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는 다시 한류가 상당한 모양이다.
과거 '욘사마' 배용준과 '지우히메' 최지우 주연의 '후유노소나타(겨울연가)'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그로 인해 한국 남자에 대한 일본 여성들의 인식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화한 게 사실이다.
드라마의 큰 성공과 더불어, 김치나 홍삼 및 한국식 봉지 김(구운 김)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한국 화장품 '설화수' 같은 브랜드는 시세이도나 SK II 같은 것보다도 인기를 끌기도 했다.
물론 당시에도 '마늘냄새'는 한국인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일부 비하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비록 중간에 양국 정치인들의 민족감정에 기댄 싸구려 포퓰리즘적 언사로 인한 반감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이후에도 계속된 문화교류의 결과..
이제 젊은이들 사이에선 과거사에 대한 반목보다는 확실히 서로간의 교류를 더 중시하는 듯 하다.
하긴 과거에도 일본 현지에서는 우리에 대해 그다지 반감을 나타내지는 않아왔다.
아마도 그들이 가해자요 강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텐데..
지금은.. 피해자였으나 결국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자부심에서인지, 우리 젊은이들도 그러한 걸로 보인다.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의 방영으로 시작된 일종의 문화적 수혜관계에서..
일본 대중 음악의 복제와 같은 형식(좋은 의미는 아니다)으로 우리 연예계도 같이 발전하였는데..
이후 우리는 비약적인 자기 개발과 진화에 의해..
마침내 2000년대 중반부터는 드라마를 중심으로 일본에 진출하기 시작하였고..
근래에는 초창기 '보아'나 '카라' 등 k-팝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출하여.. 지금은 아이돌 음악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물론 이것이 깊이 있는 부분에서는 아직도 아니긴 하지만.. 적어도 표면적인 대중공연계로는 상당한 성과라 할 거다.
그러던 것이 최근 넷플릭스 플랫폼의 보급과도 맞물려 한국 드라마의 성공은 가히 놀라울 정도로 보인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그 속까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한국의 대부분의 분야가 그렇듯이, 우리는 깊이가 얕고 다양성이 부족하며 기초가 부실하긴 하다.
우리가 세계시장에 자랑하는 전자나 반도체도 사실상 기초기술들은 일본산이며,
이번에 그 민낯을 보여주고 있지만, 세계최고라 자부하던 의료분야도 임상만 그렇지 기초분야는 떨어진다고 봐야 하지..
연예계 대중공연 드라마 분야도 그 아래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진짜 그 수준은 어떠한 지.. 나는 모르겠다. ^^
암튼..
최근 넷플릭스에서 일본과 우리의 관계를 다시 보게 만드는 작품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웹툰 원작의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Solo Leveling)'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지만 원작은 한국이다.
배경도 한국, 주인공 포함 등장인물 모두가 한국인이고 그 내용 또한 약간 반일적인데.. 일본어이고 일본에서 만든 거다. ^^
전형적인 판타지물이고.. 말도 안되는 허황된 만화적 설정이며.. 스토리도 허술한데..
작화가 매우 훌륭하고, 나름 재미는 있다.
저레벨 랭커인 주인공 헌터 '성진우'가 이상한 던전 안에서 기연을 만나 성장하는 스토리로 그냥 판타지 만화다. ㅎ
메인 주제가를 부른 가수도 한국의 보이그룹(투모로우바이투게더..맞나?)인 거 같은데..
일본이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나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한국 웹툰 기반 드라마들이 별 거부감 없이 일본 시장으로 진출하지 않을까..?
그 동안 일본 코믹스와 애니메이션들은 엄청나게 한국으로 진출해왔으니.. 이런 문화의 상호 교류는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두번째는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여주인공 '모토미야 유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한국어)로 생각하는 한국인 유학생 '윤태오'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여주인공은 '니카이도 후미'라는 일본인이고, 남자 주인공이 한국인으로 '채종협'이라는 비교적 신인(?) 배우다.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야구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신인투수 '유민호'를 연기했었고.. 무인도의 디바에서 남자주인공 '강보걸'을 맡았던 그 배우다. ^^
지금 일본에선 과거 욘사마처럼 이 '횹사마(체 죤 횹뿌, 채종협^^)'에 대한 인기가 상상초월이라고 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일본 사회에 매우 친근하게 그려지고..
드라마의 인물들은 스스럼 없이 볶음밥, 순두부, 잡채 등의 한국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다.
그 와중에 '밥 먹었어?', '안녕하세요', '사랑해'.. 같은 한국말들이 항상 등장하며, 온천사우나 장면에서 '양머리 수건'은 덤이다. ^^
물론 가끔씩 보이는 유머러스한 개그코드는 전형적인 일본풍이다. 우리가 보기엔 좀 어이가 없는.. ㅋ
그러니 드라마 자체로는 아주 전형적인 일본 드라마이다. ㅎㅎ
악역이 전혀 없고 행복한 힐링 드라마인데.. 나는 이런 꼬이지 않고 기형적인 설정이 아닌, 밝고 수수한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한다.
요즘 한국 드라마는 막장이거나 아니면 폭력이며, 대개 이데올로기적인데..
우리 드라마도 좀 결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진짜 사람 사는 모습은 그런 게 아니니 말이다.
요즘은 일본인들도 우리 김치를 즐겨 먹고 식당에서 기본 반찬으로 제공할 정도이며, 한국 요리를 스스럼 없이 즐긴다.
매운 고추장을 찾기도 하고, 그토록 역겨운 냄새라 하던 마늘조차도 많이 찾아 먹는다 한다.
우리 역시 라멘과 일본식 지리탕(지리나베)을 많이 찾고.. 고노 와다를 듬뿍 뿌린 '비린내 나는' 카이센동을 즐겨 먹을 정도가 되었다.
폰즈 소스나 스끼야끼 소스가 많이 팔리고, 일본 장류인 쯔유나 미소 베이스의 식품들이 마켓에 널렸다.
가까이 있는 자유민주진영의 두 나라가 서로를 닮아가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닌 거 같다.
나는 비록 냉전시대를 살았고.. 우리를 점령했던 일본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도록 교육받으며 자랐지만..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있어 서로간의 긍정적인 문화교류가 일어나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두 나라 모두 고령화되고, 특히나 우리 한국은 인구소멸로 국력이 기울어가는 시절이라 이미 늦은 감이 있는 게 유감스럽지만..
그래도 이런 기운들이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간혹 글을 보면 문화적 관심도가 상당히 넓은 분이구나 싶어요.
간혹 진료받으러가면 전 닥터의 책장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비의학 서적이 뭐가 꽂혀있나? 보는거죠. ㅋ 지나치게 고전위주면 인테리어고 ㅎㅎ
지금 만나는 주치의의 경우 일단 얼핏 저랑 비슷한 오십대초중반 정도에. 레고로 포르쉐등을 조립해놓고. 꽤 인상적인 책도 꽂혀있어서
대화 나누다보면, 수다가 되요.ㅡ. ,ㅡ:::
음...어려운 문제죠. 아직도 당시 피해자였던 분들도 계시고, 마냥 이젠 좀 친해져도 되지 않나? 란 말을 대놓고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입니다만. 사실 지금 오십대 이상들도 일본 애니메이션 무지 보고 자란 세대이니까요.
마징가~쇠돌이..
마징가가 일본로봇이고, 무쇠로 만든게 아니고, 초합금Z라는 가상의 합금인걸 알았을 땐... ㅋ 성인이였죠.
역시 어려운 문제입니다.인구소멸문젠 일본도 만만치 않을걸요? ㅎㅎ
추천해주신 작품 2개는 반드시 보고 평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최근 일본영화 "남은 인생 10년"이란 영화를 봐볼까 고민중입니다. 사실은 건담 시드를... ㅋㅋㅋ
과찬이십니다. ^^ 취향이.. 한마디로 그냥 잡탕이에요. ㅎ
워낙 어려서부터 이거저거 하고 싶고 알고 싶고 그러다 보니.. 여러가지 손대게 되네요.
어릴 적 일본은 억울함과 부러움이 섞인 질투의 미움 같은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일본이란 나라 역시 다른 나라 중에 하나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공산주의 적성국가들에 그나마 하나 남은.. 그다지 친하지 않은 친구 정도. 어려서 읽은 일제하의 민족투쟁과 태평양전쟁의 기록들로 일본은 미웠지만..
그래도 일찍부터 그런 여러 자료들을 섭렵한 덕분에, 과거의 군국국주의 일본과 지금의 일본인은 달리 생각해야 한다는 걸 깨닳았던 거 같습니다.
마치 북한 김씨왕조의 추종자들과 북한 주민은 달리 봐야 한다는 걸 이해한 것처럼. ^^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는데.. 저 역시 어느 정도 자라서야 그게 일본 거라는 걸 알았답니다. 이 역시 억울했죠. 사실 일본보다도 한국의 어른들에게 더 실망했었습니다.
일본의 인구소멸은 과거 한 5~10년 전까지는 정말 심각했는데.. 요즘은 조금 나아지는 느낌입니다.
우리와 결정적인 차이는.. 일본은 아직도 지역기반 기업과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에요. '교세라'만 해도 교토에 있으니까요. ^^
나혼자만 레벨업…네이버에서 돈내며 본 웹툰 중 하나인데, 애니로 보니 그 또한 재미있네요. 한국 이름을 일본 성우가 발음하니 쵸큼 이상하므니다..ㅋㅋ
그러게요.. 더빙도 아니고.. 한국 이름들과 지명들이 모두 일본식으로 발음되니.. 처음엔 이게 뭥미..? 하기도 했죠.
선군(성군).. 기무상(김씨).. 헤인상(해인씨).. 소우루(서울).. 뭐 이런 식이니.. ㅎㅎ
근데 참 대단하죠..? 이게 거꾸로 말하자면..
한국에서 한국 감독과 스태프가.. 일본을 배경으로.. 사또, 나카무라, 겐이치 같은 일본인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한국말로 만든 셈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