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님이 있다 <br /><br />나를 누님이라 부르는 아우들이 있듯이 내가 누님이라 부르는 여인이 있다 몇 년 전 영감님 먼저 보낸 누님은 박꽃처럼 희고 곱다 천상 여자라는 말은 누님에게 딱 맞는 조용하고 겸손하고 정도 많고 나보다 많이 어여쁘다 <br /><br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7번마을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돌아 올라가면 신림동 언덕배기 하늘 낮은동네에 산다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실비집' 간판을 걸어 둔 누님, 여닫이도 아닌 옹색한 미닫이 문을 열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면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누님, 이쁘다<br /><br />새벽마다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사오는데 언제나 제철 것들이 장바구니를 채운다 엔간한 일식집 상차림은 물러가라 전해라! 작은체구에 무슨 손이 그리 큰지 접시마다 냄비마다 넘치고 흘러 내린다 연신 들여다 보며 빈접시 채워주는 즐거움에 누님의 주머니는 이문이 박하다 <br /><br />오늘 밤 난, 신림동 실비집을 간다 오랫만에 누님 한 번 품에 안아 봐야지 단골들이 행여 속 뒤집어 놓았으면 내가 다시 뒤집어주고 와야지 날도 춥고 손도 시려운데 손등이 갈라 터진 건 아닌지 두 손 잡아 봐야지 맘 여린 누님은 틀림없이 눈가에 물기가 베어 날거야 나는 기다렸다는 듯, 눈물을 그윽하게 바라만 볼거야 닦아주지 않고 볼에 흘러 내리도록 가만 놔 둘거야 <br /><br />병어조림을 해 주실까 서대회를 무쳐주실까 어쩌면 삼치를 놀밋놀밋 궈 주실거야 늘 그랬듯이 '고마워 고마워 정말 고마워 잊지 않고 와줘서 고마워 ... , 한 대 여섯 번 쯤 울먹 할거야 <br /><br />이쁜 누님 저녁에 만나요 <br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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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배님 마음까지 읽습니다.
따뜻한분 곁에는 더 따뜻한분이 함께하시네요.
아무려면 그대만 할까! ^^
찾아오고.....찾아가는 情이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언제 한가 하시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