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천안야우리산악회 제111차 정기산행
ㅇ 날 짜 : 2018. 10. 24(수요일)
ㅇ 장 소 : 설악산 대청봉(강원도 양양군 서면, 속초시 설악동)
ㅇ 코 스 : 한계령 휴게소(06:50) 출발→한계령 삼거리→서북주릉→끝청봉→중청대피소→대청봉→설악폭포
→남설악탐방지원센터(오색, 15:20) 도착→오색약수→주차장 (8시간 30분 소요)
1. 설악산에 대하여
설악산은 1708m의 높이로 남한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그러나
한라산, 지리산이 완만한 육산인 반면 설악산은 주로 거친 암릉길이 대부분인 근육질의 산으로 산행 피로도는
제일 높은 산이다. 불규칙한 돌덩이가 발밑에 많이 깔려 있어 잠시만 방심을 해도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설악산은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산행지로 나보다 더 많은 산행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이 부지기수이지만 감히
공자님 앞에서 문자를 써 본다.
설악산은 제일 높은 대청봉을 중심으로 한계령삼거리를 거쳐 귀때기청봉을 지나 십이선녀탕의 배경인 안산까지
이어지는 서북주릉, 남쪽으로 등줄기를 이루는 비탐방로인 화채능선, 봉정암에서 수렴동 대피소에 이르는
용아장성, 그리고 희운각대피소 뒤 신선대에서 공룡능선을 거쳐 마등봉,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큰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설악산에는 중청, 소청, 희운각, 양폭, 수렴동 등 다섯개의 대피소가 있어서 미리 인터넷 예약을 하면 산행 중
숙박을 할 수 있다. 나는 다양한 코스로 산행을 하다보니 각 대피소에서 모두 숙박을 해 보았다.
불교신자들은 봉정암, 오세암 등 암자에서 숙박을 많이 하는데 1,000명 이상의 숙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부분
목표지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우리나라 적멸보궁 5대 암자에 속하는 봉정암의 사리석탑이다.
기도발이 잘 받는 탑이라해서 대학입시 씨즌에는 기도할 자리 차지하기도 어렵다한다. 몸집이 꽤 되어 평지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 할머니들도 백담사에서 부터 작은 배낭 하나 메고 허위허위 줄줄이 올라 오신다. 부처님의
효험을 보자는 일념으로....!
설악산 최고의 경관으로는 첫번째, ‘천화대 릿지’로 흔히 ‘하늘의 화원’이라 불리며 설악골에서 오르기
시작하여 석주동판, 왕관봉, 희야봉을 거쳐 범봉에 이르는 길이다.
그러나 아무나 갈 수 없고 암벽등반 가능한 팀과 함께 장비를 갖추고 갈 수 있다. 지금은 사전 신고 후 허가를
받아야 갈 수 있으므로 일반인은 갈 수 없다.
나는 허가제 이전 암벽 고수인 선등자 하나와 두명의 초보자와 함께 네명이 갔다가 왕관봉까지는 갔었다.
동행인의 부진으로 시간이 많이 지나 일몰 전 하산 시간 대기 어려워 범봉을 눈앞에 두고 철수를 한 안타까운
경험이 한번 있다.
두번째, ‘용아장성’으로 ‘용아장성릉’으로 불리기도 하고, 줄여서 용아릉 또는 용아로 불린다.
릿지 경험이 많은 사람을 따라서 자일을 준비하고 갈 수 있으나 비탐방로로 국립공원 직원에게 적발 시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힘드는 산행이나 릿지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세군데 정도
무서운 곳이 있다.
우선 개구멍 바위로 배낭을 벗어 앞으로 밀며 좁은 틈으로 기어 통과할 수 있지만 바로 옆이 수십길 낭떠러지
이므로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
다음은 뜀바위인데 일미터 조금 더 될 정도의 길지 않은 건너편 바위로 건너 뛰어야 된다. 초보자들은 저 아래
까마득한 것에 공포심을 느끼는데 또한 건너편 바위가 비스듬하여 잡을 곳이 마땅치 않는데다가 발 디딜 곳이 한 뼘
정도밖에 안되어 불안감을 느껴 못 뛰는 사람이 많다.
마지막으로 봉정암 근처의 직벽인데 직벽에 가깝긴 하지만 울퉁불퉁 잡을 곳이 많아 맨손으로도 하강할 수 있지만
초보자는 줄을 잡고 하강하는 데도 공포심을 이겨내기 어렵다.
재작년 까지는 비공식으로 용아장성 릿지산행을 모집하는 안내산악회가 몇군데 있었으나 지금은 단속이 심한 탓인지
찾기 어렵다. 나는 두 번의 등반 경험이 있다.
출입을 금지하고는 있으나 가고자 하는 의지를 완전 차단하기는 어렵다. 출입금지 로프가 아니라 철조망을 겹겹이
쳐 놔도 우회해서 들어간다. 그래서 2~3년에 한번 꼴로 추락사하는 사람이 있어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세번째, ‘공룡능선’으로 누구나 장비 없이 체력감당만 되면 갈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일반인이 걸어서 등반할 수 있는 힘은 무척 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최고의 경관지이다.
또한 공룡능선은 한계령에 이어 마등령까지 전 구간이 백두대간 상에 있으며 좌우로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
영서와 영동의 경계이기도 하다.
공룡능선이 힘들다는 것은 '능선'이라는 말이 붙어서 지리산처럼 높은 산위의 완만한 능선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지로는 이름붙은 높은 봉우리만 신선대, 1275봉, 큰새봉, 나한봉, 마등령 다섯개이고 작은 봉우리 두세개를
합치면 7, 8개의 경사가 센 높은 바위봉우리를 밑바닥부터 거의 정상부분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희운각대피소에서 마등령삼거리까지의 거리는 5.1km에 불과하지만 소요시간은 5시간 이상을 잡는 이유이다.
그 중 1275봉은 공룡능선의 중간 쯤에 위치하고 있으며 제일 높고 멀리서 부터 멋진 모습을 보임으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암릉길을 좀 다녀본 사람은 쉼터에서 정상까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서울에 많은 안내산악회에서 밤 11:30분경에 출발하는 무박산행으로 2만원 ~ 2만5천원 정도의 저렴한 회비로
공룡능선산행과 설악산행을 겸하여 모집을 하는데 무박은 쉽지 않은 산행이다. 산길을 뛰다시피 걷는 선수급이
아니면 시간 대기 어렵다.
보통 03:30분경 오색에서 출발하여 대청봉을 넘어 희운각대피소에 08시 이전 도착하지 못하면 포기하고
천불동으로 하산해야 한다.(우리산악회의 선달님, 이규환님, 영미님 급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나는 직장동료들 4명과 승용차편으로 설악동 소공원에 도착하여 마등령을 올라서 시작하는 죽음의 무박산행
한번 경험과 희운각대피소에서 일박을 하고 새벽 4시경에 출발하는 일박산행을 7번 한 경험이 있다.
가장 무난한 방법으로 산행 중급 정도이면 즐기면서 할 만 하다.
2. 기억력에 대하여
지난 번 정기산행 갤러리에서 사진 구경을 하다가 낯 익은 듯한 닉네임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전다르크’!
누구였더라 한참 생각하다가 사진을 보고나서야 기억의 창고에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4~5년 전 겨울 태백산행에서 같이 산행을 했던 회원이다.
그때 보다는 얼굴에 살이 좀 붙은 것 같다.
낯가림이 좀 있는 나는 안면이 있는 사람이 반갑다.
지난번 산행에는 참가를 못하여 못 만났으니 이번 산행에는 만날 수 있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신청을 하지 않는다.
‘다시 또 4~5년 후에나 산행에 나올 사람인가?’생각을 하고 있다가 산행을 하루 앞두고 버스타는 시간을
알아보려고 산행신청방에 들어가 보았더니 대기신청을 하고 자리배정까지 받은 상태였다. 거기다가 바로
내 뒷자리에.....!
어제 산행을 하는 날, 드디어 접선이 되었다.
“달빛입니다. 저 기억하세요?”
“아니요. 잘 모르겠는데요.”
얼굴 표정을 봐도 전혀 ‘아니올씨다’였다.
섭섭하기까지는 아니지만 그때 오랜시간 동행을 했고 내가 사진도 여러번 찍어주고 해서 혹시나 했는데 전혀
기억을 못한다.
그렇다면 전다르크님은 70이 다 되어가는 나에 비하여 기억력이 형편 없거나 머리가 나쁜 사람인가?
역시 출발 전 내 옆자리에 배정 받은 회원이 누군가 살폈더니 ‘처음처럼’님이다.
옛날 처음 서울 인터넷 산악회에 가입했을 때 그 산악회 여자 총무 닉네임이 ‘처음처럼’이었다.
설마 그 사람이 느닷없이 천안으로 내려와 야우리 산행에 참가할 리는 만무하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닉네임 일 것도
같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소주 이름 처음처럼을 닉네임으로 정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신불당 호반1차 버스정류장에서 우리산악회차 스마일관광을 타므로 버스에 올라타보면 회원이 두세 사람밖에
없다.
나중 내 옆자리로 오는 분을 보니 나이가 꽤 되어 보이는 남자 분이었다.
“처음처럼님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잠시 잠잠하다가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쓴 글도 읽어보시고 나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이 좀 있어 보인다.
그분께 확인을 해보니 지지난달 9월에 산행을 같이 했고, 나와 얘기도 한참 했다는 것이다.
댁이 서울이고 주중에는 원룸에서 혼자 기거하다가 주말에만 댁으로 올라가신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생각이 났다.
이런, 나는 치매 증세가 발현 중인가? 두달 전 같이 얘기하던 사람도 못 알아보다니....!
위에 쓴 ‘전다르크님’의 기억은 4~5년이나 지났지, 도대체 나는 2달 전의 일도 기억을 못해?
원래 나의 형편없는 ‘꽝’급의 기억력과 건망증은 심한 편이다.
맨날 무엇을 두고 못 찾아 난리다. 스틱이나 가방을 그냥 두고 출발하여 잃어버린 것도 많고 남이 대신
가져다 주는 것도 많다.
그런데 왜 ‘전다르크님’은 몇 년이나 지났어도 기억을 하는 것인가?
그것은 이렇다. 그때 나는 우리 산악회에 가입을 하여 드문 드문 맘에 드는 산행에만 어쩌다 참가를 하여
당시 회장님이었던 산그리메님과 총무 설봉님 외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산행 스타일도 남과 얘기하는
시간이 별로 없이 잘 쉬지도 않고 꾸준히 걷다보니 주변에 동행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전다르크님과 걷는 속도가 비슷하여 자주 마주치다보니 얘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어 주게
되어 우리 산악회에서 단 하나 얘기를 길게 해본 회원이었기 때문이다.
전다르크님은 내가 여러 회원 중의 한사람일 뿐인 것이고.....!
그런 문제가 그대로 지금 오늘의 나와 처음처럼님과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
처음처럼님의 기억력이 뛰어 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처음처럼님을 기억 못하듯이 전다르크님은 당연히 나를 기억할 수 없다는
뜻이다.
3. ‘남자라는이유로’님
이분을 산행에서 처음 만난 것도 나의 산행 스타일 때문이다.
걷다보면 대부분 선두 근처에 가게 되는데 그분과 ‘하늬바람’이라는 분이 주로 앞에 가다가 쉬는 것을 뒤따라가던
내가 만나게 된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보니 간식도 얻어먹게 되고 나중엔 아예 같은 그룹을 이루게 되었다.
나는 지명이든 아파트 이름이든 긴 것이 싫다.
닉네임도 마찬가지여서 단순하게 짧고 부르기 쉬운 것을 좋아하는데 이분 이름은 매우 긴편에 속한다.
본래 나는 ‘PC통신’이 유행하던 시절 ‘달그림자’로 닉네임을 쓰고 있다가 오래 쓰다보니 타자하기도 번거롭고
남이 불러주는 것도 불편할 것으로 생각하여 ‘달빛’으로 줄여 쓰게 된 것이다.
그건 내 생각이고 어쨌거나 오랜 만에 처음 산행에 나왔다는 이분을 나는 3년여 만에 만났다.
내가 아이들을 돌보러 판교에 올라가서 야우리 산행에 한동안 참여를 못하게 되었는데 다시 나와 보니 눈 질환으로
산행 중지 상태였기 때문이다.
역시 무슨 활동이든 단절은 능력을 떨어 뜨린다.
그리 발 빠르던 분이 오름길에 힘들어 하신다.
그러나 내려오는 길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것이 또 이상하다. 역시 능력이 크면 숨기기 어렵다.
4. 설악산행
이미 대청봉은 열대여섯번 이상 올라봐서 그렇게 흥분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 설악산만한 산이
없으니 일년이면 두세 번씩은 오게 된다.
이번에도 단풍이 거의 다 졌을 것을 충분히 알고는 있지만 아파트 문 앞에서 태워주고 내려주니 아니 갈 이유가
전혀 없다.
설악산안내도에 나타난 정규 탐방로는 모두 몇 번 이상 다 다녀봤고, 비탐방로도 여러군데 다녀봤다.
몇 년 전 만 해도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보통 4시간 30분 정도 걸렸었다. 이번에는 5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하산도 마찬가지 오색에서 대청봉을 오르는데도 3시간이면 되었는데 이번에는 내려가는 데에만 3시간이나 걸렸다.
서글프지만 해가 갈수록 늦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지겠지!
들리는 말로는 올해까지만 180명 정원의 중청대피소를 유지하다가 내년부터는 폐쇄하고 대신 희운각대피소를
현재 30명 정원에서 130명 정원으로 시설을 늘린다고 한다.
설악산 정상부의 환경파괴를 줄이고자 하는 생각인 것 같은데 혹시나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케이블카를 놓으려는
계획과 연계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희운각대피소 정원을 대폭 늘리면 이번에는 공룡능선의 생태환경 파괴는 명약관화한 것이다. 어느 것이나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정책을 입안할 때는 관련 기관은 물론 산악계의 의견도 반영이 되었으면 한다.
설악산은 높고 큰 산이므로 설악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드는 장관을 기대할 수는 없다.
정상부부터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중턱 쯤 내려오면 정상부는 벌써 낙엽이 지기 시작한다.
대체적 시기로는 10월 15일 경이 아닐까 하는데 어차피 설악산은 내장산이나 선운사에 비하여 단풍이 그리
좋은 산은 아니다.
단풍만을 생각한다면 잘 꾸며진 동네의 공원이나 아파트의 조경을 보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등산하기 좋은 날씨에 잠도 변변히 못 자가면서 허벅지가 뻑뻑한 산행을 모처럼 하고 나니 그간의 계속된 짧은
산행으로 뭔가 몸속에 불편하게 차 있던 것에 대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태조님과는 한계령삼거리에서부터 동행을 하며 사진도 같이 찍다가 중청대피소에서 헤어지고, 남자라는이유로님,
처음처럼님과 셋이 주로 동행을 하면서 15:20분에(8시간 30분 만에) 하산을 완료하고 오색약수터에 가서 약수도
한컵씩 마시고 산악회 버스에 올랐다.
이젠 선두그룹인 이규환님, 최선달님 들의 뒤를 따르는 것은 불가능이 되어버렸다.
이러다 내년 쯤에는 제일 후미도 못 따라 붙이는 것이 아닐까?
※ '설악가' 링크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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