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촌의 졸업식장에 오겠다는 축하객을 최대한 줄이며
아내와 아들 딸 3명만 참석한 저의 대학원 졸업식이 조촐하게
치뤄졌습니다...
45살에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 입학해서 한학기를 휴학해가며
3년만에 문학석사 학위를 겨우 받아냈습니다...ㅋㅋㅋ
늦은 나이에 주경야독하며 대학원의 쉽지않은 길에 들어 선 것은
순전히
3가지 이유때문였죠...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아들녀석에게 " 공부해라! 공부해야한다!"
고 강요하기보다 아빠가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두번재론 , 방송국을 떠난 이후 미래대책으로 학위라도 따놓아야
시간강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고,
마지막으로 구태의연해진 내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어느새 다가온 치매기와 떨어진 체력, 적지 않은 학비 등이
부담이 됐던 것은 어쩔 수 없는 40대 중반 남자의 몫이었다...
특히 영어시험이 난 코스였는데 도대체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훵한 뇌의 움직임땜에 고전을 했고, 종합시험때엔 암기식 답변을
요구하는 탓에 정말 고전했다...
재시험까지 봐가며...
특히 나이가 내 또래인 지도교수님의 꼬장꼬장한 논문시비 때는
정말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번뜩번뜩 고갤 쳐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연대 도서관에 계시는 모 노처녀 선배의 기가막히는
한마디 말 - " 논문은 본인이 포기하지말고 교수가 포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그말 한마디에 뻥 뚫리는 마법같은 해법의 잔머리1!!
그날 이후 논문 포기대신 " 난 할 수 있어! "로 돌아섰고 결국
해냈다...ㅎㅎㅎ
교수님들의 인준서 도장이 찍히는 날 정말 날아 갈 듯 10년 먹은
체증이 뻥 뚫린 기분였다...
약 2500여만원의 자비지출, 단 두번의 결석이라는 기적같은 출석
속에 어제 빛나는(?) 졸업장을 거머 쥔 것이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이먹고나서 쉽게 공부에 의무적으로
도전하시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인생사 한번 가면 끝인데 늦은 나이에 골병(?)들며 공부하지말라고
권하고 싶다.
그 시간에 산에 열심히 다니시고 운동하고 여행하시고 영화보고
맜있는 거 많이 드시라고 감히 권하는 바옵니다요!!!
삶이란 잠시 스쳐가는 소풍같은 것이라고 했고 , 인생살이란
겨울날 들소가 내뿜는 한숨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까지 했잖은가?
졸업후기 쓰면서 너무 거창했나요?
그래도 어젯밤 얘들 몰래 졸업장 한번 살짝 만지작거린 나는
여전히 속물인가 봅니다...후후...
어쨋든 48세에 받은 졸업장은 몇십년만에 받은 감회와 회한이 깃든
별난 추억거리가 될 듯 합니다.
졸업 후 복잡한 신촌을 벗어나와 홍대앞 고기집에서 비싼 소고기도
먹어보고 ...
근데요? 고깃값이 비싼 걸 확인한 우리 아들녀석왈 " 아빠! 싼 고기
먹고 남은 돈으로 나 용돈이나 많이 주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얘기할 땐 속으로 쓴 웃음이 납디다...
고 녀석은 이번에 대학 들어 갔는데 고3때 한달 용돈은 4만5천원였다.
대학생되면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하나요?
어제 점심떄 비싼 고기 실컷 못먹은 우리 가족은 아내가 5만원어치
사온 쐬고기로 밤에 실컷 여러부위를 원도없이 포식했다...
(나도 알고보면 불쌍한 샐러리맨 ?...)
마흔여덟 적지않은 나이에 받은 졸업식을 그냥 지나가기에 섭해
쓸데없이 몇자 적어봤습니다요...
님들 건강하시고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한 나날로 채워가소서...
" 우리가 살아있을 날 중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를 기억하시길..
여의도의 독수리타법 기수 황제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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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럽습니다.나도 늦게라도 해볼걸.그 세가지 이유하곤 전혀 상관없이 난 그저 공부가 하고 싶었는데. 그땐 그렇게 하기 싫더니 지금와서야 하고 싶어지니 왠 청개구리 맘인지.고이 맘 접고 살아야지. 부러운 마음에....
황제님! 논문 통과 하셨다 하더니 이제 졸업장을 받았으니 정말 축하드립니다.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시고 술자석 좋아 하시더니 언제 열심히 공부를 하셨는가요 축하 주 한잔 언제 해야죠? 올해는 코뚤리고 대학원졸업하고,,만사형통 이네요
산에 술에 언제 공부하시어 만학의졸업장을 거머쥐셧음까 존경!또 존경하옴다 마지막에 충고가 가슴을 울립니다 공부보다 하고픈걸 하라 그래서 열심히 고민중임다 무엇을 할까를....축하드립니다
왜 내가슴에 찡~~한 울림이 오는걸까...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늦깍이 졸업생..하지만 어느 누구의 졸업장보다 더 값진걸 받으셨네요..축하합니다. ㅋ 어제 저두 신촌에서 놀았는데..얼굴을 알았다면 축하커피라도 한잔 사드렸을텐데..
황제님 ! 축하드립니다. 어느날은 신문 보기도 싫어 거른날도 있는데 ........황제님의 열정에 축하드립니다.
빛나는 졸업장을 추카 추카 드립니다...마음으로 감격의눈물 흘렷을 황제님을 그려보면서...언제 축하주한잔 해야지요...님의가정에 행복과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저는 57년생, 닭띠입니다. 황제님은 잣나비인가요? 저두 지금 논문학기입니다. 몇년전 석사학위는 땄습니다만 교통사고때 두뇌충격 부상으로 필름이 자주 끊겨 박사코스는 노크 못하고 다시 다른 전공으로 석사코스를 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우리보다 더 늙은 노친네(?)들 있더군요. 욕봤습니다. 공부하느라...
글고 저두 독수리 타법에는 누구에게 지지 않는답니다. ㅎㅎㅎ
딸기두~~ 이하 동문입니다. *^^*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황제님 !! 우선 축하 드립니다 많이 많이 축하 합니다 그나저나 대단하시네요 몰랐어요..어쩐지 요즘 안보여서 궁금하였는데....... 언제 쐬주라도 한잔 쏘셔야겠네요 황제님 !! 늘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