오는 날이 있는데, 그날은 가족 모두가 그런 날이었던 것 같아. 그런 시간들이 나에게 충만감을 주는 것 같아. 나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걸 한 번 더 깨달았다~
오늘은 휴무일이라 친구랑 같이 서울 다녀왔어. 우리 집에서 서울까지 가깝거든. 주말은 너무 복잡할 것 같아서 나는 휴무일이고 친구는 공강인 월요일에 놀러가자! 이야기 나와서 어쩌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서울 다녀오자는 이야기가 나왔거든. 둘 다 전시회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아뿔싸. 오늘 첫 번째 월요일인 걸 완전히 잊어버린 거야! 이미 둘 다 놀러갈 생각으로 신났는데, 한 주 더 미루기는 아쉽고 갑자기 기운이 쭉 빠져서 놀러가는 걸 강행하기로 했지. 다행히 가고 싶은 전시회 중 오늘도 하는 곳을 찾았고~ 맛있는 음식이랑 카페도 알아보고 추억 쌓을 거리도 찾아보고~ 극강의 J 2명이 모이면 대화만 나눠도 계획이 착착 세워진다고. 그렇게 계획을 짰으면서 우리 얼레벌레 여행이라고 하는 것도 너무 J다웠지만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잘 다녀왔어! 쉬는 날은 집에서 푸욱 쉬자 주의였는데, 오늘 놀러갔다가 오니까 더 기운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 오랜만에 멀리 다녀와서 그런가?ㅋㅋㅋㅋㅋ 아침 일찍 움직여서 그런지 남들보다 30분 정도 일찍 움직였더라고. 밥도 30분 일찍 먹으러 가서 웨이팅이 늘 있는 식당에서도 1등으로 들어가서 우리 메뉴 나왔을 때 다른 사람들 들어오고 남들 먹기 시작할 때 나오고. 전시회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서 친구랑 둘이서 진짜 재미있게 즐겼어ㅋㅋㅋㅋ 카페도 자리가 딱 나서 가장 좋은 풍경에서 즐기고~ 오늘 너무 성공적인 하루여서 친구랑 나랑 완전 만족했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늘 멤버별로 포카도 챙겨가고 몬베베 7기 카드 있는지 꼭꼭 확인하고 친구한테 혹시라도 몬엑 봐서 내가 주접을 떨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면 날 모르는 척 해도 괜찮다 이야기까지 했는데, 덕계못이라고...ㅎㅎ 아쉽게 우연히 오빠를 마주치는 일은 없었네...ㅎ 하긴 오빠 만났으면 로또 사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찐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데, 오늘따라 친구들이 만나자고 보채는 거야. 진짜 무슨 날인가 싶었어. 저녁에 들어와서 플레이 보고 지금 오빠한테 편지 쓰고 내일 출근을 위해 이만 자보려고~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어. 오빠도 그렇지? 요즘 엄청 피곤한 것 같아. 어제 출근했는데, 업무량은 많지 않았거든? 근데 집에 오니까 일이 많은 날보다 몸이 더 피곤한 거야.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환절기라서 그런 것 같아. 내가 계절을 좀 타거든. 계절이 바뀌는 이 기간에 몸이 엄청 피곤해지고 안 좋은데 그 시즌이 돌아왔어...~ 아프지 않게 건강관리 잘할게! 오빠도 늘 언제나 알아서 잘하겠지만, 몸도 마음도 건강히 보내고 우리 다가오는 봄에 만나자! 보고 싶어! 얼른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직접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 묻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아. 만날 기회가 있을 때 "저 누누의 꿀단지인데, 아실까요?" 하고 묻고 싶다ㅎㅎ
마지막으로! 오빠, 나 오늘 입덕 500일이야. 몬엑 전체에게 빠져든 날이 500일이야. 오빠는 그 전부터 좋아했으니, 오빠를 좋아한지는 2년이 된 것 같네. 내가 오빠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오빠의 말 때문이었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좋은 점을 찾아주고 상대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대화 내용이지만, 배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단단히 받쳐주는 실력이 느껴지는 말을 보고 좋아하게 되었어. 맞아, 그동안 자주 이야기했지만 캡틴 때 심사위원으로서 모습을 좋아했다는 이야기야. 무대 위에서의 셔누를 정말 많이 보고 싶고 그리워하지만, 사람 손현우의 향기도 그리워. 오빠가 몬베베들을 위해서 하는 행동들, 말들이 다 보고 싶어.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다 듣고 싶어. 지나온 시간들에 비해 앞으로 기다릴 시간은 아주 짧으니까 나 조금만 참고 기다릴게! 그러니까 얼른 와야해!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얼른 만나자! 잘자고 내일도 힘내! 또 올게~ 빠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