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얼서 제6시집
"아들아, 젊음이 아프거든 참지 말고 아파해라"
제3부. 제4부
☞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아침을 열며
신록(新綠)이여
내 창작방 새벽 풍경
입춘이야기(2)
삼월(三月)
우수(雨水)
아침을 열며
까치집에서 배운다
윤슬
우리 함께 희망을 이야기하자
생강나무꽃
제2부 삼월과 사월 사이
천사가 되고픈 너에게
아들아, 젊음이 아프거든 참지 말고 아파해라
남고산성에서
'우리집나라' 공주님
삼월과 사월 사이
와~ 첫눈이다
엄동에 핀 꽃들
10월
억새꽃이 활짝 피었네
금오도에서
제3부 그리움
그리움(11)
그리움(12)
그리움(13)
그리움(14)
그리움(15)
그리움(16)
그리움(17)
그리움(18)
그리움(19)
그리움(20)
제4부 멈출 수 없는 방랑
시업(詩業)
멈출 수 없는 방랑
코르딜니네(cordyline)
코로나19(COVID-19)
나팔꽃 순정
종교도 하나쯤은
엔젤트럼펫
삶이란 늘 비상대기조
팬데믹(pandemic) 선언
기울어진 운동장
제5부 용두사미(龍頭蛇尾)를 고백하다
겨울 연못가에 걸터앉아
아부지
용두사미(龍頭蛇尾)를 고백하다
나무야 나무야
곤지산 초록바위에서
그때가 인생의 봄날이었네
자화상 언어폭력
얼레지꽃(1)
얼레지꽃(2)
그믐밤 연정
제6부 억새꽃과 어머니
모성(母性)
어머니는 열공 중
억새꽃과 어머니
울 엄니
헝겊때기 우산
도솔산 장사송(長沙松)
인생길
꽃샘추위
창과 방패
서운함 아직 남았거든
시인의 말
시작(詩作)에서 탈고까지
또 한 번 그렇게 산고를 무사히 끝마쳤다
여섯 번째 시집이다
뭔가 좀 아쉬운 듯한 느낌이면서도
마냥 행복한 순간이다
졸시 60편을 묶었다
맨 앞 선봉에서 60편의 장졸들을 이끌 히어로,
책의 표정을 고르느라
일주일을 고심했다
『아들아, 젊음이 아프거든 참지 말고 아파해라』
짧지만 긴 호흡을 거쳐
이번 시집의 얼굴로 내걸 수 있었다
마냥 홀가분한 순간이다
두근두근 키워낸 애작(愛作)들이다
먼 길 장정에 오르는 녀석들의 건승을 응원하며
독자와의 만남을 기대해본다.
모악산 자락에서 박 얼 서 拜
그리움 (11)
그리움 (12)
그리움 (13)
그리움 (14)
그리움 (15)
그리움 (16)
그리움 (17)
그리움 (18)
그리움 (19)
그리움 (20)
그리움(11) / 박얼서
깜박거리는 등대탑 잔물결 위로
가물거리는 그리움 한 조각
아직도 그날들 기억들 지우질 못해
낯선 해안가를 서성거리나
수평선 하늘가에 두고 온 노을빛
오늘 또 어느새 만취했구나
석양은 그대로 옛 시절 기억하는데
갈매기 울음소리 처량함이라.
그리움(12) / 박얼서
아직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공동샘 우물가에 빠알간 앵두알처럼
아직도 익어가고 있는 것들
지울 수 없는 수많은 기억들이 있다
오가며 스쳐갔던 인연들
화수분처럼 샘솟는 상념들
내 시업(詩業)이야말로
절필하는 그 순간까지도 짊어져야 할
빚더미였나 보다
숙명인가 보다.
그리움(13) / 박얼서
울안에 감나무 묘목 한 그루 심으시더니
올해도 어김없이 발길하시더니
새싹들 키워 하이얀 감꽃 주렁주렁 매달더니
푸르른 이야기 넘치도록 매달더니
여름 지나 가을철 늦게까지 행복하시더니
까치밥 하나 석양녘에 걸렸네.
그리움(14) / 박얼서
그리움(17) / 박얼서
친구야, 우리 다시 남덕유산에 오를 수 있을까
그날처럼 설산 준령을 넘을 수 있을까
이것저것 다 잊고, 그까짓 내일도 덮어두고
그때처럼 육십령 고갯길을 걷고 싶구나.
그리움(18) / 박얼서
아부지는 늘 나에게 이르셨다
"너무 똑똑한 척, 너무 설쳐대지 말아라
그렇다고 해서
너무 겸손한 척, 너무 어리석은 척,
이것 또한 걱정거리다"
아부지께선 늘
넘치는 것들을 지적하셨다
과욕을 경계하셨다.
그리움(19) / 박얼서
2 - 9 = -7
(-2) × (-9) = 18
2 ÷ 9 =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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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매입세액 안분계산
x + y = d
ax+ by =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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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실적 마감 속보
(단위 : 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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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20) / 박얼서
낮술로 시작된 그날
봄날의 내 마음, 엄동 같았던 그 마음 놓질 못해
쓰고 또 지우고, 쓰고 지우고
날밤을 지새우고도
그 석 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멈춰버린 시간
끝내 미완으로 남겨진 그리움
느닷없는 그날
또렷또렷한 그날.
제4부 멈출 수 없는 방랑
시업(詩業)
멈출 수 없는 방랑
코르딜니네(cordyline)
코로나19(COVID-19)
나팔꽃 순정
종교도 하나쯤은
엔젤트럼펫
삶이란 늘 비상대기조
팬데믹(pandemic) 선언
기울어진 운동장
시업(詩業) / 박얼서
천 년을 노래하는 고사목이여
그대는, 살아서 천 년
죽어서도 천 년이랬지
시업에 빠진 나는, 살아서 백 년
죽어서는 만 년을 꿈꾼다오.
멈출 수 없는 방랑 / 박얼서
코로나19 (COVID-19) / 박얼서
봄비 같은 겨울비가 밤새껏 내 밤잠을 도왔어도
세상과 나는 불면증이었다
어쩐지 생각은 많고, 갈 길은 멀어
걱정하는 마음 하나 얹는다
누군 인연도 악연처럼 내팽개치고
누군 악연마저도 인연으로 보듬어 달래느라 바빠서
겨울비가 내리는 줄도 몰랐을 거다
지난밤에도
지구촌 곳곳 생태계에서는
감염원을 찾아내느라
차단을 막느라
현장에서, 실험실에서, 상황실에서
날밤을 지샜을 터이다
인류에게 있어 신종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언제나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오늘도 방패로 맞서야 하는 신념들은
전대미문의 정체 모를 병원균들을 상대하느라
밤낮도 잊은 채로
자신을 내던졌다
그런 와중에서도
범죄 혐의가 짙었던 누군가에겐
구속영장이 집행됐다
신(神)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사랑이셨다
하늘이 우리들에게 적개심을 품었을 리는 없다
질병의 원인과 책임도 다 인류의 몫이다
덮어둔 책장을 펼쳤다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은유 속으로
청각을 한껏 곧추세운다
우린 서로 소통으로 하나되는 일이다
바이러스(COVID-19)라는 침략자에 맞서
인류로 백신으로 하나되는 일이다
너와 나 우리들이야말로
우리들 인류야말로
국경이 아닌 지구촌의 한 가족들인 셈이다
함께 가야할 운명인 셈이다
오늘을 깊이 되새긴다.
나팔꽃 순정 / 박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