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경기후 허리에 얼음찜질을 한 채 클럽하우스에 모습을 나타났다.다저스 출입기자들은 뉴욕 메츠전 이후 매스컴의 초점이 된 박찬호의 변화된모습이 궁금했고,애틀랜타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사이영상 수상자 톰 글래빈을 꺾고 완투승을 장식한 그의 역투에 관심이 모아졌다.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게임에만 초점을 모았다고 했다.그 결과 완투승으로 떨어진 명예를 되찾았다.
―오늘 직구의 위력이 대단했는데.
▲ 애틀랜타의 주력타자들이 왼손이라 직구 위주로 투구한 게 효과가 있었다.
―최근 들어 직구 구속이 처지고있는데.
▲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9회들어 전력투구를 하던데.
▲ 첫타자와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게 승부의 관건이었다.6회가 지난 뒤 상황에 따라 강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최선을 다해 던졌다.초반에 컨트롤 위주로 던지고 후반에는 힘으로 밀어붙여 타자들이 포기하도록 했다(9회에도 151㎞가 6개나 측정됐다).
―지난 게임이 끝나고 의식을 했건 하지 않았건 매우 시끄러웠다.
▲ 솔직히 본 때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지난번 팀과 팬들에게실망을 안겨 주었는데 이번에 잘던져서 만회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
―오늘의 승리는 본인이나 팀에게 대단히 의미가 큰데.
▲ 이제는 처지면 안되는 상황이다.9월에 승부수를 띄우고 마지막 도전에 기회를 잡아야 할 때다.값진 승리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지난 97년 이후 처음 애틀랜타전에 승리를 올렸다.
▲ 애틀랜타는 마운드가 좋아 타선이 점수를 뽑지 못한다.오늘 3점홈런이 결정적이었다.홈런이 나오면서 직구 위주의 피칭을 더 할 수 있었다.1점차 승부에서는 큰것을 조심하려고 변화구 위주의 피칭이 된다.
애틀랜타=문상열특파원
[박찬호 기록실] 2001.08.25 (토) 14:31
▲3연패 끝=8월4일 시카고 커브스전 이후.
▲원정 4승=7월24일 밀워키전 이후 처음.
▲애틀랜타전 4년만에 승리=97년 7월21일 이후 5경기만에.
▲방어율 2점대(2.95)로 진입.
▲시즌 두번째 완투승=통산 9번째 완투(8승1패).
특파원수첩] 톰 글래빈 압도 '명예회복' 값진 완투승 2001.08.25 (토) 14:42
특파원 관전기
올스타 박찬호가 사이영상을 두차례 수상한 베테랑 좌완 톰 글래빈을 구위에서 압도한 경기였다.
마치 떠오른 태양과 지는 해가 대결한 듯 박찬호는 올시즌 최상의 피칭으로완벽한 승리를 거뒀다.이날 승리는 박찬호가 승부처에서 약하다는 인상을 말끔히 씻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저스와 애틀랜타의 이번 4연전은 양팀에게 매우 중요한 시리즈다.플레이오프 진출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다저스는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모처럼 2승1패를 올려 상승세.선발 박찬호는 상승세에 불을 지펴야할 임무를갖고 등판했다.필라델피아의 추격에 선두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애틀랜타도베테랑 톰 글래빈을 앞세워 기선제압에 나섰다.
박찬호에게 특히 이 게임은 올시즌 FA가 된 뒤 연봉이 좌우될 수 있는 결정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었다.지난 뉴욕 메츠전 패배 이후 무수히 비난이 쏟아져 명예회복이 절실했다.박찬호는 ‘배수의 진'을 치고 애틀랜타전에 출격한 것이다.
박찬호의 애틀랜타전 승인은 누가 뭐래도 직구였다.직구의 제구력이 뒷받침되고 변화구 위력이 가세하면서 애틀랜타 강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이날 최근 2개월 사이 직구 구속이 가장 지속적이고 안정되게 150㎞이상이 측정됐다.
컨트롤과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요리하는 글래빈은 홈런 2개에 패전투수가 됐다.그동안 박찬호가 애틀랜타 타자들에게 결정적인 홈런 허용으로 승수를 거두지 못했을 때와 매우 흡사한 상황이 글래빈에게 벌어진 것이다.글래빈의직구 평균 구속은 140㎞였다.글래빈은 7이닝 6안타 3포볼 2삼진 4실점으로패전의 멍에를 썼다.박찬호는 지난 96년 글래빈과의 대결에서 승패를 기록하지못한 뒤 재대결에서 승리를 올렸다.
에이스 케빈 브라운의 복귀소식과 함께 작성한 박찬호의 애틀랜타전 완투승은 다저스에게 천군만마 힘이 됐다.
애틀랜타=문상열특파원
현장메모] '그날' 이후 달라진 찬호 2001.08.25 (토) 14:44
5일만의 등판이었다.시즌 28번째.야구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박찬호에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상대가 강적 애틀랜타이고 원정이며 마운드는 터너필드라는 거 외에는 다를 게 없었다.선수들은 예전의 그 선수들이다.다저스의 동료들도 똑같다.
그러나 경기 분위기는 종전과 크게 달랐다.팬들은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취재하는 기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묘한 게 감지되고 있었다.뉴욕 메츠전 이후벌어진 사건 때문이었다.
지난 20일 뉴욕 메츠전 결과를 놓고 나온 반응은 한마디로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 ‘박찬호 때리기’나 다름없었다.짐 트레이시 감독,전담포수 채드크루터마저 박찬호를 맹렬히 비난했다.
다음날 LA 지역신문들은 이를 크게 보도했고 스포츠토크쇼 진행자들은 오랜만에 호기를 맞았다는 듯 박찬호 두들기기에 정신이 없었다.토크쇼 진행자들은 박찬호가 승부처에 약하다며 정신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트레이시 감독과 크루터는 “박찬호의 투지력이없거나 경쟁력이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다”며 발뺌했다.하지만 이미 자존심은 구겨졌고 마음의 상처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그날 이후 25일 애틀랜타전에서 변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구위면에서 직구가 매우 돋보였다.두번째 투지력 결여를 의식했는지 무척 신중했다.세째 모처럼 다저스 방망이가 적시에 터졌다.네째 짐 트레이시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그의 존재와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박찬호는 1회부터 9회까지 지속적으로 151㎞의 강속구를 뿌렸다.7회에는 153㎞까지 터너필드 전광판에 찍혔다.승리에 대한 집념도 강했다.신중에 신중을기해 6회를 제외하고 이렇다할 위기 없이 완투승의 발판을 마련했다.다저스동료들도 그날 이후 박찬호 달래기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는지숀 그린의 선제 1점홈런,마키스 그리솜의 3점홈런이 터졌고 수비도 오랜만에깔끔했다.최근 박찬호의 12승 달성을 괴롭힌 것은 타격부진도 있지만 동료들의 느슨한 수비도 빼놓을 수 없다.박찬호 등판 때 두번째 1루수로 기용된폴 로두카의 활약도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
경기후 짐 트레이시 감독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라는 점을 다시확인했다.이제 스포츠 토크쇼 진행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하다.
이모저모] 무더운 날씨 박찬호 땀으로 뒤범벅 2001.08.25 (토) 14:49
◎ …애틀랜타 보비 콕스 감독은 우완 박찬호를 겨냥해 톱타자에 좌타자키스 록하트,2번 B J 서호프,3번 치퍼 존스,4번 캔 캐미니티 등 스위치타자를 포함한 4명의 왼쪽 타선을 배치했다.최근 애틀랜타의 톱타자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슬러거 브라이언 자일스의 동생 마커스 자일스가 맡고 있다.록하트는박찬호에게 통산 5타수 2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다.한편 LA 다저스 짐 트레이시 감독도 좌타자 알렉스 코라를 벤치에 앉히고 제프 레불레이를 유격수겸 7번타자로 세웠다.주전 1루수에는 폴 로두카가 기용됐다.극심한 타격슬럼프에빠진 에릭 캐로스는 2경기 연속 벤치에서 쉬었다.
◎ …박찬호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다저스 출입기자가 “지난 5일동안 매스컴의 집중 주목을 받았는데 어땠냐”고 묻자 “매우 정상적이었다”며 최근 사태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짐 콜번 투수코치는 박찬호가 인터뷰하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최고의 피칭이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 …박찬호는 이날 애틀랜타의 무더위와 전쟁을 벌이며 마운드에서 고군분투.경기 시작 무렵 터너필드는 섭씨 31도의 더위에 습도가 높아 마운드에 선 박찬호는 땀으로 뒤범벅.박찬호는 투구를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와 얼음에 머리를 담그고 땀을 식히며 완투의 기틀을 마련.
◎ …숀 그린은 역시 도우미.그린은 1회 톰 글래빈으로부터 선제 결승솔로홈런을 날려 박찬호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그린은 지난 뉴욕 메츠전에서도2-0으로 뒤진 1회 1점홈런을 날려 추격의 다리를 놓기도 했다.그린은 박찬호가 등판한 게임에서 12개의 홈런을 터뜨렸다.그린은 1회 시즌 40호 홈런으로 다저스 역대 슬러거 가운데 3번째 시즌 40개 홈런을 때린 주인공이 됐다.다저스의 역대 40호 홈런은 듀크 스나이너,개리 셰필드,숀 그린 3명뿐이다.그러나 이날 승리에 쐐기를 박은 것은 마퀴스 그리솜으로 4회 시즌 20호3점홈런으로 박찬호의 12승과 다저스의 2연승에 수훈을 세웠다.
◎ …애틀랜타 선발 톰 글래빈은 1회 그린에게 138㎞,4회 그리솜에게는 143㎞의 직구를 통타당해 2개의 홈런으로 4실점했다.
◎ …박찬호는 5개의 안타 가운데 4개를 좌타자에게 허용했고 우타자에게는 하비 로페스에게만 안타를 내줬다.이날 경기의 승부처는 4회 중심타선을내리 삼진으로 잡은 것과 6회 톱타자 키스 록하트를 출루시킨 뒤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막은 것이었다.박찬호는 세차례 삼자범퇴로 애틀랜타 타선을 차단했고 34타자 가운데 선두타자 출루 허용은 6회 뿐이었다.투구수는 126개 스트라이크는 78개였다.
애틀랜타=문상열특파원
트레이시감독 코멘트 "환상의 피칭이었다" 2001.08.25 (토) 14:45
▲ 짐 트레이시 감독
9회 마운드에 올라가서 타자를 잡아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오늘은 박찬호의날이다.환상의 피칭을 했다.지난 뉴욕 메츠전 이후 박찬호의 본래의 모습을되찾았다.가끔 대화가 좋은 효과를 볼 때도 있다.타자들이 적시에 홈런을 쳐줘 박찬호 승리에 도움이 됐다.그동안 7이닝을 호투하고도 타선불발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박찬호 톰 글래빈,그레그 매덕그 같은 투수에게는 공격력으로 점수를 뽑는다는 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