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10분 마을버스를 오랜만에 타고 출근했다. 자동차 바퀴가 올라온 자리에 앉았더니 그동안 뱃살이 쪄서 다리가 배에 닿아 혈액순환이 안되어 멀미가 났다. 나는 이제 거침없이 사람들에게 "아이구 힘들어요. 자리가 불편해 말미가 나요."라고 말했다. 옆자리에 앉은 성격 좋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 다른 자리로 옮겨가며 넓게 앉으라 하신다. 뒷자리에 앉은 박규빈이 엄마가 군대간 본훈이 안부를 물으며 자기 아들은 파주에서 11개월째 군대 생활하고 있다고 활기차게 얘기한다. 그녀와 편하게 좀 시끄럽게 전형적인 아줌마식의 수다를 떨다가 건강공단 앞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갔다.
사무장보다 난초가 꽃을 피워 나를 먼저 반긴다. 꽃봉오리에 맺힌 물방울의 맛을 보았더니 단맛이 난다. 오늘은 드디어 평가받을 서류일을 좀 거들었다. 명단을 받아 파일을 찾고 상담기록지를 작성했다. 점심을 먹고 어수정도서관에 걸어가 책 두 권을 반납하러 갔다. 책을 빌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소요초 지혜의등대도서관에서 빌렸던 책이 연체가 되어 책을 빌릴수 없다고 한다. 시립도서관이나 어수정도서관에 반납하면 된다고 한다. 가까운 도서관이 없어지니 이렇게 금방 불편한 일이 생긴다. 이 일때문에 안창숙선생님과도 통화를 했다.
오후 내내 서류를 만들고 6시쯤에 직원회의를 시작해 7시쯤에 끝났다. 옥순씨는 야박하게 김밥을 겨우 열 줄만 샀다. 남편을 만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인자네를 들려 인자가 만든 진한 설렁탕과 돼지보쌈고기, 적당한 크기의 싱싱하고 야들야들한 상추, 양배추 삶은 것을 주어 권명해샘이 준 잡곡밥과 맛있게 먹었다. 나에게 무수한 풍요로움이 흘러들어와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다.
저녁을 먹고 내 카페에 들어가는 길에 무심정사 카페를 들여다 보았다. 아직은 나는 그곳에 끼어들 자신이 없다. 오죽하면 나는 브런치작가도 포기했다. 좀 더 나만을 위한 글쓰기를 즐겨야할 것 같다.
엄마는 오늘도 만만하게 전화를 했다가 얼른 끊어버리신다. 그래서 내가 얼른 전화를 하면 아주 반갑게 받으신다. 해만 지면 엄마는 내 목소리를 듣고싶어 하신다. 내 목소리는 굵고 힘있고 리드미컬해서 힘이 없고 귀가 안좋은 노인들에게 생기를 주고 잘 들리는 모양이다.
딸은 오늘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전화를 받지 않는다.
느직히 전화가 와서 주임원사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초상집에 갔다고 한다. 딸과 마음이 잘 맞는 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언제쯤 만나게 될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