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영월군 마대산] 외로움까지 닮은 방랑시인 김삿갓의 족적을 찾아서

[김충열SPEED]

영월군 마대산] 외로움까지 닮은 방랑시인 김삿갓의 족적을 찿아서~                   

김삿갓묘~김삿갓주거지~정상~형제봉~선낙골 산행

여름 산행은 물 좋은 계곡을 끼어야 힘이 덜 들고 더 즐겁습니다. 하지만 올 여름은 유난히 가물어, 특히 중부지방 웬만한 산 높은 계곡은 물이 마르고 많은 수량을 자랑하던 유명 계곡들까지도 적잖이 바닥을 드러내 실망스러웠지요. 큰 강은 댐과 수중보로 겉보기는 괜찮았지만 내에서 개울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사정은 더 악화돼 산 타기가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하면서 찾은 산이 영월 마대산(馬垈山). 평소 풍부한 수량과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김삿갓계곡을 품어 그런대로 괜찮으리라 여겼는데, 이 역시 예외는 아니더라고요. 옥동천에서 북쪽으로 난 지류로 시작하는 김삿갓계곡은 물론 상류 와석계곡을 거쳐 마포천까지 소를 이룬 몇 군데를 빼고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수량이 빈약한 거 있지요.

▲ 마대산 정상에 키 높이보다 높게 자란 나뭇가지를 젖히고 담아본 북서쪽 풍경. 앞쪽 하얀 꽃은 미역줄나무입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다 차로 통과하는 지역이라 그리 마음 아파하지 않기로 합니다. 이 동네서 가양펜션을 운영하는 주민 한 분이 우리를 등산로 들머리까지 태워다 주는 덕분에 상처를 덜 입었다고 할까요. 들머리는 노루목마을에서 마포천을 건너면 시작되는 김삿갓유적지 또는 김삿갓소공원이란 곳입니다. 여기서부터 100m 거리에 김삿갓 묘, 1.8km 거리에 김삿갓 주거지가 있어 군이 조성해 놓은 곳입니다.

근데 참 강원도와 충청북도 경계선이 묘하게도 이곳을 지나는 바람에 여긴 또 '충청북도 춘양면'이란 팻말도 붙어 있습니다. 김삿갓 묘까지는 여기저기 그가 쓴 시비들과 그의 전신·얼굴상 조형물들이 설치돼 눈길을 끕니다. 우리말과 한자음의 뉘앙스를 섞어 쓴 그의 시들은 파격적인 내용에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맞장구를 치며 감탄하게 만듭니다.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 읽거나 들었음직해서 더 그렇고요.

일례로 함경도 길주군과 명천군(기남면 어전리)의 풍속과 세태를 풍자한 시 ‘길주 명천’을 소개합니다.

▲ 1 최근 새롭게 단장된 김삿갓 묘 앞에서 합장하며 추모하는 탐방객들. 2 김삿갓주거지로 올라가는 길에 조성돼 있는 오미자 밭. 싱그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더라고요. 3 ‘길주명천’ 시(詩) 중 어전(漁佃)을 일컫는 생선 소반.

‘길주길주불길주(吉州吉州不吉州)-길주길주 하지만 길하지 않은 고장(길손을 재워 주지 않는 길주의 풍속을 꼬집음) / 허가허가불허가(許可許可不許可) - 허가허가 하지만 허가해 주는 건 없네(허씨들이 많이 살지만 잠자리 제공은 안 해주네) / 명천명천인불명(明川明川人不明) - 명천명천 하지만 사람은 밝지 못하고 / 어전어전식무어(漁佃漁佃食無漁) - 어전어전 하지만 동네 밥상에는 고기가 없네’.

김삿갓 묘는 작은 왕릉처럼 매끄럽게 잘 손질돼 있습니다. 후손들이 그랬을까요, 군에서 그랬을까요. 원래 모습은 분명 이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의 빼어난 문장력 때문일까요. 탐방객들이 대부분 망설임 없이 큰절을 올립니다. 근데 김삿갓이 누군가요.

본명이 김병연(金炳淵). 조선 후기인 1807년(순조 7) 경기도 양주 출생으로 본관은 안동, 자는 난고(蘭皐), 별호를 김립(金笠), 즉 김삿갓이라 하지요. 이 별호는 김병연이 과거시험에서 홍경래의 난 때 투항한 김익선의 불충을 탄핵하는 글을 써 장원급제를 했으나 나중에 그가 자신의 조부임을 알고는 자신의 문재(文才)를 조상을 욕하는 데 쓴 게 부끄러워 하늘을 볼 수 없다며 삿갓을 쓰고 평생을 유랑하며 살았대서 붙여졌답니다.

김병연이 마대산 자락에 살게 된 것은 평안도 선천(宣川)의 부사였던 조부가 홍경래에게 항복한 죄로 멸족 집안이 되었는데 한 노비의 도움으로 형 병하(炳河)와 함께 황해도 곡산으로 피해 살다 뒤에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되어 집으로 돌아왔으나 아버지 안근(安根)이 화병으로 죽게 돼 어머니가 두 아들을 폐족자임을 모르게 살도록 강원도 첩첩 산골로 이사를 오면서였답니다. 그래서 김병연은 과거시험에서 그런 시제를 쓰게 되고 평생을 삿갓 쓰고 유랑시인으로 사는 참으로 기구한 인생유전을 하게 되고요.

그리고 오랜 방랑 생활 중에도 가족의 권유로 이곳에 잠시잠시 머물렀고 1863년(철종 14) 전라도 동복 땅에서 57세의 나이로 죽자 3년 뒤 둘째 아들 익균(翼均)이 유해를 이곳으로 옮긴 것이 지금의 김삿갓 묘이고, 주민들이 이런 이야기의 고장임을 선양하기 위해 2009년 10월 면 이름 하동면을 김삿갓면으로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고요.

▲ 김삿갓주거지 텃밭 도라지 화단에서 바라본 초가삼간.

주황색 털중나리와 하늘말나리 고혹적인 자태 뽐내

산을 즐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소개하기 위해서 하는 등산은 자연스레 등산객들이 나오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주말을 택하게 되지요. 메르스 때문일까요. 토요일임에도 김삿갓소공원을 벗어나 어둔이계곡 쪽으로 등산로를 잡자 인적 없는 적막강산으로 변합니다. 예년 같으면 촐촐촐 계곡 물 흐르는 소리라도 정겨울 것 같은데 가뭄 때문에 그럴싸한 폭포도 볼품없고 손 담그기조차 미안한 물 흐름이 마냥 안타깝습니다.

대신 ‘맴맴 쓰르람’ 이제 막 탈태했는지 청아한 매미 소리들이 귀를 간지럽힙니다. 짙을 대로 짙은 녹색의 숲을 뚫고 들어온 햇살에 신비롭게 빛나는 산수국 꽃들과 점점이 하얗게 꽃망울을 터뜨린 개망초며 샛노란 큰뱀무 꽃들에 앵앵거리며 파고드는 벌들과 하얀 나비며 바쁜 비행과 아슬아슬 안착을 번복하는 잠자리들로 눈은 또 어디에 맞추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1 마대산 정상 표지석 앞에 선 동행. 김삿갓처럼 대나무 지팡이를 짚은 시늉을 해보라니까 잡은 포즈가 이렇습니다. 2 마대산 정상에서 전망대로 가는 주능선 길의 울창한 숲입니다. 저 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거듭하지요. 3 신나무 씨방.

함께한 후배는 산나물과 약초에 관심이 많아 만나는 나무와 풀들마다 인사를 건넵니다. 간만에 나보다 해박한 사람과 산행을 하니 편하고 편리합니다. 갑자기 등산로가 드넓어지고 하늘이 열리더니 오른쪽 산기슭에 잘 조성된 오미자 밭이 나옵니다. 주렁주렁 매달린 연두색 열매들이 빨갛게 익을 때쯤이면 아주 장관일 것 같습니다. 이런 청정한 곳이니까 맛과 성분 또한 빼어나지 않을까 싶고요. 하지만 햇살이 너무 따가워 금방 지나치고 맙니다. 조금 가팔라지는 길을 따르니 계곡이 둘로 갈라집니다. 그 가운데 들어선 표고버섯 재배장을 왼쪽으로 넘기며 우리는 오른쪽 길을 택합니다.

꽃대 끝에 고추잠자리들이 쉬고 있는 옥수수 밭을 지나자 가느다랗고 긴 나무들을 얼기설기 엮어 망을 쳐놓은 돌담 너머로 한 채의 초가집이 나타납니다. 세 칸짜리 집이니 이야말로 초가삼간입니다. 1982년 확인 발견 당시 허물어진 것을 복원했다는데 화전민이 살던 집과는 차원이 다른 양반식 구조를 갖추고 있었답니다. 지금은 자타칭 또 한 분-한 분은 김삿갓 묘 옆 방문자센터에 출퇴근함-의 현대판 김삿갓이 산다는데 외출 중인지 세 칸의 방문이 모두 자물쇠로 채워져 있고 마루에만 방문객들이 쉬었다 가라고 자리 두 개를 펴놓았습니다. 가운데 방문 위에 걸린 '學高房(학고방)'이란 현판과 그 위에 거꾸로 걸어놓은 고장 난 벽시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참을 갸웃거리게 만듭니다.

우린 주인장의 뜻을 가상히 여겨 마루에 걸터앉아 점심을 듭니다. 저 아래 노루목 상점에서 사온 영월동강막걸리로 건배를 하면서요. 이럴 때 외워둔 김삿갓의 시가 있어 점잖게 한 수 읊는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언제 심었을까 싶은 돌담 안팎의 커다란 고용나무 두 그루의 배웅을 받으며 마당을 나서니 어디서 끌어왔는지 개울가에 쌓은 돌탑 아래로 연결된 파란 호스에서 맑은 물이 철철 흘러나옵니다. 어둔이계곡은 물 흐름이 멈췄는데 이런 물줄기라니 명당 터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 마대산 등산로엔 이렇게 쓰러진 고목이나 나무 등걸들이 많더라고요. 고개를 숙이거나 아예 몸을 굽혀야 지나갈 수 있는 곳이지요.

개울을 건너자 텃밭으로 사용했음직한 빈터에 잡초가 무성하고 곧바로 본격 등산로인 가파른 길이 콧등에 땀을 맺히게 합니다. 해발 300여 m의 노루목에서 해발 1,000m 남짓한 주능선까지 700여 m의 고도차를 3km 거리로 올라서려면 얼마나 가팔라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듯합니다. 험한 데는 나무 데크 계단으로, 또 더 험한 데는 밧줄을 잡고 오르며 숨을 헐떡이다 발걸음을 멈춘 것은 꼬리진달래나무 군락을 발견한 덕분입니다. 적기를 조금 넘긴 듯하지만 덜 핀 꽃송이도 더러 있어 접사 카메라를 갖다 댑니다. 이즈음 산행을 잘 안 해선지 6년 전 경기도 연천 고대산에서 본 이후 처음인데다 잠시 비치는 햇살을 놓칠세라 연신 셔터를 눌러댑니다. 삼각대 없이 찍는 사진은 운칠삼기라 일단 많이 찍고 그러면서 쉬기도 합니다.

주능선으로 올라서는 마지막 구간은 침목 계단입니다. 능선에 올라서면 삼거리. 여기서 왼편 남서쪽으로 200m 가면 해발 1,052m인 마대산 주봉. 하지만 등산로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오른편 북동쪽 능선 길을 따라 900여 m 더 가면 나타나는 해발 1,030m 전망대를 거쳐 동쪽으로 500여 m 거리의 해발 930m 처녀봉을 밟고 일로 내리막으로 하산하게 됩니다. 마대산 정상으로 가는 길엔 조록싸리 꽃과 흰 여로가 많이 피어 있습니다. 짙은 주황색의 털중나리와 하늘말나리가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고요.

▲ 1 꼬리진달래. 2 털중나리. 3 조록싸리. 4 여로.

서너 아름은 더 돼 보이는 속이 빈 등걸 거목을 지나고 봉긋하게 솟아오른 바위 더미 정상에 올라섭니다. 정상 표지석과 삼각점 둘레로 나무들이 사람 키보다 더 높이 빽빽하게 자라서 하늘 말고는 조망이 없습니다. 이런 산엔 정말 드론이라도 한 대 띄우든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북서쪽으로 자란 우듬지가 개중 낮아 보여 동행에게 나뭇가지를 휘어잡게 하고서 억지로 원경 촬영을 해봅니다. 때마침 하늘도 우중충하게 흐려져 이렇게 담은 사진 쓸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또 김삿갓주거지에 들고 날 때 만난 탐방객 6명을 빼면 산을 오르며 만난 사람은 하산객 딱 두 명이 전부, 정상을 보여 줄 사진에 사람이라곤 동행 후배 한 명뿐이라 어떻게 포즈를 취하게 해도 고적함을 피할 수 없습니다. 대신 우리 두 명이 욕심껏 이 산의 주인 흉내를 내봅니다. 김삿갓도 전국 유람을 떠나기 전 이 산부터 올랐지 않았을까 하면서요.

전망대로 가는 능선 길을 한 500m 오니 왼쪽 암릉으로 오르는 나무데크 계단 길이 나타납니다. 직진하는 길도 있지만 정상을 오르고 산행을 절반 넘게 했는데도 이렇다 할 광경 사진을 담지 못해 낙담에 빠져 있던 터라 괜찮은 조망 터가 나오리란 기대로 성큼 올라섭니다. 이 암릉 구간은 날카롭고 협소한 바위 끝을 타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경치는 좋습니다.

큰 소나무와 함께 이어지는 절벽 길엔 또 아까 본 꼬리진달래나무들이 모여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지대가 좀 더 높아선지 꽃이 훨씬 싱싱해 다시 한 번 주저앉고 맙니다. 하지만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바람에 애를 막습니다. 운칠삼기가 아니라 운구일기라도 된다면 다행이겠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올랐던 노루목마을 상단부가 조망되어 흐릿한 대로나마 담아냅니다.

▲ 1 주능선 암릉 길 절벽 아래 핀 꼬리진달래를 감상하는 일행. 2 전망대 암릉과 소나무에 기대어 마대산 산세를 감상하는 동행.

전망대는 부스러진 작은 암봉 같은 기암을 아마도 수백 살은 됐음직한 큰 소나무 한 그루가 몇 줄기 굵은 뿌리를 뻗어 감싸고 있습니다. 또 부근에는 참나무 몇 그루도 함께 섰는데 가지마다 겨우살이 뭉치를 가득 달고 있습니다. 항암약재라 소문나 마구잡이로 채취돼 일반 산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라 이 산의 생태계는 원형에 가깝다는 걸 느낍니다. 혹시 이 글 보고 욕심내시는 분 없기를 바라고요.

그 소나무 등걸을 등에 대고 터지는 조망을 향하니 남서쪽 나뭇가지 아래로 우리가 걸어온 능선과 마대산 정상이 보이고 남서쪽으로 흘러내린 산줄기 끝에 노루목마을이 내려다보입니다. 이 산 전 구간에서 유일하게 정상을 조망할 수 있는 지점 같습니다. 그래서 전망대라 명명했을 것 같고요.

‘산은 산, 물은 물, 김삿갓은 김삿갓, 우리는 우리’

다음 목적지 처녀봉으로 향하는 길은 거리 500m에 고도 100m를 낮추는 건데 초반 100~200m 거리에서 고도를 다 낮추려는지 엄청 가파릅니다. 처녀봉도 봉우리니까 그 솟은 높이를 한 30m로 인정하면 130m를 내려섰다고 봐야겠지요. 산이 가파르다는 건 실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실감합니다. “우와! 우리가 어떻게 이 길을 다 올라갔지?”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왜 이름이 마대산이고 또 처녀봉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처녀봉 참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둘레 길이 100m쯤 되는 원형 공간에 곧게 자란 소나무 서너 그루가 서 있는데 키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그중 한 그루는 등걸 굵기가 두 아름은 되는 거 같고요. 신기한 건 그 뿌리들이 돌출해 동그마니 봉긋하게 솟은 정상부를 감싸고 있는 것이 꼭 신성한 무엇을 지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로 미루어볼 때 ‘옛날 이 마을에 한 처녀를 짝사랑한 형제들이 살았는데 처녀가 병으로 죽자 이 봉우리에 묻었는데 형제들도 따라 죽어 소나무가 되어 처녀의 무덤을 보호하고 있다’는 짜깁기 ‘이바구’ 한 자락 어떻습니까?

▲ 1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높이 솟은 서너 그루의 소나무가 눈길을 끄는 처녀봉 정상. 2 마포천에 물놀이를 즐기는 한 모녀 가족.

처녀봉을 내려서는 길도 엄청 가파릅니다. 하지만 빽빽한 교목들 사이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 100~200m 구간에서 또 꼬리진달래 군락을 만납니다. 하지만 카메라만 갖다 대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흔들어대는 바람에 촬영 자세만 취하다 일어서곤 합니다. 하긴 어느새 날도 저물어 흐린 하늘 아래 깊은 산 숲 속이 어두컴컴하기까지 합니다.

오후 5시 반경 급경사가 끝나는 지점 덩굴나무들이 밀림을 이룬 선낙골 골짜기 상단에 안착합니다. 정오를 20여 분 앞두고 시작한 산행이 오후 6시나 돼야 끝날 것 같습니다. 총 길이 8km를 6시간 남짓으로 타고 내려옵니다.

전 구간을 거의 우리 두 명만이 탄 셈입니다. 외로운 사람 김삿갓의 족적을 따르느라 그랬을까요? 삿갓으로 하늘을 가리고 방랑이란 천형을 택한 그를 이런 반나절 단출 산행으로 얼마나 느끼고 이해했을까 생각하니 구우일모, 중과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산은 산, 물은 물, 김삿갓은 김삿갓, 우리는 우리’란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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