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세월호 관련하여 며칠 전에 쓴 글에는 지름길로 항해하여 암초에 걸려 침몰한 것처럼 썼습니다. 당시에는 급격한 변침이 원인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전이었기에 제가 예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가능성을 제시했죠.
그러나 급격한 변침이 원인이라는 보도가 나온 순간 저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전에 언급했지만 저는 해군 조타사로 4년 가까이 근무했기 때문에 배의 복원력이 우리가 평상시 생각하는 것보다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저도 짧지만 한때 필리핀 인근에서 6,7m의 파도 속에서 겨우 타를 잡았던 적이 있고 사격훈련 당시 배가 기울면서 파도가 조타실까지 덮치는 아찔한 상황도 겪은 적이 있습니다.(비록 어느 정도 큰 배였긴 했지만..)
하지만 배의 무게중심을 위로 했기에 복원력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해서 겨우 이해했습니다. 제가 마지막 1년 동안 근무했던 지금은 퇴역했을 소형 수송정도 화물 및 차량을 싣기 전에 언제나 갑판 밑에 물을 채우는 작업을 했었습니다. 덕분에 1.5m의 파도에도 배가 작다보니 꽤 흔들렸지만 나름 화물 고정도 잘 한 상태라서 별 탈 없이 울돌목도 지나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선장이 이함 그러니까 배에서 내리는 명령을 승객들에게 내리지 않은 것은 정말 최악입니다. 일단 맹골수도 같은 위험지역은 선장이 지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 경험에도 조류가 심하거나 수로가 좁은 협수도에서는 함장님이 언제나 직접 지휘했습니다. 그리고 배가 침몰할 상황에서는 재빨리 이함 준비를 실시해야 합니다. 함정 근무자들은 아시겠지만 1년에 한 번씩은 꼭 이런 훈련을 하고 저도 이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매년 5m 다이빙을 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때(이 때 두번째 근무함정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도 돌아가셨습니다. 휴..) 그나마 직접 폭침을 맞지 않은 생존자들이 무사했던 이유도 빠른 이함 결정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고 당시 관할이 아닌 제주VTS와의 교신도 상당히 문제입니다. 진도VTS와의 교신이 귀찮다면 최소한 16번으로 계속 유지했어야 합니다. 해상 경비 당시 16번에서 중국어선에서 나오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중국어를 듣기 싫었음에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계속 16번을 틀고 상황에 대비했었습니다. 분명 조타실에 GPS가 있었으니 진도 VTS에는 사고를 알림과 동시에 지원을 요청하고 16번으로 경,위도를 알리면서 주변 선박들의 구조를 요청했어야 합니다.
이외 사고 이후의 정부 측의 책임회피 및 시간끌기 식의 대책은 제가 설명할 수 없겠네요. 전 그런 분야에서의 경험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전 그동안 해경들에 대해서 중국어선과 관련하여 많은 피해를 입었기에 심경적으로 동조하는 입장이었습니다만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부정적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 대해서도 비도덕적이지만 그래도 나름 유능하다는 평가도 비도덕적이면서 무능한 정부로 자체 평가가 바뀌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사건이 터져야 이 나라의 높으신 분들이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네요. 이번에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 씨께서 클로징 때 하신 말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