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휴가에 갔다 온 건데.. 이제야 올립니다.
한국인들은 '나라'를 발음할 때.. 앞을 길게 빼서 '나-라'라고 읽곤 하는데..
맞는 지 모르겠지만, 일본인들 발음은 앞에 강한 액센트를 주는 단음으로 '나라'라고 하는 거 같더군요.
그러고보면 '오사카'도 사실은 '오오사카'로 발음하고, 우리나라 사람처럼 짧게 '오'자를 단음으로 발음하면 잘 못알아듣기도 해요.
'교토'도 '교'가 장음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 발음으로는 '교오토'에 더 가까운 거 같습니다.(물론 다 뇌피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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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지난 달인가..
일본 나라현을 다녀왔었다.
일본을 처음 간 것이 2000년 정도의 일이니 24년이다.
내게 일본은 그저 좋은 휴가지이다. 과거사에 얽힌 반감은 어쩔 수 없이 남아있지만, 지금은 그냥 한 이웃나라로 인식한다.
일단 비행기 타기를 싫어하는 나에게 가까워서 좋고..(오래 타는 건 극혐이다^^)
선진국 시민의식을 가져서.. 깨끗한데다, 무척 친절하고 안전하며..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다.
게다가 화장실을 비롯 교통 문자표기 등 관광인프라가 너무너무 잘 되어 있다. 일본이 관광대국인 건 그들의 노력이지 절대 운이나 우연이 아니다.
비슷한 거리의 중국도 있지만, 거긴 시민의식이 너무 안좋고 관광인프라가 엉망이었다.
아마 요즘은 중국도 필사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려 노력하는 거 같지만, 글쎄.. 지난 과거의 기억이 너무 좋지 않다.
심지어 일본 한자는 우리 어릴 때 다 배운 한자 수준인데다, 대개 정자를 쓰기에 우리가 그 표기를 다 읽을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식 한자는 변형된 간자체라 이제 제대로 읽을 수도 없다. ^^
동남아는 싫으니.. 사실상 해외여행지로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암튼..
'나라겐(현)'은 '오사카부'의 동쪽이며 '교토부'의 남쪽에 위치한 일본의 한 현(겐; 우리나라로 치면 도와 군의 중간 정도)이다.
흔히 간사이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하는 관광객들은 '먹자판 도시' '쿠이다오레(먹다가 망하는)' 오사카에 머물거나, '천년고도' 교토에 많이 가고..
가까운 효고현의 고베, 히메지나 멀리는 오카야마까지 가기도 한다.
나라도 많이들 가는 편이긴 한데..
유감스럽게도 대개 긴테츠나라역 동쪽의 '나라공원'을 중심으로 도다이지(동대사) 혹은 카스가타이샤 (춘일대사)정도가 보통이다.
그냥 사슴 보러 가는 것인데.. 이게 한국인들 여행에, 무슨 하나의 국룰처럼 되어 있어서.. ㅠ 그냥 그렇게 굳어져버린 거 같다.
'이나리'신사가 '여우'를 모시듯, 카스가타이샤의 영물로 모시는 신이 '사슴'신이고.. 그에 따라 여기서는 사슴을 우대하는 것이다.
이곳에 가거든 풀밭에는 들어가지 마시라. 과장하면 '풀반똥반'.. 온통 사슴똥 천지이다. 여기 사슴들 성질도 아주 나쁘다. ㅋㅋ
'나라현'은 면적으로는 꽤 큰 현이고..
나라시 역주변 동북부의 전형적인 관광지인 나라공원 주변만이 주요 유적지인 건 아니다.
물론 '나라현'의 주도인 '나라시'로 한정한다면, 'JR나라역'과 특히 '긴테츠나라역'이 중심이고 그게 맞기도 한데..
그렇더라도 서쪽, 즉 예전 헤이안시대 나라의 왕궁이었던 '헤이조(평성)궁'을 중심으로 그 서쪽인 니시노교 주변도 의미있는 유적이 남아 있다.
나라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도다이지'의 '다이부츠(대불)'와 그를 품고 있는 동양최대의 목조전인 '다이부츠덴(대불전)'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나라의 상징은 '야쿠시지(약사사)'의 3층목탑이다. 나라 관광의 팜플렛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미지다.
이 지역에는 일본에 불교의 계를 최초로 전승한 당나라 '간진'화상의 유적인 '도쇼다이지(당초제사)'도 있고..
도다이지(동대사)와 짝을 이루며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던 '사이다이지(서대사)'의 유적도 일부 남아 있다.
사실 나라현의 남부와 동부는 거의 산지라.. 면적만 넓을 뿐 관광객에게 큰 의미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분지인 나라시를 포함 '이카루가'와 '아스카' 등이 있는 북서부만이 어느 정도 돌아볼 수 있을 뿐이다.
이 곳이 바로 일본 역사의 시작인 '야마토' 지역이다.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우주전함 야마토'가 바로 이거지. ^^
태평양전쟁 당시 세계최대의 거대 전함에 자신들의 자존심과도 같은 '야마토'를 함명으로 달아준 거 같다.
'야마토'는 형제함인 '무사시'와, 또 비슷한 류인 독일의 거대전함 '비스마르크'와 함께 슬픈역사를 가진 전함이다. 그렇게 현대사에서 '전함의 시대'는 저물어갔다.
물론 이후, 미국은 천조국답게 아이오와급 대형 전함인 '미주리'를 오래 동안(현대적으로 개조해서) 써먹긴 했지만 이건 극히 예외적이다.
전함 '미주리호'는 패망한 일본의 히로히토 천황이 맥아더 원수에게 항복의식을 거행한 그 전함으로.. 할리우드영화 '배틀쉽'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야마토함의 동급 전함 '무사시'는 아마도 이도류 검객 '미야모도 무사시'에서 따온 걸로 보인다(뇌피셜임).
나라시의 남서쪽에는 '호류지(법륭사)'로 유명한 '이카루가'조가 있다.
우리에게는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는 '금당벽화'로 유명한 곳인데.. 사실 담징이 그렸다는 증거는 없는 걸로 안다.
이런 사실은 내게는 꽤 충격적이었는데.. 어릴 때부터 우리 국사시간에 배운 내용이 실제로는 아니라는 건가..? ㅠ
일단 호류지 금당 건설 연도와 담징이라는 인물의 도일 연도가 맞지 않는다. 건립 이후에 간 담징이 그렸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호류지는 수십년 후인 담징 사후에 완전히 전소되었는데.. 이후 재건한 금당벽화가 남아 있다면 그건 아예 담징의 그림일 수가 없다.
이 설은 그저 카더라로, 과거 우리 국학자 이병도 박사가 주장한 내용인데.. 좀 아쉽다. ㅠ
물론 담징은 이쪽으로 건너가 먹과 벼루 연자방아 등 제조법을 전수했다고 한다.
JR나라역에 내려서 도보나 차로 갈 수 있는 호류지는 '쇼토쿠 태자'가 창건한 절로 현존하는 최고(가장 오래된)의 목조건축물이다.
사철건축면에서도, 동서로 비대칭인 '1금당1탑(동전서탑)'의 독특한 가람배치를 보여주는 절이다. 이런 양식이 남아 있는 게 거의 없다.
유산이며 일본에서 거의 국보 제1호로 치는 정말 좋은 곳이다. 보물도 가장 많이 출토된 절이라고 한다.
이들보다 남쪽에 '아스카'무라(마을)가 있다.
아스카는 일본 역사시대의 시작과 같은 곳인데.. 많은 무덤들이 존재한다.
낮은 구릉으로 보이기도 하고 거대한 봉분처럼 쌓여도 있는 곳.. 일부는 노출되고.. 일부는 파묻혀서.. 나직히 일본역사의 시작(고분시대)을 말한다.
그리고 여기에 한반도에서 건너간 우리 선조(도래인)들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에 오면 뜨거운 가슴이 뛰고 설렌다. ^^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다카마쓰고분'과 '기토라고분'으로 대표되는 고분시대의 유적들.. '이시부타이(석무대)고분'..
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일본의 전형적인 양식인 '전방후원분(앞은 네모지고 뒤는 둥근 모양이 결합된 봉분양식)'도 많다. 아주 널렸다.
'다카마쓰'와 '기토라'에는 삼국시대 고구려 고분에서 보이는 '사신도'와 '천문도', 기토라고분에는 신라의 무덤에서 보이는 '십이지상'이 존재하며..
일부 석분에서는 횡구식석실구조가 보이기도 한다. 백제 양식이 그랬던가..
(일본 괴수물 '고지라'에 최강의 적으로 나오는 괴수 '기도라'가 혹시 이 기토라고분에서 이름을 딴 것인가..? ^^)
아스카시대의 사찰들로, 쇼토쿠태자가 태어난 별궁터에 지었다는 '다치바나데라(귤사)'나, 일본 최초의 절이라는 '아스카데라(비조사)'가 있고..
신비한 전설을 간직하며 절경을 자랑하는 '오카데라(류가이지,용개사)'도 아스카데라의 언덕(오카)에 있다.
그 외에도 '가시하라'시에는 일본 국가(왕국)의 기틀을 잡은 이른바 '타이카 개신'의 주역으로 이후 정권을 잡은 '덴무천황'을 기리는 '가시하라진구(신궁)'가 있고..
'사쿠라이'시에는 정말 너무나도 멋진 사찰인 '하세데라(장곡사)'가 있다.
15년 넘게 매번 간사이를 다니면서.. 이상하게도 나라에는 몇 번 가지 않아서, 그리 많은 족적을 남기지 못했는데..
요사이, 오사카와 교토가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라.. ㅠㅠ
이제는 좀 덜 가봤던 다른 길을 다녀보고 싶어졌다.
혹시라도 일본 특히 간사이지방을 여행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오사카나 교토 말고도 나라현을 방문해보길 권하는 바이다.
나라현은 특유의 '쯔께모노(채소절임, 짠지')인 '나라쯔께'(울외 또는 무 미소된장 절임)로 유명하며..(일제시대를 거치며 잘못 전해졌는 지 '나나스끼'라고 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
지역 특산의 쌀로 만든 니혼슈(사케, 지자케)가 꽤 유명해서, '카제노모리'(특히 알파2) 같은 훌륭한 술은 여기가 아니면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곳 나라의 향토음식으로 특이한 건 '카키노하 스시(감잎스시)'라고 감잎에 싸서 누른 스시가 있다.
동네 소면이나 우동에 세트로도 나오니 한번 먹어보시길. 내가 먹은 건 내용물이 고등어와 연어 스시였다. ^^
일본인 특히 나라사람들의 소울푸드인 '나라쯔께'는 아마도 삼국시대에 일본 나라지방으로 전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한국피셜^^)
여담이지만, 누런 무절임인 '타쿠앙'(한국식 다꽝^^)도 쯔께모노의 일종으로 타쿠앙 스님이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 이름이다. ㅎㅎ
불패의 이도류 검객으로 유명한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 '미야모도 무사시'에 다쿠앙스님이 나오는데.. 아마 그 스님이 이 타쿠앙 스님을 모델로 한 거 같다.
교토지방 특산의 쯔께모노는 '교-쯔께'라고 한다. 기요미즈미치의 상점가에서도 팔고, '오하라' 같은 산지에 가면 현지인들이 쯔께모노를 많이 만들어 판다.
지금은 관광지가 되었지만, 원래 교토시 북부 '오하라'가 산채 캐서 먹고살던 산골마을이다.
산골여자들이 교토 시내까지 산에서 캔 채소를 이고 와서 팔았다는데.. 그녀들을 교토의 멋쟁이 귀족여성인 '교온나'와 대비하여 '오하라메'라 했다 한다. ^^
참고로, '교토부'만 해도 꽤 크다.
우리는 흔히 교토시만 교토라고 알지만.. 교토시는 '교토부'의 주도일 뿐이다.
교토부의 북쪽은 우리의 동해와 맞닿은 해안이고.. 동으로는 '시가'현과 '후쿠이'현, 서로는 '효고'현, 남으로는 '우지'를 넘어 '나라'현에 접한다.
교토부 역시 대부분이 산지라.. 교토시 인근의 평야지대를 뺀다면..
북부 해안의 해상자위대 군항인 '마이즈루'시와 일본3경 중 하나라는 '아마노하시다테'로 유명한 '미야즈'시.. 그리고 '후쿠치야마'시 정도이다.
교토는 왕도였던 만큼 옷이나 장신구 사치품 들이 발달했고..(그래서 '교토는 입다가 망한다'란 말이 생겼다 ^^)
특산 요리는 두부요리라고 한다. 교토에 가면 두부요리를 먹어보라. ^^ 가성비는 별로, 디게 비싸다. ㅋ
당연히 술(니혼슈)도 유명한데.. 교토 남부인 후시미구의 '겟게이칸(월계관)주조'가 유명한 주조장 중 하나이다.
교토시 북서쪽 '도게츠교(도월교)'와 '덴류지(천룡사)'가 있는 '아라시야마' 지역은 당시 귀족들의 별장지였다고 한다.
교토는 분지라 덥고 물이 귀했기에.. 그 옛날 시가현 비와코(호수)의 물을 끌어오기 위한 수로를 만들었단다. 그게 일부가 '난젠지'에 남아 있다(수로각).
비와호의 물을 끌어오기 위해 아예 인공하천을 만든 모양인데.. 그게 아마도 야마시나의 '야마시나수로'로 보인다.
그렇다면.. 시가현 비와호에서 시작한 물길을, 히에이산이 포함된 히가시야마지역(동쪽산지) 남쪽 야마시나로 돌려서 산조쪽 위로 연결한 것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교토 북쪽 해안의 마이즈루시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3함대격인 '마이즈루지방대'가 있다.
지난 번에 갔을 때 '이즈모'함이 있었으며.. 이지스함인 콩고급 구축함과 최신예 아타고급 구축함 등이 배치된 최강전력의 함대로 우리에겐 아주 기분나뿐 위치이다.
독도 등의 문제로 우리와 분쟁이 일어나면 바로 출동한다는 함대인데.. 솔직히 전력상 우리 동해 1함대를 압도하기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해군 1함대(동해함대)와는 교류 협력강화를 맺은 관계이다. 좀 우습다. ^^
일본 해군은 이런 함대(지방대)가 5개 정도 있던데.. 마이즈루 말고도, 큐슈의 사세보, 혼슈의 양끝단인 히로시마, 아오모리 등에 있고.. 미해군 7함대가 배치된 요코스카에도 있다.
요코스카, 사세보, 마이즈루에는 가보았는데.. 나머지는 아직이다. 최고 장관은 역시 미7함대의 모항으로 늘 최신예항모가 있는 요코스카항이다.
요코스카시는 대학도시인데.. 도쿄만을 둘러싼 서남쪽 요코하마 아래 미우라반도의 동쪽해안에 위치한다
이곳엔 각 인종의 용광로인 미군의 기항지라.. 기지 주변 번화가엔 전세계 음식이 다 있을 정도다. 밤에는 아주 흥겨운 곳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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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만 있으면 재미가 없는데..
사진은 앞으로 정리해서 올릴까 합니다. ^^
p.s.
십수년 간 발로 다니며 여기저기서 얻어듣고 읽은 거라 내용 일부는 틀릴 수도 있습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ㅎ
일본 친구가 일본을 느끼려면 나라에 가보라..하던데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곳 중 한 곳 입니다(사슴은 별로 ㅠㅠ)
사실 이젠 교토는 이미 과포화상태라 관광지로는 아듀고요..
경주같은 곳이라면 나라라고 해야겠습니다. ㅎ
이러다 나라까지 손님들 몰리면 안되는데. ㅠ
가깝고도먼 이웃나라 일본
정말 일본을 모르고 있었네요 그냥 관광목적으로 휘리릭~
뭐 꼭 자세히 알 필요는 없지만, 생각보다는 그들이 우리에 대해 잘 알기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저도 일본을 이기려면 뭔가 좀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차피 여행을 가는 마당에 찾아보기 시작했더랬습니다.
그렇게 그들과 더불어 우리의 역사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교토 하면
히무라켄신 이 생각납니다 ㅎㅎ
에도막부 말기 거의 마지막 사무라이.. 발도재, 풍운아 바람의 겐신이죠. ㅎ
이 만화가 너무 인기라.. 마치 실제사실 같이 받아들여질 정도.
사진도 기대가 됩니다 ~
일단 하나 올렸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