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알았습니다.
미용재료 가게에 연락 벌써 했어요,
그 사람들 보고 해 달래야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아서 매장 분위기가 나중에라도 하자가 없거든요,
돈도 그렇고, 내가 알아서 다 할게요.”
누운 채 방문을 열고 어머니와 대화를 하는 데,
흥자가 다가오면서 어머니 정자의옆에 서며 말을 건넨다,
어느새 화장을 했는지 흥자의 얼굴이 화사하다,
정길이 자세히 보니 완전하게 화장한 것이 아니라, 머리를 풀어 곱게 빗어 내렸고,
그저 무엇인가 바른 정도인데, 어제와는 달리 하룻밤 인연이란 게 있어,
관심을 가지고 보니, 대단한 미인이다, 빛이 나는 얼굴이다.
“어머니! 어머, 정길씨 일어났어요?
제게 아카시아 토종꿀이 있는데, 어머니가 타 주시겠어요?
어제 너무 마셔서 속이 좀 쓰릴 거예요,
제가 본래 술을 잘하는 여자라 너무 권했나 봐요.”
‘어머니? 무슨 소리야?
저 누나 절대 눈치 차리지 않게 한다고 해 놓고,
아주 대놓고 광고를 하네.’
“그래요, 좀 줘요,
애가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가, 영 올 때보다 못 하네,
곧 가서 일도 해야 하는데,
집에 와서 오히려 건강 해치고 가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
며느리 감에게 말 듣게 생겼어요.”
‘여자들은 본래 변죽이 좋은 건가?
'어머니? 며느리?
참 나! 저 누나는 어쩜 저렇게 시치미를 떼지?
아! 알았다,
그렇지, 시치미! 시치미를 떼면 되는구나,
전혀 그런 표정없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그래 답이 저거다, 흐흐흐
은숙이에게 저런 식으로 밀고 나가는 거야,
그런 일은 없었던 거다, 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저 그 누나와 술만 한잔 한 거지.’
“어머니 여기 있어요,
얼마 안 남아서 그냥 다 가져 왔어요, 그냥 두고 잡수세요,
정길씨 어때요? 많이 쓰려요?
꿀물을 마시면 속이 괜찮아질 거예요.”
“아가씨가 어머니라고 하니까, 큰딸 하나 새로 생긴 것 같아 듣기가 아주 좋은데.”
“그럼 앞으로 계속 어머니라고 부를 까요?
감사합니다, 저도 위에 누가 없어서 적적 했었는걸요,
정말 우리 어머니 같아요, 어머니.”
“그래요, 구정에 어디 안가면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요,
쟤가 올라 가고나면 우리도 식구가 별로 없으니까.”
“고맙습니다,
이번 설은 친척집에서 같이 차례지내기로 동생들 하고 약속해서요,
같이 가야 돼요.”
정길이 하루를 의식적으로 흥자를 피하면서 보내고,
강릉에 갈 준비를 마친 다음,
미장원에서 아침 청소를 하고 있던 어머니와,
견습생 아가씨를 보며 안전하게 전기기재를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데,
흥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전날 보다
화장을 약간 더 한 것 같은데, 눈에 확 들어오는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입은 옷도
그 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어! 저 누나가 그 누난가?
화장을 하고 나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네,
화장을 잘 안 한다더니 웬 일이야?’
“화장하니까 너무 곱다.
그러게 진즉 그러지 그랬어,
남들도 예쁘게 보고, 자신이 보기에도 좋고 여간 좋아.”
“정말 이요?
나는 그냥 있었던 크림만 바르고 머리만 빗었는데,
괜히 하시는 말씀 아니죠? 호호호.”
“이제는 그렇게 꾸미고 화장도 하고 살아요, 그래야 잘난 신랑감도 생기지.”
“아니요, 시집은 안가기로 했어요.
남자는 생각만 해도 징그러워서 싫어요,
혼자 살 거예요.”
“그래도 때가 되면 다 가게 되어 있어, 누구나 짝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니까.”
“나오지 마세요, 혼자 갈게요,
누가 나오면 영 마음이 울적해져서 싫어요,
어머니 내가 말씀드린 거 잊지 마시고, 정필아 네가 나 없을 때 가장이라는 거 알고 있지?
너라도 공부에 한이 없어야 하니 부지런히 잘 하고, 정옥아 잘 하고 있어라,
그럼 안녕히 들 계세요.”
“잠깐요!
정길씨 나도 새 시장에 물건 살게 있는데,
방향이 같으니까 거기까지 같이 가세요.”
“그래요, 우리 대신 언니가 좀 바래다주세요,
새 언니한테 고맙다고 전해줘, 언니한테 잘해, 오빠 잘 가
참! 내가 사준 거 맘에 드는지,
엄마에게 전화할 때언니보고 말해 달라고 해.”
‘뭐야?
왜 따라 붙는 건데 부담 안준다며? 이런 게 바로 부담 주는 거야,
그래 보았자,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이제는 끝이지만.’
흥자가 가까이 붙어 정길의 얼굴을 흘깃 보더니,
머리를 있는 대로 숙이고 귀를 기울여야 들을 정도의 말로 가만히 말을 한다,
이제 헤어지면 다시 못 보리라는것을 알고,
쫓아와서 무슨 말이든지 하지 않고는 못 보낼 것 같은 자신의 괴로운
심정을 이렇게라도 표현한다.
“쓰레기통에 버린 그 옷 내가 가지고 있어요,
그래도 내 처녀인 표식이라,
또 정길씨의 옷이라 내가 갖고 있기로 했어요,
약속한 대로 부담은 안 주겠지만, 여기까지는 이해하세요,
그리고 너무 고마워요,
안 그러려 했는데, 그래도 정길씨가 내 첫 남자이자,
마지막 남자라 생각하니 쫓아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정길씨 잘 가세요, 이제부터 영영 남이 되는군요.”
“우리 두 사람의 일은 꿈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인데, 두 사람이 함께 꾼 거예요,
추억으로만 존재해야 해요, 아시죠?
좋은 사람 만나세요, 흥자 누나가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안녕히 조심해서 가세요,
가는 길이 멀어서 저녁 늦게 도착하겠네요, 어서 타세요.”
‘아! 은숙이 생각하면 가야하고,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나기 싫고,
이 누나 때문에도 가기는 가야 하는데, 좌우간 이별은 너무 싫어.’
흥자가 있어 떠나기 전에,
은숙에게 전화를 못한 정길이 수원에 도착해서,
차가 손님바꾸고 더 태우는 동안 대합실에서 전화를 했다,
막 출근을 한 모양인지 주변의 직원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입을 떼며 흥자의 일로 인해 마음이 살짝찔려 왔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이제 차 타려고해. 저녁 7시 20분 도착 이래,
이따 만나, 사랑 해, 보고 싶어 만지고 싶어,
더 말하면 또 잔소리 할 것 같아 여기까지~
만났을 때 어떻게 할까?
키스를 진하게 해줄까? 아니면 허리가 휘도록 안아 줄까?
아니면 큰 소리로, 사랑한다, 은숙아 너는 내꺼야 할까?
알아서 해? 하하하
나중에 딴 말하지 마?
사람들 보는데서 확 껴안고 진하게 키스할 거야.”
몸이 급하니 마음은 이미 은숙의 곁에 있건만, 감촉이 없어 견디기 어렵다,
원주를 지나서 차가 서고, 운전수와 조수가 내린다.
은숙의 생각에 잠겨 몰랐지만,
다른 이들은 이미 펑크 난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도 밖은 춥지만,
차안은 훈훈하고 새 차라 잡음도 비교적 덜해서 기분이 한껏 좋았는데,
일시에 짜증이 나며 가라앉는다, 무슨 새 차가 펑크가 다 나냐 싶다.
아니 무슨 펑크 때우는 게 한 시간이 더 걸려?
은숙이가 얼어 죽지는 않았나,
모르겠다고 정길이 몸이 달아 투덜거린다,
차는 예정 시간보다 30여분이 더 지난 후에야 강릉에 도착했다,
은숙이 차가 도착할 지점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다,
가슴에 싸 하니 감동이 밀려온다.
“어디 들어가 있기라도 하지, 추운데 여기 있어?
아유, 볼 하고 손이 얼음이네,
이리 와봐, 우리 택시 타고 가자,
은숙이 집으로 가서 밀린 얘기하다가,새벽차 타고 묵호로 가면 돼.”
“오빠 입이 얼어서 말이 잘 안 나오네,
내가 안 보이면 그냥 간 줄 알고 가버릴 가봐 그랬어.”
“이거 왜 이래?
내가 은숙이가 그냥 갔더라도 혹시나 하고,
이 근처 다 뒤져 보기 전에 갈 사람이야?”
“그러니까 그냥 기다렸지,
나 안 보인다고 오빠가 나 찾아 헤맬 것이 걱정되어서, 저기 택시 있다.”
꽁꽁 얼어있는 은숙을 차 안으로 밀어 넣는다,
기사가 보던 말든 은숙을
자신의 몸으로 꼭 껴안고 손으로 문지르며 녹여 준다.
“아저씨 비행장 쪽으로 가 주세요.
가다가 도중에 내릴 거니까,
거기서 멀지 않아서 내릴겁니다, 예, 조금 걸으려 구요.”
“오빠 제법 의젓해 졌네,
엄마에게 가서 젖을 싫 컷 먹고 와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