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을 다녀오면 늘 현지에서 니혼슈(사케)를 찾습니다.
어차피 술을 좋아하지만..
이젠 '맛'이 없는 한국식(희석식) 소주를 마시지 않으니..(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시기는 지났다^^)
도수가 적당하고 향미가 있는 막걸리나 와인에.. 언젠가부터 이 일본술들도 참 좋아졌어요.
니혼슈(사케)가 한국에선 엄청나게 비싼 술들인데.. 정작 현지에선 상상 이하로 싸지요.
초창기엔 유명관광지 근처나 아니면 간사이공항 면세점에서 주로 샀었는데..
그럼 결국 닷사이 39나 23, 혹은 구보타 센주나 만쥬 같은 거의 '한국인 전용(?) 사케'들만 사게 되더라고요.
언젠가 교토의 한 사케점에서 4500엔대에 사왔던 닷사이23이 한국 주점에서 20~30만원 받고 파는 거 보고 깜놀..
역시 4천엔 대인 구보타 만쥬가 역시나 서울에서 20만원 넘게 팔리는 거 보고 다시 깜놀.. 미쳤구나.. ㅠ
그래서 이젠 그냥 늘 면세 범위 내인 두병씩은 사옵니다.
사실 더 사도 되지만, 술은 들고 오기 무겁기도 하고.. 술 많이 마시면 좋을 것도 없죠.
일본여행 초기엔 항상 저런 유독 한국에서 유명한 술만 사다보니 그맛이 그맛..
준마이다이긴죠 술이 사실 뭐 그리 특별한 맛이 있겠습니까..?
향으로나 마시지.. 원래 그런 술이 아닌 건데.. ^^
그걸 알기 시작한 후 가능한 지역 니혼슈 소위 '지자케'를 찾게 되더군요.
게다가 닷사이나 구보타는 이상하게 가격을 올렸습니다. 그 정도 수준의 술이 아니었는데.. 올려도 한국인들이 살 거란 거지요. ㅠ
심지어 아사히주조는 '닷사이 미라이에'나 '닷사이 소노사키에(비욘드)' 같은 골때리게 비싼 제품을 내놓고는 배짱을 팅기는 정도입니다.
이 섀키들이 정말 한국인을 물(호구)로 아나.. ㅠ
아마노하시다테와 이네초에 갔을 때..
지역 양조장인 무카이주조에서 유명 상품인 '이네만카이(이네만개)'와 '교노하루(교토의봄, 봄에만 판다는)'를 샀었지요.
병 디자인이 허접하지만 가격은 예전 닷사이23이나 구보타만쥬에 필적했던 고급주인데요.. 맛이 꽤 근사했었습니다.^^
큐슈의 후쿠오카나 구마모토 인근만 해도 훌륭한 지역주들이 많고..(물론 남쪽이라 소주가 유명한 게 많음, 구로기리시마 같은.)
양조용 쌀의 최고봉으로 치는 '야마다니시키'의 본고장인 니이가타현에도 당연히 많다고 하며..
우리가 꺼려하여 잘 안가는 후쿠시마현만 해도 니혼슈로는 최고수준 '작품'이 나오는 곳이라 하죠.
효고현 고베 남부의 술창고 '나다'지역이야 뭐 말할 것도 없어요. 옛부터 교토나 오사카 귀족들을 위한 술을 만들던 곳이니.. ^^
오랜 수도였던 교토의 후시미구에도 한국인에게 유명한 켓케이칸(월계관)이 있습니다.
혹카이도에는 그 유명한 '오토코야마(남산)'가 있죠. 다음번에 삽포로에 가면 남자의 술 오토코야마를. ㅎㅎ
이번에는 나라에 갔으니.. 당연히 나라의 술을 구했습니다.
1. 유초(유장)주조의 '카제노모리' 알파2
이름부터 멋진 카제노모리(바람의숲). 나라 특산의 발포성 니혼슈로 유명한데.. 정말 나라 아니면 보이지도 않는 제품입니다. 진짜 구하기 어려웠음. ^^
거기도 8**같은 다른 카제노모리 술은 꽤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 중의 최고라는 알파2는 한병 남아서 얼릉 겟. ㅎ
2. 치요(천대)주조의 '쿠지라' 준마이긴조 나카도리 나마
드라이한 생주에 약한 기포가 있다고 하는데.. 치요 건 워낙 알아주는 술이고.. 이 쿠지라 역시 한병 남아있던데..
시오미네와 같이 주조를 위해 자기네 논에서 직접 경작하고 수확한 쌀로만 만든다는 제품입니다.
나카도리는 술 만들 때 처음 나오는 거랑 마지막 찌거기 나오는 거 빼고 중간 걸로만 만든 거라는 얘기인 걸로 알아요.
3. 이마니시(금서)주조의 '미무로스기' 준마이긴죠
나라현 사쿠라이시에 있는 이마니시양조장의 술로 니혼슈 금상 여러번 받은 뛰어난 술이라고 합니다. ^^
준마이다이긴죠도 있지만.. 이상하게 준마이긴죠가 더 유명하더라고요.
4. 하루시카(춘록)주조의 '초(?)카라구치(엑스트라 드라이)' 준마이
나라시에 있어서 가장 구하기 쉬운 하루시카. 강력한 카라구치 술로 호텔서 혼자 마시려고 작은 병으로 샀음다.
하루시카는 상당히 좋은 니혼슈를 만든다고 하고 제품도 아주 다양한데.. 이번엔 이 정도로 참았습니다. ^^
하루시카는 호텔에서 이틀만에 사시미나 스시 반주로 다 마셔버렸고.. 한국엔 저 3병만 가지고 왔는데..
이번 주말부터 마셔봐야겠어요.
뭘로 먹나.. ㅎㅎ
p.s.
사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인 '사케'는 그냥 일본인들이 '술'을 통칭하는 말이라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사케"는 '니혼슈'라더군요.
그들 입장에선 맥주도 사케, 청주(니혼슈)도 사케, 소주도 사케, 와인도 사케, 위스키도 사케인 거..
물론 그냥 '사케'라고 해도 일본인들 대개는 알아듣기는 하드라고..^^
p.s.2
참, 저 술들이 한국인이 접하기 어렵고 구하기 어렵다는 거지.. 가격은 안비쌉니다.
쥬욘다이나 지콘 같은 그런 애들이 아니라는 거. 그래서 더 인기일까요..? ㅎㅎ
카제노모리 알파2가 3300엔, 쿠지라 준마이긴죠가 2200엔, 미무로스기 준마이긴죠는 1900엔 정도..
현지인들 가는 다찌노미 같은 선술집에서 인기있는 술이죠. 진짜로 맛있다는 말.. ㅎ
요즘은 왠만해선 준마이다이긴죠도 사지 않슴다. 그냥 준마이긴죠나 준마이 정도로도 충분해요. 혼죠주도 좋은 건 좋습니다. ^^
각 술 주조장의 독특한 맛이 나려면 저런 게 더 좋고.. 너무 많이 정미한 쌀로 만든 술은, 향은 있지만 그저 밍밍하거든요.
아미노산이 너무 없어져버리니까 감칠맛이 남을 리가 없죠.
키모토(생효모 발효방식의 전통 제조법)나 야마하이(전통제조법 중 으깨는 과정을 생략한 제조법) 같은 술들이 더 좋드라고요.
첫댓글 역시 맛을 아시는 분! 저는 일본 출장 중 니혼슈 먹고 크게 고생해서....ㅠㅠ 이젠 그저 맛으로 한잔 정도만 즐겨요.....
음식 때문이 아니고요..? 니혼슈는 그리 나쁘지는 않을 건데.. 많이 드신 모양이군요. ㅠ
하긴 한국사람들이 일본 가서 니혼슈 마시기 시작하면 한국보다 너무 싸기에 온김에 많이들 마신다고 하더군요.
청하 마시고 취하면 드럽게 취한다는(고생한다는) 말이 있으니.. 사실 이건 청주만이 아니라 발효주는 다 그렇습니다. 와인도 그렇고 막걸리도 그렇고.
저도 술을 즐기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아서.. 저 720ml 짜리 따려면 세사람 정도 필요합니다. ^^ 아내와 딸들이랑 있을 때 따야죠 뭐.
@질주본능 네 술이 달아서 홀짝대다가보니...거의 한병을 다 마셨더라구요(750ml) ㅠㅠ 이틀 고생했었더랬어요 ㅜㅜ
@전탤제로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면 주로 찾는 술들이 대개 준마이다이긴죠나 최소한 준마이긴죠급 이상이라.. 술이 달아요. 그런 것들일수록 차게 마시는 술인지라.. 순하게 느껴지고.. 그러니 많이 마시게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