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술 전문가는 아닙니다.
술 애호가 쯤이라 할까요..
발효주인 맥주 정도는 직접 만들어도 먹는 편이이서 맥주에 대해선 공부도 했었는데..
막걸리를 좋아하지만.. 그외에도 와인도 좋아하는 편이고.. 청주계열도 즐깁니다.
뭔가 알고싶어하는 게 천성인 지.. 스포츠에 대해서도 차에 대해서도 그리고 술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게 되네요.
일본 여행을 하다보니 혼술을 하게 되고.. 처음엔 캔맥주를 사마시다가 니혼슈를 먹게 되고..
그러다보니 해당 술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찾아보고.. 술집에 가면 주인장이나 직원에게 물어보고..
뭐 이렇게 되드라고요. ^^
일본 선술집 다찌노미에 가면 주인장이 마스잔에 더블로 가득 따라주는 잔술이 정겹잖아요. ㅎ
작은 됫박처럼 생긴 사각 나무잔(마스잔)에 길쭉한 유리잔을 넣고 그 위로 넘쳐흘러 두 잔을 모두 채울 정도로 부어 줍니다.
그게 한잔의 잔술이에요. 양이 엄청 많죠. ^^
이건 그냥 개인적인 체험과 선호도로 얘기하는 것이니, 다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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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슈(사케)를 구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합니까?
[1] 니혼슈(사케)를 구하는 이유가 선물인가요?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누구나 다 아는 닷사이(23, 39, 45)나 구보타(만쥬, 센쥬) 같은 제품이 좋기는 합니다.
일단 우리나라 사람들은 진짜 술맛을 잘 모르기 때문에 유명회사제품에 '준마이다이긴조'라고 쓰여야 좋은 술인 줄 알아요.
학까이산이나 오토코야마의 준마이다이긴죠들도 좋습니다. 병 디자인도 멋져서 선물하기 짱입니다.
한국인들은 특히 닷사이 니와리산부(23%)랑 구보타 만쥬(만수)를 최고로 치는 민족입니다. ㅋㅋ 술을 잘 몰라도 이 이름을 알더라고요.
[2] 선물이 아니라 내가 마실 거라면..?
일단 본인 입맛을 알아야 합니다.
1) 일본 '주도'를 이해하고 카라구치(매운맛,칼칼한맛)와 아마구치의 차이(부드러운맛,단맛)와 이 중 어느쪽을 선호하는가?
2) 내가 다이긴조 긴조 혼죠주 등 주조미(쌀)의 정미율에 민감하게 느끼는 타입인가?
3) 준마이(순미, 쌀로만 만든 술)와 비준마이주를 느끼는가?
가장 입맛을 좌우하는 건 일본'주도'입니다.
주도란 알콜 도수가 아니라, 일본술의 맛의 강약 정도를 평가한 수치라고 보면 됩니다.
정확하게는 물의 비중을 0으로 할 때 해당 술의 비중(밀도)인데.. 당분이 많은 술은 비중이 높아서 마이너스(-) 수치를 나타내게 되지요.
그 반대는 플러스(+)수치가 됩니다(카라구치).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강한 입맛의 드라이(dry)한 술인 겁니다.
맥주 중에 어느 쪽을 선호합니까?
아사히 수퍼드라이? 그럼 웬만하면 카라구치쪽(드라이, 주도가 높은 쪽, 매운맛)
기린 이치방? 그럼 되도록 아마구치쪽(소프트, 주도가 낮은 쪽, 단맛)
카라구치 술들이 목넘김이 있습니다. 주도가 높아지면 칼칼하거든요. ㅎ
바디감이 있고 강한 맛을 내는데.. 초울트라캡짱 카라구치 사케는 주도가 10이 넘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14까지 마셔봤는데(17이었나? 기억이 잘).. 사실 6~7만 되도 꽤 구별이 됩니다. 쨍하지요.
일본의 흔한 선술집에선 이런 니혼슈가 어울립니다. 야키도리나 오뎅을 놓고 마시는 술로는 주도가 강한 술이 좋죠.
값비싼 최고급 니혼슈 준마이다이긴죠 중엔 이런 게 잘 없지요. 그런 건 카라구치라 해도 그저 적당한 수준이더군요.
남성적인 술일수록 카라구치 계열이 강하게 보입니다.
아마구치 술들은 반대입니다. 그냥 부드러운 술입니다. 술을 잘 못하는 여자들은 이걸 선호할 수 있습니다.
풀냄새나 꽃향기 비슷하게 나기도 합니다. 쌀맛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아마구치 사케는 거의 없으므로 주도가 1 근처 정도 되는 애들 사면 됩니다.
사시미나 스시를 먹으면서 곁들이면 약간 비릿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차게 해서 음미하는 술이죠.
개인적으로 이런 술은 화식, 즉 덴푸라 같은 보통의 일식에 곁들이면 더 어울릴 거 같습니다.
강한 맛을 내는 한국 음식엔 좀 그닥이에요.
정미보합(정미율)은 수치(%)가 낮을수록 많이 깎아내고(정미하고) 남은 속쌀로 만든 니혼슈이며, 따라서 대개 고가입니다.
잘 알려진 아사히주조의 닷사이를 예로 들자면 23 > 39 > 45 순으로 많이 깍아냈다는 뜻입니다. 모두 준마이다이긴죠급이지만 가격차이가 제법 납니다.
정미보합이 49라면, 쌀의 겉부분에서부터 51%를 깎아내고 49%만 남겨서 주조했다는 말인 거에요.
50% 이하면 다이긴죠입니다. 60이하면 긴죠. 그래서 요즘은 개나소나 다이긴죠지요. ㅎㅎ
솔직히 49인 다이긴죠랑 50인 긴죠가 대체 무슨 차이가 있겠어.. ㅋㅋ
실제로 정미보합 50인 어느 술은, 전에는 긴죠로 표시하다가 최근에는 다이긴죠로 표기하기도 하더군요.
이게 낮은(정미를 많이 한 쌀로 만든) 술들은 대개 잡미가 별로 없습니다만.. 이게 반드시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사실 밍밍해요.. ^^ 그냥 쌀전분 발효한 거 말고는 아무 맛도 없기도 하거든요.
이미 50% 미만의 준마이다이긴조급에서 더 극한으로 깎아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일종의 상술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대부분 사용하는 주조미인 야마다니시키 쌀은 우리가 보통 밥으로 먹는 그런 쌀이 아니라 쌀알 크기가 아주 거대한 주조전용 쌀인데요..
그래서 그렇게나 깎아내도 주조할 부분이 남아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걸 뭐하러 20%대만 남길 정도로 정미한다는 건 지.. 좀 우스운 일이죠.
닷사이가 23%로 히트를 치더니만 22짜리도 등장했고.. 8%짜리도 보긴 했습니다만.. 무슨 신기록 경신대회도 아니고.. ㅠ
준마이냐 아니냐는.. 술주조시 쌀로만 빚었느냐 아니면 뭔가 다른 것도 넣었느냐의 차이인데..
이 역시 반드시 준마이가 더 낫진 않습니다. 물론 준마이다이긴죠급이 일반적으로는 가장 비싼 취급을 받기는 하는데..
일부 회사는 일부러 준마이가 아닌 니혼슈를 만들기도 하니까요.
준마이 술들은 쌀의 전분만을 사용하여 발효되기에 뭔가 독특한, 특별한 맛은 잘 나오지는 않더라고요.
빌헬름1세의 '맥주순수령'에 따라 제조한 정통 독일산 맥주가 반드시 벨기에 맥주보다 나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
준마이지만 일부러 긴죠 이상으로 출시하지 않고 특별순미, 즉 토쿠베츠준마이 급으로 만들어 내놓기도 하고요.
그외에도 나마자케(생사케)냐 아니냐의 차이도 있고..(생맥주나 생막걸리와 일반주류의 차이, 살균열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
나베시마나 카스미쯔루의 일부 제품 처럼 시즈쿠시보리(방울방울 내리는 방식)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다든가..
혹은 닷사이 니와리산부(2할3분, 23을 말한다)의 고급제품처럼 원심분리기법으로 만들기도 하고..
학카이산의 유키무로 처럼 눈속에 3년간 파묻어 저장(숙성?)했다가 판매하는 방식도 쓰지요.
발포성 니혼슈도 있지요. 대표적으로 그 유명한 카제노모리가 있습니다만. ^^
카제노모리 알파2 같은 술은 준마이다이긴죠라고 표기하지는 않지만, 정미보합이 무려 22입니다. 장난 아닌 거죠.
발포성이야 바로 확인이 쉽게 되는데.. 발포성 니혼슈는 특이한 즐거움을 주며..
토쿠베츠, 나마자케도 꽤 다르더라고요. 생사케류는 데우면 안됩니다.
시즈쿠시보리는 잘 구별 못하겠습니다. 원심분리는 마셔본 적 없고. ㅎㅎ
유키무로는 주도가 마이너스인 진짜 아마구치 술이라..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나에겐 그닥이었습니다. ^^
키모토(생효모발효) 술은 정말 맛있었지요. 효고현 특산인 카스미쯔루의 키모토를 마셨었는데.. 정말 최고더라고요.
하지만, 그 술이 비싼 니혼슈가 절대 아니었다는 거. ㅎ 근데 파는 데가 잘 없어요. ㅠ
사실 니혼슈(사케)는, 맛과 향에 따라 훈주(쿤슈), 상주(소슈), 순주(쥰슈), 숙주(쥬쿠슈)의 네 부류로 나뉘어집니다만..
그건 너무 주관적이고도 전문적인 분류라 알기 어렵던데..
개인적으로는 순주(쥰슈)계열의 술을 좋아하긴 합니다. 키모토나 야마하이, 토쿠베츠준마이 뭐 이런 '맛'이 있는 애들요. ^^
(향이 적고 맛이 강한 타입. 상온에서 마시는 편)
주욘다이를 비롯 지콘.. 닷사이나 구보타 류의 최고급 준마이다이긴죠들이 대개 훈주(쿤슈)들이며..
(향이 강하고 맛이 적은 타입. 히레(차게)로 마시며 향이 풍부하고 대개 별 '특별한 맛'은 없다)
나마자케류나 카제노모리 같은 것들이 아마 상주(소슈)일 거에요. 나도 이게 맞는 지는 잘 모릅니다. ㅎ
(향과 맛이 모두 약하며 깔끔하고 산뜻한 타입. 가장 흔하다 하며, 대개 차게 해서 마셔야)
숙주(쥬큐슈) 계열은 장기숙성주나 오래된 술이라 본적도 없습니다. 별로 찾고 싶지도 않고. ^^ 굳이 청주를 그렇게..^^
(향과 맛이 모두 강한 타입)
첫댓글 늘 궁금했었는데, 깔끔하게 정리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글 써보면서 미리 속의 내용을 정리하는 거지요. ^^
'나츠코의 술' 전권을 읽은 느낌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 책이 있는가 보군요. 일본술 관련이겠지요..?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가끔 일본여행을 가게됨.. 어딜가도 첫번째로 기린생맥주를 마십니다. 소프트한 목넘김이 좋아서요^^ 일본소주먹고 속이 버려서 하루 통째로 날린적도 있고요 ㅎ 일본 싫어하는데. 아이러니합니다 ..
@도이파파
저도 사실 맥주로 치자면.. 처음 일본 갔을 때.. 기린 생맥주 직영바에서 잔술로 팔던 그 기린생맥주가 최고였습니다. 지금도 좋아요.
10여년이 후 다시 갔을 때 찾아봤지만, 최근에는 그런 맥주 바가 사라졌다는군요. 한번만 짜내렷다는 이치방시보리 제품이 정말 좋죠. ^^
우리집에도 큐슈 갔을 때 사온 저 구로기리시마 소주가 있는데.. 언제 다 마시나 싶을 정도로.. 마시다 말았지요. 저도 사실 이런 소주는 별로더군요. ㅠ
저게 아마 가고시마 산이죠..? 그 동네라면 보리소주가 아닌 고구마소주일 테고..
와! 글 잘 읽었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요즘 닷사이23 맛있어서 즐겨 먹고 있습니다
네.. 닷사이 준마이다이긴죠 들은 다 괜찮은 술입니다.
하긴 닷사이 니혼슈들은 다들 다이긴죠급들이니.. 좋은 술이죠. ^^
저 개인적으로는 닷사이 중에서는 39를 제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