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타차 압도적 선두 이예원 “바람 덕 성장 확인, 방심하지 않겠다”[SS 인터뷰]
장강훈 기자입력 2023. 4. 8. 20:14
이예원이 8일 롯데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KLPGA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아이언 샷하고 있다. KLPGA
[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기자] “방심하지 않겠다.”
거짓말처럼 기회를 잡았다. 넉넉한 선두이지만, 한 번도 밟아보지 않은 땅에 도전하는 것이어서 방심은 없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022 신인왕 이예원(20·KB금융그룹)이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이예원이 8일 롯데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KLPGA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전반 홀아웃하고 있다. KLPGA
이예원은 8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롯데스카이힐 제주컨트리클럽(파72·6370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3라운드에서 2타를 잃고도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첫홀(파4) 버디로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이날 순간풍속이 초속 10m로 분 바람 탓에 고전했다. 6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전반을 이븐파로 마친 이예원은 14번(파3) 티샷 실수로 두 번째 보기를 범한 뒤 16,17번홀에서 연속 보기로 2위그룹의 추격을 허용하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홀(파5)에서 버디를 낚아 좋은 기분으로 최종라운드에 임하게 됐다.
이예원이 8일 롯데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KLPGA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아이언 샷하고 있다. KLPGA
3라운드합계 7언더파 209타로 공동 2위인 박지영(27·한국토지신탁) 전예성(22·안강건설)에 6타(1언더파 2015타) 앞선 압도적 선두다. 사흘 내내 궂은 날씨와 강풍 탓에 챔피언조 세 명을 제외하고는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 특히 3라운드는 이글 1개와 버디 2개,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를 작성한 이가영(24·NH투자증권)이 데일리 베스트였을 만큼 악조건이었다.
이예원은 “시작부터 바람이 많이 불어 안전하게 치자는 생각만 했다. 전지훈련지(호주)가 바람이 꽤 부는 곳이어서 어느정도 극복할 힘이 생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대한 신중하게, 방어적으로 플레이했지만 바람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 그는 “바람 계산을 잘못해서 위기를 겪었다. 그래도 리커버리를 잘해 아쉽지만 잘 마무리했다”고 웃으며 “바람이 심한 곳에서는 두 클럽, 평균적으로는 한 클럽에서 한 클럽 반 정도 계산해 클럽을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이예원이 8일 롯데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KLPGA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바람을 확인하고 있다. KLPGA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는 강한 바람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는데, 올해는 국내 개막전에서부터 안정감있는 플레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예원은 “나름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지난해는 짧은 퍼트도 많이 놓쳐 스코어를 잃었는데, 올해는 퍼트도 잘됐다. 전지훈련에서 그린주변 숏 게임과 중거리 퍼트 훈련을 집중적으로 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신인왕은 차지했지만, 정규투어 우승 경험은 없다. “챔피언조로 나선 대회가 있었는데, 우승을 의식하다가 스스로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고 돌아본 그는 “타수 차가 나지만 방심하지 않겠다. 실수가 나오면 멘탈잡기가 쉽지 않다. 최종라운드에서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실수 없이 편한 마음으로 플레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예원이 8일 롯데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KLPGA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티샷하고 있다.KLPGA
아마추어 시절에는 우승 후 눈물을 흘린적 없다는 이예원은 “우승하면 어떨지 봐야겠다”며 웃었다. 신인왕이 2년차 개막전부터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보기드문 장면이다. 바람과 심리적 부담감을 모두 이겨낼 수 있을지, 이예원의 최종라운드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KLPGA투어에 새로운 스타 탄생이 임박했다.
'2022년 신인상' 이예원, 2023년 국내 개막전 6타차 선두…첫 승 눈앞(종합)
이상필 기자입력 2023. 4. 8. 19:29수정 2023. 4. 8. 20:00
이예원
[서귀포=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우승 없는 신인왕' 이예원이 생애 첫 승을 눈앞에 뒀다.
이예원은 8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파72/예선 6395야드, 본선 6370야드)에서 열린 2023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4400만 원) 3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4개를 묶어 2오버파 74타를 쳤다.
이예원은 중간합계 7언더파 209타를 기록, 공동 2위 박지영, 전예성(이상 1언더파 215타)을 6타 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했다.
이예원은 지난해 KLPGA 투어 역대 최초로 신인상포인트 3000점(3001점)을 돌파하며 신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상금 3위, 대상포인트 4위, 평균타수 8위 등 주요 부문 상위권에 랭크되며 이미 정상급 기량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다만, 이예원은 아직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펼쳤지만 준우승 3회를 기록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겨우내 체력 훈련과 쇼트게임을 중심으로 약점을 보완한 이예원은 국내 개막전으로 펼쳐진 이번 대회에서 독주를 펼치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이날 코스에는 강한 바람이 불어 많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61명의 선수 단 한 명도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예원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5타차 선두로 3라운드를 맞이한 이예원은 1번 홀부터 약 8m 거리의 롱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6번 홀 보기로 잠시 주춤했지만 경쟁자들이 더 많은 타수를 잃으면서 한때 이예원과 2위 그룹의 차이가 8타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순항하던 이예원은 14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다. 16번 홀과 17번 홀에서는 연속 보기를 기록하면서 2위 그룹과의 차이가 다시 5타로 좁혀졌다. 하지만, 이예원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2위 그룹과의 차이를 6타로 벌린 채 3라운드를 마무리 지었다.
이예원은 "오늘도 1번 홀부터 바람이 많이 불었다. 안전하게 치자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는데, 몇몇 홀에서 바람체크 실수가 나왔다. 그게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고 3라운드를 돌아봤다.
바람에 고전하던 이예원을 도운 것은 쇼트게임이었다. 쉽지 않은 거리의 파 퍼트를 여러 차례 성공시킨 것이 선두를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됐다. 겨우내 쇼트게임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던 이예원은 그 효과를 국내 개막전부터 톡톡히 누렸다. 이예원은 "동계훈련에서 열심히 했던 것을 보상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예원은 "지난해에는 이정도 바람에서 집중을 하지 못했고 특히 퍼트 실수가 많았다. 짧은 퍼트를 많이 놓쳐서 스코어를 잃었다"면서 "올해는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 퍼트도 잘 됐고, 전지훈련지(호주 퍼스)가 바람이 꽤 부는 곳이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잘 됐다"고 덧붙였다.
우승을 향한 각오도 전했다. 이예원은 "타수 차이(6타)가 나는 걸 봤는데 방심하지 않겠다. 사실 오늘도 방심은 안했지만, 실수가 나오니 멘탈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내일은 최대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실수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플레이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지영
박지영과 전예성은 중간합계 1언더파 215타로 공동 2위에 자리했다. 안선주와 이소영은 이븐파 216타로 공동 4위, 안송이와 김우정은 2오버파 218타로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2위로 3라운드를 맞이했던 박현경은 이날 7타를 잃어 중간합계 3오버파 219타를 기록, 홍지원, 김민별, 유서연2 등과 공동 8위에 랭크됐다. 정시우는 4오버파 220타로 그 뒤를 이었다.
이날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타수를 잃지 않은 이가영은 중간합계 5오버파 221타로 장은수와 공동 13위에 포진했다.
김수지는 7오버파 223타로 공동 21위, 박민지는 11오버파 227타로 공동 41위에 머물렀다.
'61명 중 60명이 오버파'…제주 강풍에 혼난 선수들 [ST스페셜]
이상필 기자입력 2023. 4. 8. 19:37수정 2023. 4. 8. 19:51
이예원
[서귀포=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종잡을 수 없는 제주 강풍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도 혀를 내둘렀다.
8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파72/예선 6395야드, 본선 6370야드)에서는 2023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4400만 원) 3라운드가 펼쳐졌다.
이날 롯데 스카이힐 제주에는 초속 5m 이상의 강풍이 계속해서 불었다. 1, 2라운드에서도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3라운드의 바람은 더 거셌다. 게다가 바람이 한 방향으로 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부는 바람에 선수들은 샷을 할 때마다 큰 어려움을 겪었다. 힘들게 그린 위에 공을 올려 놓아도, 공이 바람에 밀려 굴러 내려가기도 했다.
이날 3라운드에 출전한 61명의 선수 가운데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가영이 이븐파 72타를 기록한 것이 베스트 스코어였다. 나머지 60명의 선수들은 모두 오버파 스코어를 기록했다. 1/3이 넘는 22명의 선수들이 80대 타수를 쳤고, 이 가운데 10명은 10오버파 이상을 기록했다.
정소이와 김아현은 이날 각각 14오버파 86타를 쳤는데, 자칫 88타룰(한 라운드에서 88타 이상을 쳤을 시 컷 탈락)의 희생자가 될 뻔했다.
2년 연속 KLPGA 투어 상금왕과 다승왕을 차지한 박민지도 8오버파 80타로 80대 타수를 기록했다. 2022시즌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대상과 신인왕을 휩쓴 린 마리아 그랜트(스웨덴)도 9오버파 81타에 그쳤다.
어려움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든 선수들도 있었다. 첫 승에 도전하고 있는 이예원은 3라운드에서 2오버파로 선방(?)하며 중간합계 7언더파 209타로 6타차 선두를 질주했다. 1타를 잃은 박지영과 2타를 잃은 전예성은 중간합계 1언더파 215타를 기록하며 공동 2위로 도약했다.
유일하게 3라운드에서 오버파 스코어를 기록하지 않은 이가영은 중간합계 5오버파 221타를 기록, 공동 51위에서 공동 13위로 38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이예원은 "제일 많이 본 홀에서는 두 클럽 정도, 평균적으로는 한 클럽에서 한 클럽 반 정도 더 잡았다"고 설명했다. 박지영은 "이 정도 부는 건 정말 몇 년 만에 느껴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다행히 최종 라운드가 펼쳐지는 9일에는 오늘보다 바람이 잦아들 것이라고 예보되고 있다. 제주 바람에 톡톡히 혼난 선수들이 최종 라운드에서는 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