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실적 악몽’이어져
신용등급 줄줄이 하락…자금조달 루트 ‘막막’
2013 건설 금융·증권시장은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1분기 어닝 시즌부터 불어닥친 실적의 악몽은 1년 내내 건설사를 괴롭혔고 이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건설업의 입지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일부 대형건설주는 실적 부진 여파로 시가총액이 곤두박질쳤고 중견건설주들도 1년 내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어닝 쇼크’의 후폭풍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건설사의 실적 부진은 신용등급이 하락을 초래했고 직접금융시장에서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대형건설사를 제외하고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기존 ‘건설사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를 ‘시장안정 P-CBO’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P-CBO 발행에 따른 위기 기업이라는 낙인 효과 탓에 시장안정 P-CBO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회사채와 함께 직접금융시장 자금조달의 한 축을 이뤘던 건설사의 장기CP(기업어음) 발행은 극과극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만기 1년 이상 장기 CP에 대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CP 발행 규제 강화는 건설사의 장기CP 발행에 직격탄을 날렸다.
장기CP 발행 규제가 시작된 지난 5월 이전 건설사의 장기CP 발행은 봇물을 이뤘지만 규제 이후에는 맥이 끊겼다.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올해 건설사의 IPO(기업공개) 실적은 ‘제로(0)’였다.
IPO를 검토하던 건설사들도 불황으로 인해 IPO를 연기하거나 중도 포기했다.
금융권의 건설업 대출은 사상 최악의 수준을 이어갔다.
건설업 대출에 대한 부실을 우려한 금융권이 신규 대출보다는 회수에 집중하면서 건설사들이 금융권의 대출 문턱을 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민간투자시장은 신규 금융약정이 자취를 감추면서 시즌 내내 한겨울이었다.
그나마 민자발전이 민자시장의 명맥을 유지했지만 도로와 철도 등 전통적인 SOC(사회기반시설) 물량이 사라지면서 금융권의 민자SOC부서는 구조조정 위기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펀드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건설 금융·증권시장의 작은 위안거리가 됐다.
국내 증시 침체로 주식형펀드에 대한 투자가 축소된 반면 부동산펀드의 순자산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면서 투자대안 상품으로 떠올랐다.
올 한 해 건설 금융·증권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가운데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를 되짚어 본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업계 강타한 ‘어닝 쇼크’
올해 대형건설사의 ‘어닝 쇼크’는 국내 건설시장을 뒤흔들었다.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현장의 부실에 발목이 잡혀 그야말로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놨다.
올 3분기 말 기준 GS건설의 영업손실은 무려 7993억원에 달했다.
매출액과 신규 수주도 전년 동기보다 각각 6.4%, 11.7% 감소한 6조4224억원, 6조497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어닝 쇼크’ 여파로 지난달 GS건설은 부도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시장에서는 GS건설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3분기 영업이익이 7467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액은 7조1179억원, 신규 수주는 4조92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7.5%, 49.6% 급감했다.
올 4분기에도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적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들 건설사의 실적 부진은 해외시장에서 무리한 저가 수주에 나선 데다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공기 지연과 공사비 증가가 발생한 결과로 분석된다.
해외 부실 현장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적정 가격으로 수주한 현장들이 돌아가야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주의 부침
올 들어 건설주는 심한 부침을 겪었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호재와 악재가 겹치면서 들쭉날쭉한 흐름을 보였다.
건설주는 연초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중견건설주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나타냈다.
4월에는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어 7월에는 우선주 퇴출제도가 시행되면서 한신공영우와 벽산건설우 등 일부 건설 우선주들이 시가총액 미달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우선주 이상급등 현상으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를 넘기는가 했지만 상장주식수 미달로 상장폐지 우려가 다시 높아졌다.
하반기에는 인수·합병(M&A)과 의무보호예수 해제가 변수로 등장했다.
벽산건설은 M&A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다가 금융당국의 주가조작 가능성 점검에 따라 갑자기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는 불안한 장세를 연출했고 성지건설, 동양건설산업, 남광토건 등 중견건설사의 주식은 보호예수에서 풀리면서 변동성이 심화됐다.
올해 건설주는 실적과 신규수주, 부동산이라는 전통적인 변수에다 우선주 퇴출제도, M&A, 의무보호예수 해제 등이 더해지면서 바람잘 날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신용등급 줄줄이 하락
올해 건설업계에는 신용등급 강등 칼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건설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지난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GS건설과 SK건설은 지난 5월 신용등급이 각각 AA-에서 A+로, A+에서 A0로 한단계씩 하락했다.
현대산업개발도 주택사업 부진과 수익성 저하로 재무부담이 가중되면서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낮아졌다.
동부건설은 예정원가율이 상승한 데다 대손상각비 인식 등으로 수익성이 큰 폭 떨어졌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BBB0에서 BBB-로 떨어졌고 대우조선해양건설도 민간개발사업에 대한 자금부담 등으로 BBB+에서 BBB0로 한단계 하락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해외사업의 채산성 저하에 따른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강등됐고 두 번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경남기업도 BBB-에서 CCC로 추락했다.
동양그룹 사태로 인해 신용평가사들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설사의 신용등급 강등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지적이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조짐이 보이는 건설사의 경우 신용평가사들이 선제적으로 신용등급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채 수요예측 참패
올해 건설사 회사채의 수요예측 결과는 참담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둔 곳은 사실상 전무하다.
신용등급 A 이상 건설사들조차 시장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실제 대우건설은 지난 9월 회사채 발행액 2000억원 중 수요예측 신청 물량이 520억원에 불과했고 한화건설도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700억원 정도만 들어왔다.
총 29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롯데건설은 수요예측 참여가 전혀 없었다.
앞서 두산건설과 코오롱글로벌 등 중견건설사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회사채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건설업의 체면을 유지했다.
현대건설은 동양그룹 사태 이후에도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2500억원가량이 몰렸고 삼성물산은 총 3000억원 규모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5400억원의 수요가 들어왔다.
이들 건설사는 신용등급이 AA-로 건설업계 최상위등급인 데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게다가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후광 효과도 회사채 흥행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건설사 P-CBO 확대 개편
올 들어 회사채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정부는 기존 건설사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시장안정 P-CBO로 확대 개편했다.
시장안정 P-CBO에 산업은행이 매입한 회사채와 일반건설사 및 일반기업의 회사채를 편입하고 신용보강을 통해 시장에 매각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총 6조4000억원의 P-CBO를 발행, 선제적으로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안정 P-CBO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예상과 달리 시장안정 P-CBO 발행 규모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어서다.
시장안정 P-CBO는 지난 9월 첫 발행 때 2624억원을 기록한 이후 10월 들어 4568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달 3063억원으로 한 달 만에 30% 넘게 줄며 다시 감소세로 전환한 뒤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시장안정 P-CBO 발행으로 인해 위기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자금 수요가 감소하는 등 계절적인 요인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건설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를 발굴해 회사채시장의 정상화를 모색한다는 계획이지만 건설사의 시장안정 P-CBO 참여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온탕 냉탕 오간 장기CP
회사채와 함께 건설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은 온통과 냉탕을 오갔다.
지난 5월 장기CP 발행 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를 강화하기 직전 건설사들은 대규모 장기CP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4월 말까지 GS건설(8400억원), 대림산업(3000억원), 롯데건설(3000억원), 삼성물산(2000억원), 신세계건설(1000억원), 대우건설(500억원) 등이 잇따라 장기CP를 발행했다.
그러나 규제 강화 이후에는 건설사의 장기CP 발행이 사실상 중단됐다.
건설사들이 장기CP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투자위험을 설명해야 하는 증권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CP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인식 탓에 증권신고서 통과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면서 장기CP 발행을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또한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진 것도 장기CP 발행을 어렵게 했다.
CP 신용등급이 A1 미만인 건설사들은 장기CP 발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장기CP를 전자단기사채로 유도하고 있지만 전자단기사채도 짧은 만기와 인식 부족 등으로 부진했다.
건설사 IPO 전무
올해 주식시장에 입성한 건설사는 단 1곳도 없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은 탓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건설사들도 중도 포기했다.
당초 올해 포스코건설은 4년 만에 IPO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올해도 무난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포스코건설의 IPO 추진설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건설경기 침체 탓에 포스코건설은 섣불리 IPO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영업환경 악화, 건설주 하락 등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상장하더라도 원하는 가격을 받기 어려워서다.
롯데건설과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IPO를 준비하던 건설사들도 사실상 계획을 접은 상태다.
이들 건설사는 IPO 추진을 중단하고 전문인력을 다른 부서로 이동 배치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의 IPO 문턱을 크게 낮췄다.
그러나 건설사의 당분간 IPO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IPO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섣불리 IPO를 추진하기보다는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업 대출 지지부진
올 들어 금융권의 건설업 대출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건설업 대출의 부실을 우려한 금융권이 건설사를 대상으로 신규 대출을 옥죄고 기존 대출은 회수하는 데 집중한 결과다.
올 1분기 건설업 대출은 45조952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45조2152억원, 3분기 45조7000억원으로 45조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앞서 건설업 대출은 지난 2008년 3분기 71조8222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10년 2분기 58조843억원으로 감소하며 2년 만에 60조원이 무너졌다.
이어 2011년 4분기 49조9857억원으로 50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작년 4분기 44조2258억원을 기록하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내년에도 건설업 대출은 좀처럼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건설경기 침체로 금융권이 건설업에 대한 대출태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설사가 금융권의 대출 문턱을 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민자시장 발전·재구조화 중심 재편
올해 민간투자시장은 발전과 재구조화로 요약된다.
전통적 투자대상인 도로와 철도의 신규 물량이 자취를 감추면서 올해 민자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그나마 일부 민자발전사업에 대한 금융약정이 체결되면서 민자시장의 맥을 이어갔다.
신규 사업의 씨가 마르다보니 금융사 간 금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수익구조가 ‘국고채 금리+가산율’인 임대형 민자사업(BTL)만 보더라도 가산율이 기존 100bp(1bp=0.01%) 수준에서 올해 50∼70bp로 크게 떨어졌다.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민자사업의 성격상 이 정도 수익률로는 큰 메리트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금융권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올해는 재구조화가 민자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민자사업이 ‘혈세 먹는 하마’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무관청들은 민자사업의 재구조화를 추진했다.
거가대교, 서울지하철 9호선 등이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대신 비용보전(SCS) 방식으로 변경된 데 이어 다른 민자사업의 재구조화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내년에는 민자사업의 재구조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펀드 ‘인기’
올해 부동산펀드는 연일 사상 최대 규모의 순자산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지난달 말 기준 부동산펀드의 순자산은 23조2070억원까지 치솟았다.
연초만 하더라도 부동산펀드 순자산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감소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2월 들어 19조908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곧바로 갈아치우더니 3월 20조3830억원으로 20조원 돌파에 성공했다.
이후 6월(21조6290억원)과 8월(22조3800억원) 각각 21조원과 22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펀드의 흥행은 부동산이 저금리 시대의 매력적인 대체투자 상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데다 증시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가운데 부동산펀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나타내면서 자금을 끌어모은 것이다.시장에서는 내년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동산펀드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교수님
감사합니다.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