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이익’하고 찢어지는 고주파 박쥐 소리, 입이 딱 벌어질만큼 높이 쌓여 있는 박쥐 배설물, 자연이 만들어낸 어마 어마한 석회 동굴의 예술품들, 인디아나 존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릴 넘치는 탐험.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경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다크 케이브에 한 번 도전해 보라.
힌두교도들과 관광객들의 이목을 끄는 타이 푸쌈 축제로 유명한 인디안 템플, 바투 케이브. 이곳 바투 케이브에는 템플로 이어지는 272개의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을 오르다 보면 그 4분의 3 지점에 해당하는 204번째 계단 좌측으로 ‘다크 케이브(Dark Cave)’라고 쓰여진 푸른색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이제부터 함께 탐험할 살아있는 석회 동굴, 다크 케이브의 입구다.
2킬로미터에 이르는 다크 케이브는 모두 7개의 동굴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몇몇 동굴은 비행기가 착륙해도 될만한 거대한 규모인 반면, 어떤 동굴은 한사람이 간신히 기어서 빠져나갈 만큼 아주 좁다. 동굴 탐험가이자 다크 케이브 정규 가이드인 ‘수자(Suja)’에 의하면, 템플 쪽 동굴과는 달리 다크 케이브는 아직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미발견된 수많은 굴이 산재한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과거 공산당원들의 은신처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곳곳에 사람의 흔적을 알 수 있는 그림, 필체 등이 남아있는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는 것이 ‘수자’의 설명.
거대한 자연의 예술 작품인 이 다크 케이브는 1970년대 초반 까지만해도 일반인에게 제한 없이 공개되었다. 그러나 동굴에 산처럼 쌓여있는 박쥐의 배설물을 일부 중국인들이 비료로 사용하기 위해 채취하는 과정에서 동굴 생태계는 크게 위협을 받았다. 일반 관광객 역시 동굴을 드나들며 심각하게 동굴을 훼손시켰다. 급기야 동굴은 존폐 위기를 맞았고 결국 다크 케이브의 문은 대중에게 굳게 잠기고야 말았다. 이후 말레이사아 자연보호 협회(Malaysian Nature Society, 이하 MNS)는 셀렝거 지역 동굴 모임을 조직하여 다크 케이브 보호에 앞장서게 되었다.
그러기를 수년. 4년전인 지난 2001년, MNS는 동굴 탐험 활동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정된 전문 가이드가 동행할 때에 한해서 입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무분별한 동굴 훼손을 막기 위함이었다. 기본적으로 다크 케이브는 MNS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데 나이스 그리너리(Nice Greenery Sdn. Bhd. ) 소속의 가이드를 자체 고용하여 민간 탐험 지원자들을 안내하도록 한 것이다. 석회 동굴에 대한 그들의 정보를 민간인들과 공유하고, 살아있는 동굴을 직접 체험해보도록 함으로써 환경 보호에 대한 기본 소양 교육을 시행하자는 목적이었다.
이후 비록 제한적이지만 일반인들도 다크 케이브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태양을 에너지의 근원으로 삼는 동굴 밖 세계와 달리, 박쥐의 배설물이 생태계의 기본이 된다는 가이드 ‘수자’의 말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사뭇 다른 미스테리한 동굴 세상에 조심스런 방문객이 한 번 되어 보자.
◆ 찾아가기 = KL의 Medan Pasar에서 래피드 KL 69번 버스를 타면 바투 케이브까지 약 30분이 소요된다. 소고 백화점 앞에서도 69번, 71번 버스를 이용해 바투 케이브 입구까지 갈 수 있다. KLCC 근처에서 택시로 이동할 경우, 미터로는 약 RM 12.00 정도이며, 보통 RM 15.00-RM 20.00 정도면 택시기사와 합의가 가능하다.
◆ 활동 과정 = 탐험일 오전 10시, 탐험 멤버들은 바투 케이브 계단 아래쪽 식당 테이블에서 가이드에게 간략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그후 계단을 올라 다크 케이브쪽 입구로 들어간다. 이 입구는 보통 잠겨있으며 예약된 동굴 탐험가들 입장시에만 자물쇠를 열어준다.
이후 다크 케이브 진입구에 있는 등록 테이블에서 참가자들의 신상을 확인하고 주어진 서류에 서명을 한다. 이 서류는, 동굴 탐험시 혹은 탐험 후 생길 수 있는 위험이나 부상, 생명에 대해 본인 스스로가 책임을 지게 된다는 내용의 일반적인 문서다. 부상 가능성이 있어 제작된 문건이라고 하는데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행동하면 별다른 위험은 없다.
서류 서명이 끝나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장화, 헬멧 등의 장비를 착용하고 동굴 탐험시 할 수 있는 행동과 해서는 안되는 행동에 대한 브리핑을 듣는다. 그후 10시 50분 경 동굴 내부로 들어간다. 중요 포인트마다 가이드는 구체적인 설명으로 이해를 돕게 된다. 어드벤쳐 코스까지 선택한 경우에는 선행 코스들 탐험이 끝난 이후 어드벤쳐 코스에 대한 브리핑 및 시연을 한 후 곧이어 흥미진진한 탐험에 들어간다.
동굴 탐험을 마친 이후에는 처음의 다크 케이브 입구로 돌아오게 된다. 장비를 원위치 시킨 후 계단 아래쪽에 위치한 샤워시설에서 RM1.00의 비용으로 샤워를 하고 준비해온 여벌 옷으로 갈아입는다.
◆ 활동 내용 = 다크 케이브 탐험 코스는 기본 투어 코스, 교육 투어 코스, 어드벤쳐 투어 코스 등 크게 세 코스로 구분된다. 모든 코스에는 전문 투어 가이드가 필수적으로 동행하여 탐험을 돕게 되며 어떤 코스의 탐험을 할 것인지는 사전 예약시 관계자에게 미리 통보한다.
기본 투어는 동굴 탐험 초보자에게 적당한 코스다. 약 20 여 분에 걸쳐 다크 케이브의 동굴A와 동굴B를 둘러보는 활동을 포함한다. 이곳에서는 크기가 매우 큰 석회 동굴로, 종유석, 석순, 석주 등 다양한 2차 생성물이 관찰된다.
교육 투어에서는 기본 투어에 포함되어 있는 동굴A와 동굴B와 함께 대형 동굴(Great Cavern), 동굴D를 탐험하게 된다. 대형동굴에 가면 아름다운 커튼 모양 종유석, 신비한 용식호, 벽면의 용식 흔적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동굴D에는 폭 5미터 길이 10미터에 이르는 넓은 자연 석회 호수가 있다.
어드벤쳐 투어는 동굴A, B, 대형 동굴, 동굴D와 더불어 영화 속 한장면 같은 스펙터클한 동굴 체험 활동을 포함한다. 기어서 빠져나가기에도 벅찬 좁고 축축한 굴을 포복 자세로 빠져나가기도 하고, 암벽 등반을 하는 듯한 경사를 오르기도 미끄럼을 타는 듯한 슬라이딩도 한다. 그러나 중간 중간에 쉴만한 장소들도 있고 충분한 휴식 시간 및 기본 코스 탐험 시간을 모두 포함, 총 세 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것이므로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 뱀이나 전갈 같은 위험한 곤충이 출몰하는 지역은 일반인들에게는 아예 봉쇄되어 있으므로 큰 위험의 소지도 없다. 얼마전에는 네살짜리 꼬마도 어드벤쳐 코스를 왔다간 경우가 있다 하니 망설임 없이 시도해볼만 하다.
◆ 활동 비용(성인 / 4-12세 어린이 / 투어소요시간) - 기본 투어(introductory tour) : RM 15.00 / RM 10.00 / 20분 - 교육 투어(educational tour) : RM 35.00 / RM 24.00 / 1시간 - 어드벤쳐 투어(adventure tour) : RM 50.00 / RM 33.00 / 3 시간 ·<교육 투어>와 <어드벤쳐 투어>는 사전 예약 필수. ·활동 가능 최소 인원은 6명(사전 협의 후 조정 가능). ·장비 대여료 및 MNS 기부금 RM 3.00이 포함된 가격임.
◆ 준비물 = 어드밴쳐 코스까지 케이빙할 계획인 경우 버려도 좋을 만한 낡은 옷을 입고 가도록 한다. 버리려고 생각 중이었던 옷을 입고 가는 것도 좋다. 케이빙을 마친 후 갈아입을 새 옷과 샤워시 필요한 수건도 가방에 꼭 넣어 간다. 겉옷은 물론 속옷도 한 세트 더 준비해간다. 조금 더러워질텐데 그냥 입고 돌아오겠다는 생각으로 여벌 옷을 준비해 가지 않으면 낭패를 겪을 수 있다. 또한 가급적 긴팔 상하의 및 면장갑을 착용하고 어드벤쳐 코스에 진입한다. 기본 투어 코스나 교육 투어 코스까지만 탐험을 할 경우에는 갈증에 대비한 작은 물병 하나 정도만 준비해도 되며, 굳이 여분의 옷이나 장갑이 필요하지는 않다.
안전상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입장은 불가하다. 그러나 부적절한 신발을 신고 왔다 하더라도 동굴 입구에서 대여해주는 장화를 신으면 문제 없이 입장할 수 있다. 개인 운동화를 신고 입장해도 되나 물 웅덩이가 곳곳에 산재한 만큼 가급적 자체 제공되는 장화로 갈아 신는 것이 효과적이다. 터치라이트가 부착된 안전모와 백업 라이트 대여도 가능하다.장화 및 안전모, 백업 라이트 등의 대여비는 이미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추가 비용은 없다.
이밖에 사진촬영을 위한 카메라를 준비해 가면 기념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물론 동굴 보호상 내부 어느 곳에서나 촬영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지정된 장소에서만 촬영할 수 있다. 어드벤쳐 코스에 진입할 때는 가방, 카메라 등을 포함한 모든 소지품을 두고 들어갈 수 있는 장소를 지정해 주므로 기기 훼손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 관련 웹사이트 및 다크 케이브 탐험 활동 문의처 - 웹사이트 : www.darkcaves.com.my (다크 케이브) / www.mns.org.my/selangor/cavegroup (MNS) - 이 메 일 : Enquiry @darkcaves.com.my - 전 화 : 03-5637-5178 (다크 케이브 사무실) / 012-310-3464(Mr. Jaya) / 019-615-9705(Mr. Suja)
(글 사진 성시온inallynews@yahoo.co.kr) ======================================================================================================= 앨리의 <쭈바쭈바 말레이시아> 모든 내용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활용을 금합니다. 인용을 원하시는 경우에는 반드시 출처와 저자를 함께 표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