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동임 / 한솜 / 2020.05.20
페이지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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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삶과 이별을 생각하는 엄마가 쓰는 엄마가 사랑하는 가족과 퀼트와 꽃이야기
인생의 무게에 맞서기 위해 바늘과 호미를 잡은 이동임이 삶의 조각 하나하나를 꿰매어 하나의 퀼트작품으로 완성한 책이다. 저자는 세 살에 6·25 전쟁과 피난생활을 겪었고, 젊어서는 간호장교로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었던 씩씩한 여자였지만, 어느 가을, 자식과 운명 같은 이별을 하면서 삶과 죽음을 넘나들었다. 어딘가 몰두할 곳이 필요해서 르완다 난민촌에 가서 몸을 아끼지 않고 의료봉사를 했고, 호미를 잡고 꽃을 키웠으며, 골무를 끼고 조각천들을 잇는 바느질을 했다. 그렇게 30년이 지나고, 이제는 생의 여정에서 버거운 삶을 잊게 해준 것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메모리퀼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나온 조각마다 삶의 의미가 있었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조각천 위에 그리운 추억을 모아보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는 독자의 가슴에 잔잔한 떨림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소개
이동임
1945년 생, 황해도 운산면에서 태어났다. 세 살에 언니의 등에 업혀 ‘삼팔선’을 넘었다. 다섯 살에 6·25 전쟁을 피해 기차의 석탄 칸을 타고 부산으로 피난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부산대학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장교로 입대하여, 일 년 후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었다. 유아기 말에 인식 없이 전쟁을 겪었고 이십대 초, 또 다른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중위로 제대한 후 전쟁후유증으로 일 년 가까이 넋 놓고 살았다.
결혼하여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던 어느 가을, 자식과 운명 같은 이별을 했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시간을 잡아먹기 위해 바늘을 잡았고, ‘르완다 난민촌’에 가서 의료봉사를 했다. 정말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생의 여정에서 손끝에 머물러 버거운 삶을 잊게 해준 것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지나온 조각마다 삶의 의미가 있었음에 감사한다. 생의 나머지 나날을 사랑하며 오늘도 조각천 위에 그리운 추억을 모아본다.
2007년 6월 quilt 그룹전. 창원 성산 아트홀. 참가.
2007년 11월 International quilt week contest. 일본 요코하마. 장려상 입상.
2008년 5월 개인전. 문하생과 함께. Moonhouse.
2015년 5월 부산 국제 퀼트 페스티벌 초청작가. 벡스코.
목차
1부 메모리퀼트
바느질 이야기
내 품속의 작은 세상
흑순이의 죽음
능소화
상처 꿰매기
눌운
언니에게
친구가 보내온 문자
아버지
나이 듦에 대하여
마다가스카르
느티나무의 가을 노래
70대 소녀들 뭉치다
갑상선암 이야기
섬여행
엄마라는 이름으로
방탄소년단에 입덕하다
꽃 가꾸기
문하우스에서 본 해운대 백사장
장미정원 이야기
딸
앤과 앤디 이야기
조각을 이어 누빈 개량 한복
시시의 생일 카드
시시가 그린 상상화
안골만의 추억
두 딸의 희망
2부 퀼트일지
시시의 생일 선물
서부로 가는 비행기
시시의 창작 동화, 마법사 비둘기 제임스
나마스테이
나마스테이의 민들레
나마스테이의 밤하늘
자이언 국립공원의 계곡과 못(pools)
드림 캐쳐와 미니어쳐 기념품
앤탤로프 캐년
파월 호수
샌디에이고의 씨 월드
샌디에이고의 레고랜드
라호야 해변
슉슉 할아버지의 칠순기념 여행
3부 꽃가꾸기
하얀 종 모양의 섬초롱
빨간머리 앤의 머리칼 같은 산나리
수줍음 많고 단아한 분꽃
신부의 웨딩드레스를 닮은 수련
마음에 평화를 주는 잔디
소박하고 겸손한 맥문동
내가 제일 사랑하는 괭이밥
정열을 품은 칸나
우아한 하늘수박 앙증맞은 계요등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여고생같은 샤프란
손녀의 부탁으로 심은 비파
상사화라고도 불리우는 꽃무릇
남다른 향기를 지닌 은목서
별모양의 가냘픈 새깃유홍초
이름 모를 꽃
황홀한 향기의 황금색 꽃 금목서
너무나도 반가운 야생화
캉캉춤을 추는 무희 치마의 주름같은 금잔화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털머위
새하얀 꽃과 붉은 열매로 눈을 즐겁게 하는 필라칸싸스
진한 향기로 늦가을의 정원을 장식해주는 감국
새해 제일 먼저 피는 영춘화
설중화라고도 하는 수선화의 새싹
사이좋게 옹기종기 피어있는 앵두꽃
앞다투어 꽃을 피우는 입춘
선옥죽차의 재료가 되는 둥굴레꽃
아름다운 파스텔색의 니겔라
뛰어난 생명력이 있는 어성초
낮은 키의 화려함 송엽국
우담동자꽃과 끈끈이주걱
어여쁘고 앙증맞은 앵두
모기와 정답게 지내는 물카네이션
팔랑팔랑 나비꽃
이웃에서 시집 온 루드베키아(검은눈천인국)
태양을 향해 미소 짓는 시계꽂
슉슉이와 꽃비
허수아비와 가마우지
비정한 가마우지의 집념
도도하기 그지없는 노랑나리
식탁 위에 봄향기 원추리
산수경석에 핀 돌단풍
바다를 배경으로 핀 목련
보라색 별무리 알리움 크리스토피
노란장미의 추억 장미정원
달콤한 향기 인동초
너무나도 화려한 아이리스
색동저고리의 돈주머니 금낭화
꽃의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천리향
검은 나비를 품은 익소라
해운대의 해넘이
출판사 서평
머리말
칠십여 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지나갔습니다. 젊은 시절 허둥대며 살았습니다. 한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 속에 감춰진 무거움과 가벼움이 내 주위를 감돌며 내 의지를 시험하곤 했습니다. 슬퍼도 담담한 시선으로 옷깃을 여미기도 했습니다. 젊음은 꽃이었고, 그 속에는 우주의 온갖 경이로움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새의 깃털이 되어 가볍게 떠다니고 있습니다. 무겁거나, 가볍거나, 꽃이거나, 깃털이거나, 그 무엇이거나 지나온 삶의 조각들을 거두고 싶었습니다. 나머지 나의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이 되어, 무엇으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습니다. 나는 그저 매일의 그 순간 속에서 내 삶의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간직할 뿐입니다.
숨쉬기조차 버거운 한때가 있었습니다. 매일 새벽 차가운 공기 속에서 호미를 잡았습니다. 지치면 집안에서 바늘을 잡았습니다. 호미로 검붉은 흙을 파면 땅속에서 향기가 났습니다. 바늘을 잡으면 손이 움직여주었습니다. 손끝에 힘을 모아 헝겊 조각을 꿰맸습니다. 마음 따라 몸이 가는지, 몸 따라 마음이 가는지, 조금씩 숨쉬기가 평안해졌습니다. 바닷가 외딴집에서 삼 년 동안, 그렇게 살았습니다.
씨앗을 뿌려 솟아나는 새싹을 보며 말할 수 없는 대견함을 느꼈습니다. 이 시기에 죽어있으면서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이때 시작한 바느질과 꽃 가꾸기는 나의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끔 활짝 핀 꽃과 대화를 나눕니다. “수고했다. 힘들었지” 하고 말을 걸면, 꽃들이 환하게 웃습니다. 그들은 쉬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생의 절정기를 꽃으로 선사합니다. 꽃이 떨어지면 다음 생을 위해 단단한 씨방에 씨앗을 보관합니다. 사철, 자기 시간에 말없이 피었다가 조용히 지는 꽃을 보며 생명의 귀중함과 자연의 신비함에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습니다.
조각천들을 수천 개 모아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때, 인생을 닮았다고 느낍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사건의 조각들이 모여 인생을 이루듯 퀼트 또한 그러합니다. 조각마다 색감을 선택하고 그 조각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제 자리에 넣어 단정하게 꿰매고, 한 땀 한 땀 곱게 누벼야 합니다. 멋진 조각들이 모여 좋은 작품이 되듯이 인생 또한 삶의 조각들을 곱게 이어 완성해가는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시작할 때, 이어 붙일 때, 누빌 때, 과정 모두를 사랑합니다. 슬펐던 일 행복했던 일을 퀼트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지나온 삶의 조각마다 기쁨과 슬픔이 배어 있고 그 조각을 이어 오늘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꿰매어야 할 무엇이 남아있는지. 마무리하지 못한 퀼트 작품처럼 어떤 삶이 내게 남아있을지… 이렇게 손끝에서 탄생한 퀼트와 꽃들을 사랑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삶으로부터 외면받지 않았음을 느꼈고, 맺었던 인연들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만들어서 꼭꼭 접어두었던 퀼트 작품들, 내 주위를 감돌며 항상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꽃, 두 친구에게 주절주절 중얼거리듯 쓴 단상 몇 개와 용감하게도 중년 이후의 삶의 궤적을 간추려보았습니다. 평범한 생활,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책으로 엮으면서 자식을 세상에 내보이듯 부끄럽고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저자 후기
바늘과 호미를 잡고 소소한 평화를 누리며 살아온 삼 십여 년, 그래도 어느 순간엔 ‘울컥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교정이 마무리된 원고를 보내고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슬픔과 그리움이 없는 진정한 자유를 이 책이 가져다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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