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빅 백'이 유행이었다. 집 나가는 사람처럼 항상 커다란 백에 온갖 잡동사니를 다 쓸어 넣고 다녔고, 작은 가방이라곤 고작 '파우치' 정도 밖에 없었고, 영화관 화장실 앞에서 여자 친구를 기다리는 남자친구들의 어깨에도, 백화점 쇼윈도에도 온통 빅 백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쇼퍼백' 이 유행이어서 '고야드' 를 시작으로 '루이비통', '시슬리', '구찌', 'MCM' 등 발 빠르게 쇼퍼백을 만들어내어 여성들의 양 손은 가벼워지고 여유로워지니, 왼손엔 커피. 오른손엔 휴대폰을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가방의 모양을 잡기 위해 온갖 잡동사니들을 넣고 다니는 여성들(그리고 여자 친구의 가방을 들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남자친구)을 위해 작고 시크한 '클러치 백' 이 올 봄을 물들일 것이다.
필자에게 '클러치 백' 은 '파티에 어울리는 아이템' 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접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웠던 아이템 중 하나였지만, 요즈음엔 쥬디스 리버처럼 화려하지 않고 '데이 웨어'에도 가볍게 들 수 있는 클러치 백들이 많이 선보여지고 있어 하나 정도 갖고 있으면 좋을 듯하다.
아무리 매력적인 클러치백이라도 단점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손에 꼭 쥐고 있거나, 겨드랑이에 껴야 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는 그 분. 소매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데, 몇몇 아이템 중에는 얇은 스트랩이 나, 링으로 된 고리가 있어 손목에 걸 수 있는 것이 있고, 제품 윗부분에 손을 끼기 좋은 스트랩이 달려 있는 제품이 있으니 구매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나는 화장을 하지 않아요!' 혹은 보그 파리 편집장 카린 로이펠트처럼 가방을 잘 들고 다니지 않고, 양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는 타입이라면 클러치 백을 추천하지만, 직업이 항상 산더미 같은 서류를 들고 다니거나, 만약에 사태를 대비해 가방 속이 구급상자 정도라면, 예쁘다고 앞 뒤 생각 없이 결제 버튼을 누르거나, 점원에게 카드를 건네기 전 '실용성' 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A4용지 사이즈만한 클러치 백을 구입한다고 해도, 클러치 백은 클러치 백 일 뿐. 그 자그마하고 슬림한 백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다 들어가지 않을 뿐 더러, 우겨넣는다고 해도 동전을 빵빵하게 넣어 흉하게 늘어진 지갑처럼 보인다. 아무리 커다란 클러치 백이라도 그 안엔 꼭 필요한 카드와 휴대폰. 콤팩트와 립스틱 정도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주니 평소 들고 다닐 물건을 줄여야 한다.
당신이 상기 사항에 적합하고, 당장이라도 클러치 백을 결제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올 봄 유행할 클러치 백을 알아보자.
매튜 윌리엄스. 잭 포센은 미니멀한 디자인에 색색의 보석장식이나 거울장식으로 다소 단조로워 보이는 디자인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버버리 프로섬. 펜디는 스터드 장식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보였는데, 펜디의 프렌치 시크. 발맹의 밀리터리에도 어울리니 한번 도전해볼 만한 아이템이다.
구찌, 에르메스 등은 미니멀한 디자인에 S/S 시즌에 어울리는 다양한 컬러를 입힌 클러치를, 스텔라 매카트니는 자개 클러치 백을 선보였고, 샤넬은 '해체주의' 콘셉트에 맞는 올이 풀린 트위드로 로맨틱한 클러치 백으로 여심을 사로잡을 듯하다.
우리는 여전히 '빅 백' 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곧 날이 따뜻해질 테고, 옷차림만큼 작고 가벼워질 핸드백을 대비해서 이제 뭘 빼야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아직도 발목까지 쌓여오는 눈과 마르지 않는 어그부츠를 보면 봄은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데, 백화점 쇼윈도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옷들은 벌써 봄을 부르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이불 속에만 들어앉아있지 말고, 아이쇼핑을 하러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