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덜해진다"며 밥도 안 넣은 지극 정성 삼계탕
대단한 집이 있다고 해서 철도 아닌데 일부러 찾아갔다.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의 '이철한방보양삼계탕'이다. 상호에 창업자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물론 사진까지 간판에다 붙였다. 방마다 보양삼계탕의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증을 내걸었다. 대단한지는 몰라도 유별난 집에는 틀림이 없다.
보통 7가지가 나온다는 찬을 보고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때깔이 다르다. 맛을 보니 열무김치는 시원하고, 김장김치는 아삭하다. 오래된 김장김치가 어떻게 여태 군내 하나 없이 아삭할 수가 있을까. 찬 중에 '도라지정과' 가 있다. 도라지를 데친 후 설탕물에 졸이다가 다시 꿀을 합하고 졸여 만든 한과이다. "인삼이다, 도라지다" 손님끼리 서로 많이 다툰단다. 깍두기나 김치 등에 통깨를 많이 뿌려 이채롭다. 깨소금을 사용하면 음식 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음식에 쏟은 지극 정성이 말을 안 해도 느껴진다.
삼계탕이 나왔다. 허허, 이걸 과연 삼계탕으로 불러야할지 모르겠다. 각종 약재가 든 삼계탕은 약발을 견디다 못해 진한 갈색을 띠고 있다. 국물은 왜 이렇게 입에 짝짝 붙는 것일까. 국물은 바지에 떨어지면 얼룩이 안 질 정도로 진하다. 그런데도 한방 냄새가 안 나는 점도 신기하다. 다른 삼계탕과 달리 탕 안에는 밥도 안 들었다. 삼계탕에 밥이 들면 맛이 덜해 뺐단다. 나중에 밥 대신 죽으로 따로 나온다.
주인장이 손님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 "삼계탕에 소금을 넣지 마시라. 될 수 있으면 소금과 먹지 말고 반찬과 드시라"고 충고한다. 소금을 넣으면 국물이 느끼해진다. 국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았다. 맛도 좋았지만 몸에 좋겠다는 생각을 몸이 먼저 했던 모양이다.
최숙희 대표는 지난 2008년에 별세한 남편 이철 씨의 병 수발을 오래 하며 음식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조미료는 물론이고 설거지할 때 중성세제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따뜻한 물로 씻는다. 세제를 쓰면 팔팔 끓일 때 뚝배기에 세제가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물 볶을 때도 기름 대신 올리브유 한 방울만 사용한다. 삼계탕이 아니라 한식 쪽으로 나갔어도 한가닥 했을 것 같다.
이전에 사직동에서 영업할 때는 대단했다, 지난 2006년부터 이곳으로 줄여서 옮겼다. 조류독감 같은 탓도 있지만 그는 이유를 자신의 교만에서 찾는다. 약차까지 잘 마시고 나왔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을 추구하는 이곳. 절대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든다.
보양삼계탕 1만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주말은 예약 필수. 부산 부산진구 범천1동 858의 19. 부산상공회의소 맞은편 골목, 동호자동차학원 뒤쪽. 051-646-8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