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코스모스 맨 앞장에 “광대한 우주, 그리고 무한한 시간, 이 속에서 같은 행성, 같은 시대를 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기뻐하면서”라는 정사가 나와요. 저자인 칼 세이건이 그의 부인 앤 드류얀을 만난 건 정말 희박한 확률의 사건이라 그 값진 만남에 감사하며 쓴 글이에요. 이 광활한 우주 안에 모두 1,000억 개 정도의 은하가 있고, 그중 하나인 우리은하에는 또 1,000억 개 이상의 별들이 있어요. 그중 수많은 별 중 하나인 태양, 그리고 그 주위를 도는 지구라는 작은 행성, 그리고 그 작은 지구 위에서 또 우리가 사는 작은 공간을 떠올려보면 우리 인간들 사이의 인연이라는 건 ‘엄청‘이라는 단어로 수식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확률이 낮아요. 이 글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몬스타엑스를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이 작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주의 나이 138억 년과 아직 오지 않은 끝없는 미래의 사이인 지금을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 내가 몬스타엑스를 알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다고 느꼈거든요. 이런 거의 없는 가능성을 뚫고 맺어진 인연인 만큼 헤어짐에는 당연한 슬픔이 잇따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의 이별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니까 저는 또 기다리게 되겠죠. 보통 이럴 때는 정말 좋아한다던가 끝까지 기다린다던가 되게 멋진 말을 많이 하시던데 저는 할 줄 아는 말이 이런 것뿐이라 조금은 민망하네요. 우리의 짧은 이별이 이 인연의 마침표가 되지 않게 저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몸 조심히 하고 싶었던 거 다 하면서 잘 다녀오세요. 벌써 보고 싶지만 언젠가는 가야 하니까. 거의 0에 수렴하는 운명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