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은(殷 = 商)나라 마지막 임금인 주(紂)가 포악한 정치를 하자 민심이 흉흉해진 가운데 은 나라 서쪽의 제후국이었던 주(周)나라의 무왕(武王 - 성(姓은 희(姬)씨고 이름은 발(發)이 중심이 되어 은나라를 치게 되니 이것은 신하가 주군을 치는 형국이었습니다.
말 위에 앉아 은을 치러 떠나는 무왕 앞에 나타나 무왕의 말 고삐를 부여 잡고 "임금이 잘못된 길로 가면 신하가 죽을 각오를 하고 임금에게 간언을 하여 올바른 길로 가도록 하는 것이 도리인데, 임금이 포악하다고 정벌하는 것은 신하의 도리가 아나다"라며 반대한 인물이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라는 형제 였습니다.
원래 백이와 숙제는 은나라의 조그마한 제후국인 고죽국(孤竹國)의 왕자였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왕위를 둘째인 숙제에게 넘겨 주려하자 숙제는 형님이 계신데 왕위를 받을 수 없다고 사양했고, 큰 아들인 백이도 아버지의 뜻을 어겨서는 안된다고 하며 왕위를 사양하다가 둘이 고죽국을 떠나 주나라에 의탁하였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주 나라에 의탁하고 있던 백이와 숙제 두 형제가 바로 은을 정벌하러 가는 주 무왕의 앞을 가로 막고 서서 정벌이 부당하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주 무왕은 백이, 숙제의 간청을 뒤로 한 채 정벌을 떠나 은 나라를 멸망시켰습니다.
은나라가 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백이와 숙제는 주 나라를 등지고 그길로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 등을 뜯어 먹으며 살다가 결국은 굶어 죽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성삼문은 그러한 백이와 숙제의 행동을 어질고 의리있는 일이라 여기며 앞의 시를 써서 "무왕이 은을 정벌하러 가던 때 말 고삐 잡고서 잘못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해 대의가 당당하고 빛났다고 칭송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 세번 째 구절부터는 백이와 숙제를 준엄하게 꾸짖지요.
그렇게 당당한 당신들이었다면 아예 굶어 죽을 것이지 왜 고사리를 뜯어 먹었냐? 그 고사리는 당신들이 부당하게 생각하고 있는 주나라 것이 아니더냐?
이것은 세조를 죽이려고 했던 성삼문 자신이 의리있는백이, 숙제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뜻이지요.
우리가 어릴때 배웠던 성삼문의 시조가 있습니다.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하노라 - 수양산 바라보며 백이, 숙제를 꾸짖(원망하)노라.
주려 죽을진댄 채미도 하닷건가? - 굶어 죽으면 죽었지 고사리를 왜 캤느냐?
비록에 푸세엣건들 그 뉘 따헤 났더뇨? - 비록 푸성귀이지만 누구 땅(주 나라)에 난 것이더냐?
이 시조를 한문으로 쓴 것이 앞의 시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