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반이 어느날이었다.
간사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난카이전철과 긴테츠전철을 갈아타고 곧바로 나라현 야마토하기역으로 갔다.
늘 말하지만, 오사카 난바 우메다 교토역 기온.. 이런 외국인(한국인 포함) 여행자 많은 데는 이제 가는 게 아니다. ㅎㅎ
명동이나 인사동거리 남산타워나 한강 유람선 데려다놓고.. 이게 한국이에요 하는 거랑 마찬가지인 거다. 그럴 리가..? ㅋㅋ
나라시와 아스카를 연결하는 중간지역 '가시하라'시 야마토-야기역이다.
과거 야마토 땅 답게 역명 앞에 '야마토'가 들어가는데 지금은 이 지역을 그냥 '야기' 또는 '하기'라 부르는 거 같다.
'팔'자는 원래 '하-'던데.. 아닌가..? 중간에 들어가면 '야-'로 읽기도 하더라.. 일본어 잘 모른다. 그냥 다니다보니 그렇더라고. ㅎㅎ
긴테츠전철의 한 역인데, 나라지방의 주 교통은 단연 긴테츠전철이다.
'긴테츠(근철)'는 '긴키 니폰 철도(긴키니폰테츠도)회사'의 약칭으로.. 여기서 '긴키'는 '수도(서울) 인근 지역'이라는 말이며..
오사카, 교토, 나라, 미에, 아이치현 등에 광범위한 철도망을 가지고 있다. 그냥 나라 사람들의 이동에는 정신적 지주다. ㅎ
한자 '키'자가 아마 '기호지방' 할 때의 그 '기'자일 것이다. 수도 주변이란 말이니.. 딱 나라지역을 지칭한다. ^^
같은 방식으로.. 간사이지역의 다른 철도(전철)들을 보자면..
'한신'전철은 말 그대로 '한'(오사카)과 '신'(고베)을 연결하는 전철이며.. 동으로는 난바에서 긴테츠와, 서로는 산노미야에서 고베고속철도를 통해 산요전철과 연결운행한다.
'한큐'전철은 '한'(오사카)지역의 '급'행(빠른) 전철이란 말인 거 같다. 오사카 우메다에서 시작, 세 갈래로 각각 고베, 다카라즈카, 교토로 향한다.
물론 '게이한'전철은 '게이'(서울,교토를 말함)와 '한'(오사카)을 연결하는 전철일 것이다. 교토에서는 시가현쪽으로도 운행하며 대단히 쾌적하고 편리하다.
야마토야기역 앞 호텔에 예약을 했는데, 1시 전이었던가.. 체크인 타임인 3시보다 빨리 도착했으므로 짐만 맡기고 바로 나갔다.
정말 우연히도 호텔 창구직원 중 하나가 한국인이었는데.. 처음엔 내가 일본사람인 줄 알았는 지.. 살짝 놀라며 반가워했다.
최근 한국인 오는 거 처음이라고. 어떻게 이런 데까지 오셨어요..? 하더라. 나도.. 한국인이 이런 호텔이 근무하는 게 더 놀랍다고 했다. ㅎㅎ
사실 이날 이 사람이 여행기간 동안 한국어를 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정도로 이쪽 동네에는 한국인 여행객이 잘 오지 않는다는 거다.
어차피 여기서는 움직이려면 긴테츠전철인데.. ^^ 야마토야기역에서 바로 옆 '사쿠라이'시의 하세데라역으로 간다. 세정거장 10분 소요.
긴테츠 하세데라역에서 꽃의절, 하세데라(장곡사)로 가는 길. 사쿠라이시의 '하세' 마을은 끽해야 2층건물인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큰길이라고 해봐야 편도 1차선 지방도로인데.. 그나마 신호등이 있는 게 놀라울 정도. 그 신호를 다 잘 지키는 게 더 놀랍다. ^^
개울을 건너 근처에 있는 요키텐만진샤(여희천만신사)부터 가보기로 했다. 노부부가 내 앞에 간다. 나중에 하세데라에서도 만났다. ^^
일본인들의 특성인 지.. 간사이 사람들이 그런 건 지.. 이들은 이럴 경우 아는 체 하며 인사를 잘 한다. 혼자 온 거 보면 뭔가 막 알려주려고도 하고..
우리도 좀 그래야 한다. 어디나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이 그 국가의 인상을 좌우한다.
여담이지만, 여기 건너는 작은 개울이.. 계속 흘러서 큰 야마토강을 이루어 오사카시 남쪽경계를 통해 오사카만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마을 이름이 '하세(장곡)'인 걸로 보아.. 이 하천이 이루는 계곡이 꽤 길었던가보다. ^^
일본여행은 이렇게 한자를 읽으면서 뜻을 새겨보면 더 재미있다.
요키텐만진샤는 천년도 넘은 아주 오래된 신사다. 교토 관광지의 그것처럼 시뻘건 칠을 한 신사가 아니라.. 정말 고즈넉하다.
지역민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델 찾아오겠나 싶다.
사실 이날 외국인은 나 밖에 없었다. 다들 나라에 간다해도 정작 이런 데는 안오는 것이다.
저 뒷산으로 아마테라스가 강림했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암튼 여긴 내가 잘 모르지만 어떤 여신을 섬기는 곳이다.
여희천만신사에서 산길과 계단길로 약간을 가면 저기 산중턱에 하세데라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 우측 상단부 지붕)
하세데라의 산문인 니오몬(인왕문). 이 절은 십일면관음상으로도 유명하다고.
산문에서 본당에 이르는 하세데라의 등랑. 지붕이 덮인 계단으로 되어 있다.
이런 구조가 그리 흔한 건 아닌데.. 절은 아니지만 오카야마 인근 기비쓰 신사에서 이런 구조를 본 거 같다.
거긴 바닥이 나무였던가..? 기억이 잘.. ^^
이게 본당을 옆으로 돌아 입구로 연결되어 있다.
하세데라 본당. 저 내부에 본존불로서 대관음불이 안치되어 있다.
본당이 '대비각'이니.. 본존불로 관음보살을 모신 곳이 분명하다. ^^ 일반 부처라면 대웅전이었겠지.. ^^
기요미즈데라와 똑같이 무대가 있다. 비슷한 양식으로 보아 60여년 이상 앞서 지어진 이 하세데라가 더 원조일 것이다.. ^^
이런 식의 나무기둥 축대로 본당을 지탱하는 방식의 사찰들이 여럿 있는데.. 기요미즈데라(청수사)나 이 하세데라도 그렇고.. 엔랴쿠지의 요카와주도(중당)도 그렇더라.
창건 당시의 건물로 남아 있는 곳이라 한다. 지금은 수장고로 쓰이는 듯.
그렇다면 1300년 정도는 되었다는 얘긴데.. 음.. 진짜라면 대단하다.
오중탑(오층탑)이다. 오중탑도 교토 나라 여기저기 많은데.. 교토 도지(동사) 거랑 비슷하지..? ㅎ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는데.. 여러번 소실되고 재건된 것이라 한다. 이 앞에는 3중탑의 유적도 따로 있다.
하세데라는 '꽃의절' 답게 여행 당시에도 사쿠라가 한창이었다.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겹벚꽃 종류인 거 같은데.. 참 예쁘게 피어서 좋아하는 꽃이다. 저게 흐드러지게 피어 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원래 하세데라는 아지사이(수국)로 유명하다는데.. 수국은 6월 이후에나 핀다. 우지에 가면 미무로도지가 있고 거기도 수국으로 유명한 절이다.
기회가 된다면 6월에 수국을 보러 오고싶지만.. 6월말의 간사이는 살인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ㅠㅠ
하세데라 혼보(본방). 따로 배관료를 받는 곳이다.
건축학적으로 처마 밑의 저 지지구조가 특이하다고 한다. 개구리가 뒷다리를 벌리고 있는 모양이라는데.. 그런가..?
그렇다고 하니.. 그냥 그러려니.. ㅎ
다시 하세데라역으로 돌아오는 길인데.. 현대적 건물인데도 길가 집 지어놓은 모양들이 누가봐도, 여기는 '나라'다 라고 하는 거 같다. ㅋㅋ
거리가 꽤 되는 데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으니 걸을 수 밖에 없다. ㅠ
사쿠라이시 '미와'의 4백년가량 된 이마니시주조의 '미무로스기' 준마이긴죠 니혼슈를 한병 샀다. 일본술 평가에서 금상을 받았다는 좋은 술이다.
늘 그렇지만.. 일본술 평가에서 금상 받는 것들 보면 꼭 준마이다이긴죠인 건 아니다.
본인이 느끼는 술맛이 아닌 도정률(50%이상 깎은 다이긴죠냐 아니냐)로 술을 평가하는 건 한국인들의 아주 잘못된 습성인 듯.
언젠가 일본에서 다이긴죠는 아니지만 유명한 술을 사다줬는데.. 준마이다이긴죠 아니라고 서운해 하더라는.. ㅠ
주관대로 술을 찾지 못하고 남들이 좋다는 걸 우루루 사는 것이다. 준마이다이긴죠라고 해서 다 맛이 좋은 것도 아니고. 사실 밍밍한 편이다.
저건 한국 들고 갈 거라.. 다른 브랜드의 작은병 하나를 더 샀다.
백화점 수산코너에서 참치 사시미를 싸게 팔길래 포장해왔다. 혼마구로인데, 오도로(대뱃살)까지 골고루, 저런 좋은 부위는 잘 없잖아..
여행가서 이렇게 사먹으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데.. 이래봐야 만오천원도 안한다. ㅋㅋ
호텔방에 돌아와서.. 피로에 지친 몸을 뜨끈한 온천탕에 담궜다가.. 고독을 안주로 씹으며 사시미와 마시는 술은 정말 맛있다. ^^
여행이란 꼭 돈을 많이 들여서 고급으로 놀아야 하는 건 전혀 아니다. ^^
이런 지방도시 마을에는 온천탕 있고 괜찮은 조식까지 주는 호텔도 오사카 교토의 반값이고.. 인터넷회원가입해서 천엔 할인도 받았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지방도 상권이 살아 있기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식료품코너에 가면 웬만한 건 다 합리적으로 판다. 저렇게 먹으면 된다.
비싼 건 항공권인데.. 그건 어쩔 수 없다. 남는 마일리지로 아시아나를 타긴 하지만.. 추가되는 비용이 만만찮다. ㅠ
다 합하면 결과적으로 제주도보다 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성비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바가지 전혀 없고.
아직까지 일본여행하면서 적어도 먹는 걸로 장난치는 건 본 적이 없다.
첫댓글 진짜 청수사랑 비슷하네요
찾아보니 하세데라가 8세기 전반, 기요미즈데라는 후반이네요. 당시 기법인듯요. ㅎ
엔저로 일본 많이들가시더군요
제주가시던분들 죄다 일본가시는듯요
항공비용을 제외한다면 사실 쌉니다. 엔저가 아닐 때도 그랬어요.
바가지 전혀 없고. 이게 참 부러워요. 우린 왜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는지.. ㅠ
하세데라….대힉때 아부지와 같이 갔다가 신경질(6월 말에 갔었어요..더운데 주구장창 걷기만 해서..) 잔뜩 냈던 기억이 납니다..ㅠㅠ
여기 제법 많이 걷습니다. 버스조차 타기 어렵죠. 역이 높은데 있어서, 돌아오는 길도 완전 오르막이고. ㅠ
6월말이면 30도도 훌쩍 넘었을 텐데.. 땀으로 목욕을 했겠군요.
그 오래전 여길 가자고 하셨다니 아버님이 대단하십니다. ㅎ
현업 여행업 입니다
일본 거래처들
시간이 가면 갈수록 4가지 없어지고 개무시가 늘어갑니다
전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관광객이 쓴 돈이 일본관광업 매출 35%이상 이라고 합니다
맞아요.. 수요가 과도하니.. 당연히 공급자들이 힘이 들어가는 거죠.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이상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그래서 다른 데 끼고는 안갑니다. 자유여행만 하지요. 물가도 너무 올라서 가성비도 점점 내려가고 있지요.
@질주본능 호텔->개무시
식당->눈탱이
이런 상황이 늘고 있고
워킹 여행객 언어가 원활하지 않으니 이런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는게 함정입니다 ..
@장자못 그러니 최근 일본을 처음 찾는 여행객들은 요즘 가격이 그냥 그러려니 하기도 하죠. ㅎ
전엔 웬만한 비즈니스호텔은 7,8천엔 정도면 잤는데, 요즘은 두배. ㅠ
라멘도 관광객들 가는 곳에선 천엔이 넘고. 이 역시 예전 대학가에선 300엔도 하던 것이죠. ㅠ
그래도 워낙 엔저라.. 일본 현지에선 그렇게 해서라도 자국민들 값어치를 지키려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뭐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근데, 아무리 그래봐야 우리나라는 경쟁력이 딸리니.. 어쨌든 일본관광은 줄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대가 거의 같은 형태로 있군요 ~ 탑들의 모양도 거의 비슷하고 ~
동네 마트에 마감시간 즈음에 가면 할인하는 음식들 사다 숙소에서 먹는 재미도 쏠쏠하고 ~ 좋습니다 ^^
마자요.. 식품코너들 8시면 20-30% 할인표시 붙이는 건 관례라.. 좋은 제도. 일본은 식품코너가 참 잘되어 있더군요. 한국과 달리 소포장은 기본. ㅎ
저런 고찰들 찾아다니다보면, 형태상의 유사성은 매우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