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심심풀이로 쓰는 글이다.(주관적이니 이해 바람 ^^)
원래는 70-80 스타일의 팝이나 발라드를 좋아하고 이것이 진정한 음악세계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다.
끽해야 90년대의 반쯤 베끼다만 그런 곡들.. 생각해 보니 한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던 건데..
우연한 기회에 2016년 프로듀스101의 첫 방송을 보게 되었고, 그 이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어느날 어머니댁에 하루 가서 잘 일이 있었는데..
마침 그날 늦게 들어가 심심해서 TV를 틀고 뭐 볼 거 없나 하고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뭔 어린 여자애들이 떼거지로 나와 '픽미픽미'하고 방방 뛰는 노래를 '보게' 되었다.
소위 아이돌 음악과 댄스뮤직을, 뭘 모르는 애들 재롱이라고 치부하던 당시 그건 하나의 충격이었다.
저게 뭐야..? 요즘 방송국이 미쳤구나.. 나라 망조가 들었네.. ㅠ
그 맨 앞에서 눈에 확 띄게 춤을 추던 애가 나중에 걸그룹 '위키미키'의 에이스, 최유정이었다.
이후 '센세' 김세정이나 '가수가 되고 싶은' 김소혜 등의 눈물겨운 이야기 등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아이오아이'로 데뷔한 이들은..
짧지만 강렬했던 한 시절을 보내게 된다.
이 성공에 힘입어 '나야나'의 보이그룹 '워너원'이 무지막지한 파워를 일으키게 되고..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한류 아이돌 최고의 인기를 끌게 되면서..
급기야는 '프로듀스48'이라는 한일합작 프로그램으로까지 연결되어 걸그룹 '아이즈원'의 신화를 이어갔다.
지금 여자아이돌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이 아이즈원 출신들이다.
대표적으로 미야와키 사쿠라나 김채원이 있는 '르세라핌'이나 안유진 장원영이 소속된 '아이브'.
계속해서 프로그램은 시리즈로 제작되었지만.. 이전까지도 거슬러 올라간 조작과 비리들이 알려졌고..
결국 엠넷의 담당 PD가 체포되어 처벌받은 건 다들 잘 아는 사실일 거다.
이후엔 제작이 중단되었다가.. 한중일이 참여한 '걸스플래닛'처럼 명칭만 바꿔서 재개되어 걸그룹 '케플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남자버전으로 '보이즈플래닛'으로 결성된 '제로베이스원'도 있고.
또 다른 세계관으로.. 특정 제작사의 데뷔조를 만들기 위한 '아이랜드'가 있다.
첫 번째 아이랜드에서는 보이그룹 '엔하이픈'이 결성된 걸로 알고 있고.. 이들 역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걸로 안다.
아이랜드 시리즈는 아니지만.. 비슷한 맥락의 프로그램으로 요즘 핫한 걸그룹 '아일릿'을 탄생시킨 '알유넥스트'도 있었고.
뭐 사실 그런 프로그램들은 더 이상 전처럼 본방사수하며 즐겨보진 않았지만..
최근 또 어쩌다가 아이랜드2를 보게 되었네.. ^^
이번엔 YG 블랙핑크의 프로듀서로 유명했던 테디가 제작하는 신인 걸그룹 데뷔조라는데..
늘 그랬듯.. 애들 모아놓고 괴롭히며 눈물 짜게 만들고는, 특유의 편집술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방식이다.
뻔한 방식이지만 묘하게 빠져드는 맛이 있다.
아이들의 인생을 걸어놓고, 가학적인 실사판 관찰예능.. 마치 포르노에 빠져드는 것과 같다.
이렇게 출연자들에 심정적으로 공감하며, 결과적으로 뽑히는 애들을 응원하는 팬심은 충성도가 아주 높다고 한다.
이런 게 소위 K-팝의 힘인가.. ㅠ
암튼 얘네들 데뷔조 7명이 최종선발되었다. 걸그룹 명칭은 이즈나(IZNA)라고 하네. ^^
원래는 6명이라더니만, 마지막에 한 명 더 추가하는 신공을 발휘하는군.
아마 그 아이는 제작사 측에서 처음부터 뽑으려고 염두에 두었던 아이일 거다.
보통은 이런 프로그램인 경우 전원 팬투표로 뽑는 게 일반적인데..
여긴 6명 중 5명만 팬투표로 선발하고 나머지 1명은 프로듀서들의 주관적 추천으로 선발.. 거기다가 편법으로 1명 더 추가하기까지 하던데..
이 정도면 뭐 제작사로선 안전장치를 확실하게 깔아놓는 수준이다. 회사가 미는 연습생은 반드시 넣겠다는 거지. ㅎㅎ
게다가 1명이라도 멤버를 더 늘리면 소위 팬덤장사에 조금이라도 유리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연습생은 최정은 이라는 친구였는데..(원래 나는 외모보다는 노래 잘하는 메인보컬들을 좋아한다)
이전 투표에서 10등이라길래 의아했는데..(비주얼이 조금 딸려서?) 결국 1등으로 뽑혔다.
K-팝 아이돌 뮤직 좋아하는 이들 눈은 다 비슷한 건가..? 내가 보기엔 그 애가 에이스였다. ㅎㅎ
1~4등이 이미 오각형의 메인보컬, 리더 감의 올라운더, 독특한 보컬, 메인댄서 겸 래퍼.. 뭐 이런 조합이면 늘 강하다.
사실 처음 발표한 네 명만으로도 이미 내가 보는 확실한 픽으로 만들어지는 바람에.. 이후 선발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그저 비주얼과 서사구조의 강화 정도. 리드나 서브로 보컬, 댄서 혹은 래퍼할 정도면 충분하지.
7명 중 일본인도 두 명. 전형적인 걸그룹 성공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보컬라인이 막강하진 않지만 라이브는 되는 수준이니.. 아마도 테디와 CJ의 새 걸그룹은 꽤 인기를 얻을 걸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거지..?
거 봐 거 봐.. 별 것도 아닌데.. 남들 인생에 이상하게 빠져든다니까.. ㅋㅋ
이 카페에도 아이돌 음악 좋아하는 분들이 있던가..? ^^
내 나이 대의 친구들이 다들 그러하듯.. 사실은,, 이게 뭔 소리야 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일 거다. ㅎ
생각보다 한국의 K-팝은 그 수준이 높다.
보컬들의 실력도(메인보컬의 경우) 과거 어느 때보다 뛰어나고.. 정교한 안무 구성에 실제 댄스 수준도 상당하다.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프로듀싱에 참여하는데.. 단순히 어린아이들의 후크송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거.
실제로 요즘 핫한 트로트 경연에 나가는 이들도 따지고 보면 이 업계에서 떨어져나간 이들이 대부분임.
물론 많은 아이들이 이런 불확실한 미래에 인생을 거는 모험을 감행하는 현상이 안타깝고,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생각하지만..
대중음악 그 자체로만으로는 이미 최고수준의 주류음악이다.
또 저런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나라 아이들도 보기보다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흔히 요즘 애들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혀를 차는데.. 자기 꿈을 지켜나가는 게 존경스러울 정도.
첫댓글 와!
k팝까지 들으시는군요
전 노래가 안들려서 아주 멀리 하네요
아이오아이부터이니.. 사실 그리 오래는 아니에요.
보이그룹 노래는 정말 뭔 말인 지 가사전달도 안되는 지라.. 주로 걸그룹 노래만 듣습니다. ^^
그래서 팬덤장사로는 보이그룹이 매출이 많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걸그룹이 높다고 하네요.
방송에서 안보여줘서그렇지, 요즘 밴드들도 실력이 상당하더군요. 조만간 속칭 K-POP(저는 이 단어가 싫어요. 마치ㅡ90년대 J-pop을 베낀듯해서..ㅜㅜ)의 범주가 넓어질 듯!
저도 K-뭐시기 이러는 거 별로 언좋아 합니다.K-방산이니.. K-의료니.. 다들 실상을 잘 모르면서 국뽕에 취해 붙이는 말들일 뿐이죠.
한국 젊은이들도 예술쪽은 강한 거 같습니다. 순수예술(클래식계열)쪽도 요즘은 다들 잘하는 거 같고요.
우리 방송들은 그냥 뭔가 유행하면 그것만 좇는 경향이 강하죠. 뭔가 스스로 다양성을 추구하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질주본능 나와 다른 생각, 다른 생김새, 다양함을 인정하고 밀어내지 않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예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강의할 때 매번 강조하는 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