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아저씨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금요 수필반 최상섭
내 역마 끼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누구를 닮아서 이 지독한 역마살이 끼어서 밖으로만 빙빙 도는가. 나 하나의 역마살로 가족의 고통은 얼마이며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요즈음 여자들이 흔히 하는 말로‘마누라가 포기한 아저씨(남편)가 마포 아저씨’란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게 딱 맞는 나의 별명 같은 표현이다.
남자는 집안에서 소일하는 것보다는 밖에서 생활방식을 찾는 것이 생산적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이었고, 그리 살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 집 식구들의 불만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젊은 시절에는 생활을 위해 노력했고, 자녀들 교육이며 양육에 정신을 쓰다 보니 별로 표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우리 집의 큰 고민거리로 등장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특히 모두가 나의 잘못으로 귀결되는 아내의 불만이 가장 큰 문제이고 덩달아 자녀들도 나를 코너에 몰아넣고 저희 엄마에게 동조한다. 내가 소위 말하는 우리 집의 왕따가 되었다. 문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가족의 경고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 생활태도를 바꿀 수 없으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한 때 야생화의 사진촬영 및 수집과 씨를 받으러 전국의 산야를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근무하던 직장에서 6회의 야생화전시회를 열며 전국적으로 그 명성을 올려놓기도 했다. 그리고 근무하던 직장을 야생화천국으로 바꾸어 놓았으니, 나는 보람된 일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으나 가족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지독한 나의 수집벽은 타인의 추종을 불허한다. 젊은 시절부터 우리나라의 전통자기를 공부하려 했으나 경비가 많이 들어 토기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다 보니 경매장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수집하는 벽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토기는 상당한 평가방법을 습득했고 상당수의 토기를 수집하여 완산동 골동품 집에서는 나를 최 나까마로도 부른다. 사실 토기의 감정 및 시대적 구분에 관한 지식을 공부하기 위해 흘린 땀을 생각해 보면 석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노력한 수준보다 더 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 특별한 계기가 있어 수집한 불상과 청동 주전자는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이제는 그 양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치울 줄 모르고 어지러 놓기만 하는 무질서, 좁은 아파트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물건들 때문에 아내는 더욱 신경을 쓴다. 그래도 내 취미생활이나 지향하는 내 생활태도를 바꿀 수 없어 문제다.
한국춘란 수집을 위한 산채작업과 키우는 일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며칠 전 보니 아주 소중하게 관리해오던 주금화 두 화분이 꽃대를 힘차게 올리고 있어 투구를 쓰여 주었다. 그 한국춘란만 120여 분, 야생화 화분 100여 분을 베란다에 진열대를 만들어 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나 때문에 또 아내는 불만이다. 심지어는 이제 그만 내다 팔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라고까지 한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여기서 조화의 미를 찾지 못하고 지금도 팽팽한 줄다리기중이다.
내 생활방식이 전적으로 올바른 태도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시정하려 노력하지 않는데 있음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생활태도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더욱 아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원칙이 어디 따로 있는가? 다 나름대로 보람된 일을 추구하며 사는 게 바람직한 삶이 아닌가. 가정이라는 족쇄로 내 발목을 묶어두면 나는 금방 우리에 갇힌 인간이 되어 질식할 것 같다. 내 성격대로 살다보니 직장생활도 잘 마감하지 않았느냐고 변명 아닌 변명도 해보고 싶다.. 이제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역마 끼의 내 생활방식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가정의 평화를 버리고 나 혼자 호의호식하자는 생각은 더욱 아니다. 다만 바란다면 바람처럼 구름처럼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내 삶을 이해해 줄 수는 없는지 묻고 싶다. 가족이 이해하지 못하면 어느 누가 나를 편들어 줄 수 있느냐고 묻고 싶다. 누구든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나와 보라고 나는 당당히 맞서고 싶다.
그러나 이는 무지의 소산이다. 결국 그래봐야 피해는 우리 가족이고 나는 가족에게 피해를 입힌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내 생활을 정리해 볼 시기가 도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자녀들은 다 교육을 마쳤고 2녀 1남 중 막내만 출가를 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새롭게 변화하는 개혁정신 또한 중요한 이슈가 분명하다. 내 생활태도를 바꾸고 취미생활도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바꿔 볼 때다. 뿐만 아니라 밖으로만 싸고도는 역마 끼를 추방하지 않고는 모두 백해무익하다.
이제부터 나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고지점령을 위하여 나만의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같이 쉬운 일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성사되는 일은 더욱 아니다.
이제 갑오년에는 이 화두로 변화를 위하여 몸부림을 쳐 볼 생각이다.
(2014.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