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이젠 널 보내줄께 아들아! 칠흙같이 어둡고 차가운 물 밑 꽉 막힌 공간에서 얼마나 힘들었니?
살아보려고, 살아서 엄마에게 돌아오려고 얼마나 힘들게 발버둥 쳤니? 병으로 쇠약해진 몸도 아니고
생생한 젊음으로 그 목숨 넘기기가 얼마나 힘들었니?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보고픈 가족이,
가고픈 고향이, 얼마나 그리웠니? 거기서 그대로 끝나버릴 너의 꿈이 얼마나 원통했니?
그런 널 생각하며 엄만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고 가슴은 천갈래 만갈래 찢어진다.
살아있음이 죽음보다 더 견디기 힘든 고문이다. 널 부르고 부르다 목은 잠겨버리고 가슴은
다 타 까만 숯검정이 되어 내쉬는 숨마다 파란 연기만 나올 뿐...
그 날부터 보이지도 않는 널 꼭 껴안고 밤낮으로 울부짖으며 몸부림쳤지만 이젠 널 보내려 한다.
이러는 건 널 아프게만 할 뿐, 편하게 보내주는 길이 아닌 걸 알기에...
아들아! 제대하면 효도하겠다는 약속 못 지켜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라.
네가 태어나던 날 엄만 세상을 다 얻은 큰 부자가 되었고 너의 이쁜 자람을 보며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단다. 그것만으로도 엄만 충분해. 오히려 너에게 거슬러 줘야 해.
아들아! 세상은 지금 온갖 봄꽃으로 곱게 단장했지만 올해의 봄은 엄마의 삶에서 가장 잔인한 봄이었고
엄마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렇게 기억될 거야. 아들아! 엄만 널 잃은 그 날부터 모든 감각기관이
마비괴고 슬픔만을. 아픔만을 감지하는 감각만 펄펄 살아 널 애타게 불러왔다.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가엾은 내 아들아! 이젠 꼭 안고만 있던 널 놓아줄게. 이승에서의 힘들었던 기억, 아팠던 기억은 모두
내려놓고 행복한 기억만 가슴에 안고 가렴. 뒤돌아보지 말고 울지도 말고 고운 봄향기 타고
가벼운 마음으로 승천하렴. 아들아! 넌 엄마의 아들이기 이전에 대한의 아들로서 조국을 지키다 떠난 자랑스
런 아들이기에 엄만 아픈 가슴 달래려 한다. 아들아! 머지않은 날 엄만 네 곁으로 돌아가
널 만남 기다림으로 살련다. 그 때 우리 다시 만나 이승에서 못 다한 사랑 나누자. 아들아!
사랑한다! 죽을 만큼 사랑한다! 잘 가라! 내 아들!
군에 보낸 두 아들을 생각하며 문인 서순원님(경북 김천구성초등학교 양각분교 교사)
천안함 홈페이지에 올린 추모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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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시한번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