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잠 잘 자려면 멍멍이보다 야옹이
반려견과 같은 침대서 자면 수면 질 저하
1591명 조사 결과, 고양이는 별 영향 없어
반려동물은 건강에 도움, 퇴역 군인 악몽도 방지
큰 침대 쓰고, 일정한 수면 습관 들이면 도움
이영완 과학에디터
입력 2024.04.05. 08:42
업데이트 2024.04.05. 09:01
반려견과 같은 침대에서 자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Aodbe Stock
반려견과 같은 침대에서 자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Aodbe Stock
반려동물과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밤잠을 설쳤다면 고양이가 아니라 개가 옆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반려견과 함께 자면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양이는 별 영향이 없었다.
사람들은 반려동물과 같이 자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의료 탐지견은 심리적 손상을 입은 환자가 악몽을 꾸지 않도록 돕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과 같은 침대에서 자려면 수면 습관을 공유하고 매트리스를 자주 갈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반려견은 수면 질에 마이너스, 고양이는 영향 없어
브라이언 친(Brian Chin ) 미국 트리니티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미국 성인 1591명을 조사한 결과 반려견과 같은 방에서 자면 수면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나왔다”고 밝혔다.
참가자 설문 조사에서 758명(47.6%)이 반려동물과 함께 잠을 잔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반려동물과 같은 방에서 밤에 일부 시간이라도 같이 잠을 자는 것을 반려동물과의 공동 수면으로 정의했다. 앞서 미국 종합병원인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 조사에서도 성인 56%와 아동 35%가 반려동물과 같은 침대를 쓴다고 나왔다.
친 교수 연구진은 반려동물과 함께 자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면 습관을 비교했다. 논문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같이 자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불면증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났다.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수면의 질이 나빠지지만, 반려동물과 공동 수면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공동 수면의 효과는 반려동물의 종류에 따라 달랐다. 반려견과 같이 자면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발견됐지만, 고양이가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놀랍게도 반려동물과 같이 자는 사람들은 93%가 반려동물이 수면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별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사람들은 대부분 반려동물이 수면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반려견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고양이는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Aodbe Stock
반려견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고양이는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Aodbe Stock
◇반려동물은 건강에 전반적 도움, 수면은 달라
참가자들은 반려동물이 일반적으로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키우면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몸을 많이 움직여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좋아진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일본 도쿄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진은 노인 1만여명을 4년간 추적 조사했더니 반려견을 키우면 치매 위험이 40%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에 있는 미생물이 자녀의 면역력을 높이고, 반려견을 안고 자면 성인의 심혈관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반려견이 오히려 수면의 질을 높였다. 미국 수면재단(Sleeping Foundation)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사람들이 악몽을 겪을 때 반려견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의료 탐지견은 악몽을 꿀 때 나타나는 신체 신호를 식별하도록 훈련받는다. 환자가 악몽을 꾸면 바로 깨워 도움을 준다. 퇴역 군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57%가 의료 탐지견이 악몽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소리를 내고 뒤척이면 같이 자는 사람이 잠을 설칠 수 있다. 몸에서 나는 열도 수면에 방해가 된다. 친 교수는 “이번 결과는 반려동물이 전반적으로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밤에 수면을 방해한다면 혜택 중 일부가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2021년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진은 가족이나 반려동물과 같은 침대에서 자면 객관적인 수면 수치기 나쁘게 나왔다고 밝혔다. 역시 주관적 평가는 가족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자는 것이 좋다고 나왔다.
그렇다면 이미 반려동물과 침대를 같이 쓰고 있다면 어떻게 숙면을 할 수 있을까. 친 교수는 “사람과 동물이 같이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큰 매트리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침구를 정기적으로 세탁하고 교체하며, 반려동물과 일관된 취침 절차를 정하고 유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수면재단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피곤할 때와 깨어 있을 때를 지배하는 일주기 리듬이 있다”며 “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면 주인과 반려동물이 비교적 비슷한 수면-각성 주기를 유지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 재단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반려동물을 산책시키면 대·소변을 미리 보고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어 수면 장애를 덜 일으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참고 자료
Scientific Report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4-56055-9
Sleep Foundation(2024), https://www.sleepfoundation.org/animals-and-sleep/sleeping-with-pets
Sleep Health(2021), DOI: https://doi.org/10.1016/j.sleh.2020.11.011
Frontiers in Psychology(2020), DOI: https://doi.org/10.3389/fpsyg.2020.01638
Mayo Clinic Proceedings(2015), DOI: https://doi.org/10.1016/j.mayocp.2015.08.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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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완 과학에디터
사이언스조선 과학에디터입니다. 사이언스카페와 사이언스샷, 이영완의 디알로고, 과학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앞서 조선일보에서 19년 과학기자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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