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버스투어기
입동이 지난 지도 한주일이 다 되었다.
옛날에는 김장 시기를 입동 전후 1주일간이 적당하다고 전해 내려왔지만 근래에는
김장철이 늦어져 가고 있는 추세다.
입동에 내린 비는 가을비일까 겨울비일까.
시골돌담길에 노랗게 걸린 은행잎,
동네뒷산을 빨갛게 물들인 단풍잎을 전부 꺾어 땅위에 흩뜨린 빗물
가을과 겨울 경계점에 내린 “가겨비” 그 “날”은 칼처럼 날카로운가보다.
비에 젖은 낙엽들 피처럼 물든 아스팔트길위에 장렬히 전사한 것 같은 단풍잎은
말이 없다.
아침부터 날은 꾸무럭거리고 있었다.
기상보도에서는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했으니 산행이 제대로 이뤄질지가
궁금했다.
광주역에서 산행버스도 날씨만큼이나 우중층한 기분이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북 김천에 있는 황악산 산행 일정이 운영진에의해 부안군 변山으로 변경되었다.
비에 쫓기듯 산행버스는 서해안고속도를 달리다가 고인돌휴게소에서 잠깐 쉰 뒤
변山에 도착했다.
변山은 서해와 인접해 있었고 호남평야를 사이에 두고 호남정맥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된 산군(山群)을 형성하고 있었다.
변산반도 내부의 남서부 산악地를 내 변산(內邊山)으로,
그 바깥쪽 바다를 끼고 도는 지역을 외변山이라고 할 정도로 안과 밖이 매우 다른
山이었다.
최고봉의 높이는 낮으나,
쌍선峰, 옥녀봉, 관음봉, 선인봉 등 400m 높이의 봉우리들이 이어지고 골도 깊었다.
울창한 산과 계곡, 모래해안과 암석해안이 어우러지면서 뛰어난 경관을 이루고 있어
변산8경의 하나로 꼽혀왔다,
山이면서 바다와 직접 닿아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비가 덜 오는 시간에 오를 수 있는 원암마을 -직소폭포 -탐방센터로 이어지는 코스를
선택했다.
마을 한가운데에 난 큰길을 따라가니 직소폭포로 넘어가는 등산로가 나왔다.
길은 평탄하지만 돌이 많은 편이었다.
40분쯤 걸으면 계곡인데 왼쪽으로 난 숲길로 들어서서 조금 가니 봉래구곡 절경 중
하나인 직소폭포가 나왔다.
산자락에 형성된 계류폭포로 20m이상을 비류하면서 옥류담에 떨어진다는 폭포,
말이 봉래구곡이지 폭포는 매 말라있었고 용소에만 약간의 물이 고여 있었다.
그래도 계곡은 깊고 숲이 울창해서 아름다운경관은 부안3절의 멋을 잃지는 않았다.
직소폭포 관망대에서 때 이른 점심을 먹었다.(오전11시)
호랑가시나무, 꽝꽝나무, 후박나무 등 희귀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서식하고 있었다.
탐방센터로 내려오니 산행버스가 주차하고 있었다.
산에 오르지 않은 회원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비를 피해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할 일 잃은 산행버스는 내변山의 속살을 비집고 빗속을 달려 새만금방조제를 찾았다.
비응도-고군산군도-변산반도를 연결하는 33km의 직선방조제 물막이공사가 끝이
났다고 하는데 전면개통이 안 되는지 배수 관문관리소에서 출입통제를 하고 있어
바다만 구경하고 되돌아섰다.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內海인지 분간 할 수 없는 바다 한가운데서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능력의 위대함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산행버스투어는 격포항으로 이어졌다.
내변산에는 실상사지(實相寺址) 유적과 울금바위, 선계폭포(仙溪瀑布), 가마소 등
경승지가 있다면.
외변산의 경승은 주로 암석해안의 해식애(海蝕崖)와 모래해안의 백사청송(白砂靑松)
의 해안경치로 이루어져있었다.
변산면의 격포해안에는 채석강(彩石江), 적벽강(赤壁江)의 두 경승이 있었다.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했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중국 당의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지어진 이름이라했다.
격포항은 다기능항구로 거듭나기 위한 공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항구왼쪽에는 퇴역한 해군상륙정을 비롯해 폐기된 각종항공기, 헬기, 미사일, 등을
수집해 관광용으로 설치해두었다.
방파제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목재 댁크로 산책로가 이어져있었으며 방파제 앞에는
바다낚시를 할 수 있는 시설물을 별도로 만들어놓았다.
항구는 안전한 “ㅁ”자 형태를 갖춘 천연대피항으로 만들어져있었다.
방파제 등대에서 바라보니 서해페리호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는 위도가 멀지않게
보였다.
항구안쪽에서는 시멘트바닥을 포크 랜으로 긁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포효하는 맹수의 울음소리처럼 항구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곰소를 향한 투어는 계속되었다.
변산반도를 따라 내려오면 만을 따라 송포(松浦), 지지포(知止浦), 망포(望浦), 고사포
(古沙浦), 격포(格浦), 석포(石浦) 등 포(浦)자가 붙은 지명이 많았다.
주변에는 조기, 새우, 민어 등의 어업과 백합, 바지락 등 패류의 수산 양식업이
발달했다,
삼양염전, 곰소염전 등에서는 천일제염으로 유명했다.
비는 오다 말다 제멋대로 하고 있었으며 산행버스는 내 알바 아니라는 듯이 해안선을
따라 느긋하게 흔들흔들 달려가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어촌마을은 한없이 평화롭게 보였으며 새우양식장에는 수레바퀴가
돌면서 새물을 공급해주고 있었다.
구름사이로 비치는 서해낙조가 아름다웠다.
곰소 젓갈시장부근 주차장에서 하산酒를 먹었다.
(2009년 1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