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새자 한국 경찰이 와서 우리들을 또 기차에 태웁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대구 입니다.
대구역은 말만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엄청 큽니다.
그런데 대구역에 흰옷을 입은 피난민들이 가득하고 대합실과 밖에도 꽉 차 있습니다.
국군이 트럭을 가지고 와서 나와 몇명을 태우고(다른 환자들은 또 다른 트럭으로)
트럭이 시내를 지나는데 어디에나 하얀 옷을 입은 피난민들 뿐입니다.
남한 사람들이 다 대구로 온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옷감을 현대적으로 짜는 기술이 없어
가정마다 목화를 심어 물레로 실을 뽑아 광목을 짜고
광목으로 바지 저고리를 해 입기에 한국은 어디를 가도 다 하얀 옷으로 똑같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은 선진국이 되어 눈이부신 여러가지 옷들을 만들어 입는데, 한국은 다 똑같이 하얀 옷뿐입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대구도립 병원입니다.
우리가 도립병원에 들어가자마자 송장 썩는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그리고 병원에는 경상도 사람들이 많아 그들은 큰 소리로 지껄이느라고 그런지 병원이 몹시 시끄럽습니다.
나는 어린이기에 어린이만 있는 작은 병실로 옮겨졌는데, 나 까지 4명의 어린이들이 아주 작은 나무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매트리스도 아닌 그냥 나무 침대 입니다.
나는 병원에서 주는 한장의 담요를 깔거나 덮습니다.
그런데 대구가 얼마나 더운지 병실문을 항상 열어두고 창문을 열어놔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대구 도립 병원에서는
의사가 부족하고
간호사가 부족하고
약품이 부족하여
3일에 한 번씩 치료를 한다고 합니다.
날은 더운데 3일에 한 번씩 치료를 하니 상처가 썩느라고 송장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가 봅니다.
조그만 창문밖에는 은행나무들이 가즈런히 서 있고 은행 열매가 가득합니다.
나는 하루종일 그 열매를 세다가 다 못세고 끝이납니다.
나의 두명의 형들은 황간에 떼놓고 왔기에 나 혼자 고생을 합니다.
오줌이 마렵거나 똥이 마려워도 참는데 나중에는 어린이의 어머니에게
'오줌이 마려운데 좀 도와주세요"
라고 하자 아이의 어머니는 내가 혼자 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 도와주십니다.
그리고 밥이 오면 밥도 멕여 주십니다.
(계속)
첫댓글 즐독이요
경하1님 오셨군요 늘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