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4일(토)
어제 작은 눔이 휴가를 나와서 오랫만에 네 식구가 전부 모였기에 읍내에서 한잔했던 게 과했던지 머리가 띵~하다.
아침부터 매미소리가 요란 한 걸로 봐서 오늘도 상당히 무더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이 늦어질 것 같으니 오늘은 광나무부터 손질을 해야겠다.
회사에서 빌려온 엔진전정기에 연료를 넣고 시동을 걸어 길가 쪽 울타리를 전정하기 시작했는데, 이 곳은 나무가 부실해서 자를 것도 별로 없다.
복합비료와 포대퇴비를 섞어서 만든 거름을 넣어준다면서도 차일피일 미뤄져서 아직도 여기는 거름발이 없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윗 논둑에 심어진 밤나무가 무성해져서 우리터의 감나무는 그 수세에 눌려 햇볕보기가 어려우니 언제 올라오면 밥나무가지치기를 하라 일러야 겠다.
윗 논과 경계가 되는 곳에 심은 광나무는 무성하게 잘 자랐는데 전정기가 지나가면 반듯하게 잘라지니 모습이 이뻐지고 있다.
지난번에 정정가위로 잘라주었지만 그 사이에 무성해진 가지가 논둑을 침범하고 있으니 윗 논 주인이 논을 둘러볼 때 마다 짜증이 났을 것이라 생각된다.
수세도 잡을 겸 과감하게 잘라서 논둑을 걸을 때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하면서 컨테이너쪽으로 가니, 심지 않았는데 컨테이너 아래쪽에서 나왔던 호박순이 광나무를 넘어 토마토까지 덮었기에 과감하게 잘라버렸다.
전에 닭장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우리 터 중에서 가장 영양이 풍부한 곳이지만 컨테이너가 설치되면서 아깝게 되었다.
골반바지도 나와서 마당의 잡초를 뽑고... 바깥쪽의 전정을 마치고 안쪽까지 마치니 깔끔해져서 보기가 좋다.
2층 발코니로 올라가 광나무를 내려다보니 깔끔하기는 한데 닭장으로 이어지는 코너진 곳이 배가 불룩하고 조각밭쪽의 수세가 두터워서 그 쪽은 더 잘라내야 겠다.
발코니에서 본 곳을 수정하고 다시 올라가 내려다보니 만족할 만큼 잘 잘라져 있다.
비닐하우스쪽 광나무를 잘라내고 늦은 아침을 먹었다.
작은 눔은 오늘이 생일이어서 휴가도 맞춰서 나왔다는데 오후에는 여수에서 오는 친구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우리가 일어나서 일하는 동안에도 아들 두 눔은 늦잠을 자고 있다.
돌담을 따라 땅으로 내려온 호박순을 정리해 주고 잔디사이에 풀을 뽑으며 애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애들이 아침먹기를 기다려 둘째와 같이 뒷산 임도에 있는 견치돌을 가지러 출발했다.
장성으로 넘어가는 솔재에서 임도로 들어서니 겨울과는 달리 무성해져서 산으로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금년봄에 묘다듬기를 많이 했기에 지난 겨울의 풍경과는 다르게 묘들이 정리되어 있다.
견치돌은 공사하고 남은 것인데 지난 봄에 실어왔었고 몇개 남은 것을 마저 가져와서 밭둑쌓기의 기초로 쓸 계획이다.
견치돌은 7개가 있어서 더블캡에 올리고 되돌아 오면서 몇개의 큼직한 돌을 더 실었다.
모텔앞 노점상에서 수박을 한 통 사고... 마을입구인 큰 길가에 있는 사각시멘트덩어리를 실었다.
시멘트덩어리는 도로표지판으로 쓰였던 것인데 봉이 휘어서 버렸던 것이고 고물장사가 절단기로 봉을 떼어가고 남은 흉물이지만 나에게는 밭둑쌓기의 좋은 재료가 되는 것이다.
둘이 겨우 들어올려서 싣고 마을 시정을 지나는데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쉬고 있다가 시선을 우리에게 맞춘다.
딱히 꺼리없는 시골에서 차가 한 대 만 지나가도 구경꺼리고 관심이어서, 뒤에 실려진 돌을 보고 각자의 생각은 다~ 다를 것이다.
데크계단아래 있던 깨진 절구통을 쪽문옆으로 옮기고 거기에 있던 돌확을 계단앞으로 옮겨 부래옥잠과 물풀을 나눠놓으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옮긴 절구통은 지난 겨울에 눈이 녹았다가 얼면서 깨졌는데 물이 바닥쪽에만 담아지기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앞으로는 화분으로 쓸 계획이다.
장마 뒤끝이라지만 가물어서 소나무묘목 두 그루가 죽은 게 확인된다.
일기예보대로 라면 비가 오겠지만 임도에서 들었던 천둥소리도 지금은 들리지 않고 하늘에 구름이 벗겨지고 있으니, 하늘만 믿을 게 아니고 물을 뿌려 주어야 겠다.
친구는 잔디밭에 스프링클러를 돌리고 있지만, 우리는 물이 약해서 스프링클러도 돌지않으니 호스를 연결해서 옮겨가며 주어야 할 것이다.
화단의 송엽국도 물이 부족한지 싱싱한 모습이 아니어서 오후에는 물주기를 하면서 다른 일을 해얄 것 같다.
골반바지가 여동생네 집에서 올라오기에 물엇더니 조카친구들이 몰려들어서 여동생이 오랫만에 올라왔다고 한다.
살림을 모르는 여동생이지만 화단에 있는 부추를 잘라서 다듬고 있는 모습은 그 동안에 보지 못 했던 주부의 모습이다.
다시 올라오면서 제작년에 김장했던 게 썩은 김치통을 리어카에 싣고 길따라 윗쪽으로 올라가 법면에 버리는데 똥통을 퍼내는 이상으로 냄새가 고약하다.
물호스를 옮겨가며 물을 주고 있는데 매제가 한잔하자는 싸인을 보내는 것으로 봐서 잠시 사이에 여동생은 읍내 아파트로 내려간 모양이다.
첫 잔을 마시고 있는데 예상치도 않았던 빗소리가 들려 마음이 바쁘다.
고인돌에 널어 놓았던 고추도 걷어야 해서 가보니 양이 많지 않아서 골반바지가 이미 거실로 옮겨 놓았다.
다시 내려와 한잔하는데 비가 다시 시작되었다.
흘러가는 구름으로 봐서는 계속내리지 않을 것 같은데 강약 중강약으로 조절되면서 10분넘게 비가 내렸다.
고여서 해갈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라도 고마울 따름이다.
엊그제 수요일 날 밤에 골반바지를 데리러 왔을 때 이수형님이 갑자기 매제에게 찿아와 한잔 하고 있었는데 500만원을 빌려 달라고 하더란다.
그럴 돈이 없다고 하니 이수형수가 왔고 아랫집 할머니까지 와서 부탁했다는데, 나중에는 짜증까지 부렸다고 하니 이해하기가 좀 어렵다.
가끔씩 돌발상황을 만드니 우리가 햇갈리고... 나중에는 나를 지칭해서 "이제는 화해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 어쩌고..."했다는데 그 건 뻔한 얘기다.
비겁한 이수형님네 사촌동생과 화해하라는 얘긴데, 용서를 구해야 마땅하지 나하고 화해할 일은 아니다.
나를 겨냥해서 지 눔 멋대로 씨부리고 다닌 죄값은 충분히 치뤄졌다고 생각들 때 용서할 생각인데, 이수형님은 자기의 잣대로만 해결하려 하고 그 눔은 뒤에 숨어서 내 화가 풀리기를 눈치보는 모양이지만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면 또다른 상황을 만들 것이다.
그렇게 대화하고도 솔직하지 못 한 눔을 가장 싫어하는 내 성격파악도 아직 되지 않았는가 싶어서 뭐라 표현하기가 좀 그렇다.
골반바지와 매제네 집에서 나오다가 길가화단의 풀을 뽑기 시작했다.
친구가 와서 자연스럽게 합류하니 짧은 시간에 풀은 자취를 감췄다.
친구네 파고라에 앉아 있는데 다시 비가 내린다.
케익을 사러 나갔던 애들이 돌아왔다가 다시 나가더니 둘째 눔의 친구들이 도착했다.
올라갔다 내려온 골반바지의 얘기로는 잠시 집을 둘러 보더니 당구장에 간다면서 다시 나갔다고 한다.
비가 그치자 읍내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인지 말끔하게 차려입은 꼴통영감이 밭을 둘러보러 갔다가 돌아오면서 우리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우리집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지나간다.
"우씨~ 한번 보는데 5,000원씩인데..."하는 내 말에 친구와 골반바지가 의미있는 웃음을 짓는다.
혹시나 모르니 내일로 미뤘던 친구네 광나무를 잘라야 겠다.
일정높이로 계속 잘라가는데 친구와 골반바지는 내 곁을 졸졸 따라 다닌다.
나무가지에 있던 빗물과 땀으로 몸이 흠뻑 젖었다.
들쑥날쑥이던 광나무가 가지런해져서 친구네 집도 말끔하게 되었다.
우리끼리 저녁을 먹고 기다리니 둘째가 친구들과 들어온다.
생일케익을 자르고 즈네들끼리 자유롭도록 2층으로 술상을 만들어 주었다.
오랫만에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2007년 8월 4일(토)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밤에 모기가 들어와서 몇차례 물렸기에 잠을 설쳤고... 둘째 친구들이 동트는 새벽까지 놀았고 길아래 광주댁네 비닐하우스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도 귀에 거슬려 자다깨다를 반복해서 피곤하다.
골반바지도 잠을 설치기는 마찬가지여서 일어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커피잔을 들고 거실에서 내려다보니 친구도 비때문에 움직임이 없다.
"비가 왔으면..."하는 어제의 마음과는 달리 이제는 일을 해야하니 비가 그쳤으면 하는 바램이다.
휴가라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밀려있는 일을 두고 하는 일없이 앉아 있으려니 마음만 조급하다.
아침먹고 기다려도 비가 그치지 않아서 아랫터 친구에게 내려갔다가 친구가 성당에 갈 시간이 되어서 다시 올라왔다.
비는 어치피 그치지 않을 것 같아서 우의를 입고 작은 소나무밭의 풀뽑기를 시작했다.
화단쪽 조경석밑에는 바랭이가 소나무를 덮어가고 피는 뿌리를 튼실하게 키워서 흙이 덩어리채로 붙어 나온다.
야생화하는 친구에게서 가져왔던 이름을 잊은 꽃도 무성해져서 이제는 싫증이 나니 그 것도 베어버렸다.
빈 땅을 채우기 위해 무조건 꽃이라면 심던 시기가 지났으니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꽃 이외에는 없애야 할 시기가 된 듯 하다.
비가 그치니 골반바지도 나와서 잔디사이의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눈으로 보기에 편해서 그렇지 잔디키우기는 잡초를 뽑느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해서 포기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전쟁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화단쪽의 풀은 뽑아냈으나 비닐하우스 옆은 베어내고 부직포로 덮어야 효과가 있겠다.
낫을 갈아 하우스가 찢기지 않게 조심조심 풀을 베어나간다.
비때문에 일을 늦게 시작해서 벌써 2시가 되었다.
큰 눔이 "출발하겠다"해서 터미널에 내려주고 돌아와 하우스옆을 마치고나니 4시다.
골반바지는 무성해진 국화를 화단 빈 곳에 나눠심기를 하고 있어서 나는 호박과 오이를 따왔다.
닭장앞은 지면이 높고 막아지지 않아서 물이 흘러들어 안쪽이 질척이니 흙돋우기를 해서 물길을 돌려야 겠다.
조경석사이에 넣겠다고 남겨두었던 흙으로 흙돋우기를 했기에 앞으로 조경석사이에 채울 흙은 친구네 터에서 가져와야 겠다.
잠시 친구네 집에 내려갔다가 올라오는데 이수형수는 밭에서 푸성귀를 다듬고 있다.
벌레가 너무 먹어서 김치담그기도 어려울 것 같기에 닭에게 주려고 우리에게 달라 부탁하려 했는데 그 건 나 만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잠시후 이수형수는 우리가 부르기를 기대하는지 힐끔힐끔 우리쪽을 보면서 내려가는데, 요즘들어 자주 삐지니 그 뒷수발을 들기 싫어서 우리도 일부러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인데 때가 되면 다시 풀어져 올라올 것이다.
예취기를 꺼내 하우스너머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발목을 덮을 정도는 아니지만 다음 주말에 오면 너무 길어 밭으로 뻗어오기전에 미리 예방하는 게 좋을 듯 싶기에 시작한 일이다.
시간이 많이 되어서 빨리 서둘러야 하겠기에 정성들여 하는 편이기 보다는 대충하는 풀베기가 되고 있다.
예취작업을 마치고 둘째 친구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나니 곧바로 떠난다고 한다.
둘째는 친구들을 따라서 먼저 여수로 내려가 놀다가 우리가 도착할 쯤에 집으로 들어오기로 했다.
간단히 소주한잔하고 소나무밭에 약을 치려고 찿으니 하우스안에 쑥이 무성해서 찿을 수가 없다.
농사용하우스는 아니라지만 물건과 비닐사이에서 원하지 않게 크는 잡초들은 너무 무성해서 뱀이 있어도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우선 쑥을 베어서 묶어 벗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농약을 찿아 준비했다.
소나무줄기에 하얗게 백태가 끼어서 이 걸 방재하기 위함인데, 분무기가 시원치 않아서 계속 펌프질을 해야 한다.
우리 밭을 끝내고 친구네 소나무밭으로 갔을 때는 이미 어두워졌다.
벽등을 켜고 친구네 소나무밭까지 약치기를 끝낸다음 하우스를 닫고 컨테이너에 농기계들을 넣어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쳤다.
그러고보니 더블캡에 실려진 돌을 내려놓지 않았는데 지금 당장 쓸 것은 아니니 다음 주말에 내려도 상관없는 일이다.
샤워하고 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밖에 이수형수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살인가 했는데 친구가 고치러 내려가더니 이수형님이 들어오기에 고치라하고 돌아왔다면서 들어온다.
내가 예측컨데 휴즈도 모르는 이수형님이 고치기는 틀렸고 다시 올라와서 부탁할 것이다.
잠시후 내 예견대로 또 다시 이수형수가 찿아와 SOS를 하는데, 전기계통은 매제가 박사이니 거기가서 부탁하라고 내려보냈다.
캄캄한 상황에 전기를 만지기가 그랬는지 아니면 사람귀한 걸 가르치려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매제도 해결하지 못 했다고 하는데, 내려가기가 귀찮아서 나도 못 들은 척 하고 넘겨버렸다.
내가 그렇게 살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아쉽지 않으면 엿가락 꼬듯이 맘대로 판단하고 뱉어내는 버릇은 고쳐야 앞으로 서로가 마음상하는 경우가 없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동네사람들 비위맞추려고 내가 시골에 들어온 게 아니라고 충분히 얘기했슴에도 자기들은 예외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이누무 동네는 내가 여수 눔인지 읍내 눔인지 구분을 못 하는 것 같아서 원!
친구와 같이 저녁먹고 쉬다가 요즘 맛들인 주말극 "대조영"까지 시청하고 여수로 향했다.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늦은 시간인데도 지방도나 고속도로나 마찬가지로 차량이 많다.
집에 도착했으나 작은 눔은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늦게나 들어올 모양이다.
시골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