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초대 손님 <누가 커트코베인을 죽였는가> 김경욱 작가 |
[2008, 한국의 젊은 작가를 만나다] "소설의 존재 의미는, 인생에 관한 질문을 던져준다는 것이다."
현재 문단에서 활동 중인 젊은 작가들을 통해 한국 문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2008, 한국의 젊은 작가를 만나다]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된 작가들은 45세 미만의 작가들 중 90년 이후에 등단한 이들입니다. 특히 '2008 서울 젊은 작가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작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편집자주> 첫 번째로 만난 작가는 소설을 쓰는 김경욱 작가다. 1971년 생인 그는 만 22살이던 1993년 등단해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다. 그렇게 등단한지 15년이 지났지만, 김경욱 작가가 발표하는 소설들은 여전히 젊은 세대의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는 평을 받는다. 그것은 그가 같은 시대 혹은 같은 세대를 거쳐온 이들이 함께 공유했고 겪었을 법한 일들을 소재로 삼아 소설을 쓰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의 단편들은 시간이 몇 년 지나도 ‘현재진행형’의 느낌이 든다. 김경욱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가 2년째 강의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연구실을 찾아갔다. 인터뷰이는 그였지만, 그는 오히려 대화 중에 자신의 소설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흘러갔다. 가볍게 그가 참여했던 ‘2008 서울 젊은 작가 페스티벌’(이하 ‘젊은 작가 페스티벌’)에 관한 질문부터 시작해 한국 문학의 현재에 관한 질문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문학의 현재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면서 처음엔 짧게 이어졌던 그의 답변 또한 조금씩 길어졌고,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 ‘젊은 작가 페스티벌’에 처음 참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젊은 작가들에게 좀 더 기회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행사라고 들었는데, 참여한 소감이 어땠나? 재미있었다. 내가 참석했던 섹션의 경우 한국의 오수연 작가, 터키의 투나 키레밋치 작가, 쿠바의 떼레서 까르데나스 작가가 참석해 비교적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작가들끼리만 만나 행사하고 낭독회를 했다면 좀 심심했을 텐데,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도 마련되어 훨씬 재미있었던 것 같다. - ‘젊은 작가 페스티벌’에 참석한 작가들의 작품이 한편씩 실린 작품집을 받았다. 단편 <당신의 수상한 근황>이 실려 있더라. 이 작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외국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내가 쓴 소설 중에는 ‘장국영’과 같은 것을 소재로 삼은 것도 있는데, 그런 소설들은 서양권 작가들이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택했다.
김경욱 작가의 소설들 - 처음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대학와서 여러 가지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왜 다들 그렇지 않나. 스물 두서넛쯤에 생길 법한 ‘내가 뭘 하고 살아야 하나’, ‘사는 게 왜 이리 힘든가’, ‘사람 관계는 왜 이렇게 힘든가’ 하는 질문들. 그런 것들 때문에 방황하던 시기였는데, 어느새 글을 쓰면서 편안해 하는 나를 발견했다. - 소설의 소재는 주로 어디서 찾는 편인가? 항상 주변의 소재에 관심을 많이 갖고자 한다. 누군가 이야기를 할 때도 귀를 많이 기울이고, 기억을 해 두려고 하는 편이다. 또 책을 읽으면서도 많이 소재를 찾곤 한다. - 소설을 쓰면서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되는 소재들이 있나? 특별히 관심을 갖고 파고드는 소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설은 이 시대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2008년에 소설을 쓰고 있기 때문에, 1908년에 소설을 쓰는 사람과는 당연히 달라야 한다. 과거와 다른 지금의 무언가를 항상 고민한다. 시대의 특징이나 그 시대만이 갖고 있는 현상에 고민하는 와중에, 생각 나는 것이 있으면 글의 소재가 된다. 소설의 소재였던 ‘장국영’이나 ‘커트코베인’ 같은 소재들도 그렇게 나온 것들이다. - 단편 중에 두 편이 TV 단막극이 됐다. 많은 경우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래도 적은 수는 아닌 듯하다. 소설 자체가 이미지화 하기가 좋다는 뜻일 텐데 보통 소설을 쓸 땐 이미지를 생각하나, 아니면 이야기의 서사적인 틀부터 짜는 편인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때로는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때로는 첫 장면이나 끝 장면의 이미지부터 두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글 쓸 때 습관 중 하나는 반드시 제목부터 쓴다는 거다. 제목을 쓰지 못하면, 글을 쓰지 못한다. 그리고 대게 그렇게 정한 제목은 바꾸지 않는 편이다. 시험에서 처음 쓴 답안이 늘 맞았듯, 제목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 다시 ‘젊은 작가 페스티벌’이야기를 해 보면, 이 자리 자체가 해외 작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국내 문학이 좀 더 해외로 활발히 진출하는 데 젊은 작가들이 역할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도도 있었던 듯하다. 한국 문학의 해외 소개 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한국 문학이 해외에 많이 소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한다. 다만 한국 문학이 해외로 소개되는 것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인 것 같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 작품의 번역 질은 높아지는 데에 비해, 반대의 경우는 아직 많이 미흡하다. 그렇다고 작가들이 해외 진출하기 좋은 문학을 목적으로 글을 쓸 수는 없으니,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번역 인력의 양성이다. 한국어로 쓰여진 작품을 외국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인력의 풀(pool)이 좀 더 넓어지고,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번역할 사람들을 지원하고 육성할 프로그램들이 확장되어야 한다. 이런 일은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 영리 단체에서는 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공공기관이나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우리 문학이 해외 독자들에게 경쟁력이 있을까? 충분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일지는 모르겠으나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오는 외국 작품들의 수준을 보면, 국내 문학도 충분히 뛰어나다는 생각을 한다. 뿐만 아니라 소설을 쓰는 환경에 있어서도 이제는 우리 사회가 세계사적으로 보편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 생긴 이슈가 곧 세계의 이슈가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의 현실을 쓰는 것이 곧 세계의 현실을 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경욱 작가 ⓒ 조수빈 - 서점가에서 한국 문학이 인기가 없다. 어떻게 보면 해외에서 많은 문학이 들어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한국 문학 자체가 독자들의 변하는 욕구를 따라가기엔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과거에 비해 양적, 질적으로 우수한 외국 도서들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한국 문학의 점유율은 당연히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관점에서는 독자들을 설득하기 점점 어려워 진다고 볼 수도 있다. 스스로 더 분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전 세계의 작가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독자들이 읽는 독서의 절대량이 많이 줄었다. 지하철을 타도 요즘은 책 읽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 대부분 휴대폰을 들고 있다. 휴대폰을 들고 있거나, 게임기를 들고 있고, 휴대폰으로 TV도 볼 수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늘 들고 다니는 것 같다. 그런걸 보고 있으면 소설가로 앞날을 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가끔가다 책 읽는 친구들을 보면 많이 반갑다. - 독서량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최근 실용서 말고는 그나마도 잘 읽지 않는 것 같다. 문학이 사람들에게 당장 쓸모가 없다고 보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작가로서 소설이 주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소설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교나 철학은 답을 준다. 하지만 소설은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자꾸 던지게 되면 생각을 해야 하니까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피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순간의 불편함이 길게 보면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의미있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 매체의 패러다임 자체가 받아들이는 이들이 더 수동적일 것을 요구하다 보니 소설이 주는 질문의 불편함이 더욱 크게 다가오지 않나 싶다. 그렇다. 지하철을 타고 있다 보면 핸드폰으로 의미 없는 통화를 하는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야’, ‘몇 분 내로 갈게’ 같이 약속 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전화를 한다. 핸드폰이 없었을 때는 이런 불필요한 대화들도 없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이 점점 사람들을 자유로부터 도피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정신적인 풍요로움과는 멀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소설만이라도 그런(자유로부터 도피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를 끊임없이 느끼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서는 ‘문학상’이 단편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에 맞춰서 등단을 위해 단편을 많이 쓴다는 비판적인 의견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서사가 뚜렷한 소설’를 좋아하는 한국 독자들과는 잘 맞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소위 말하는 ‘한국 문학의 위기’가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문단에서는 장편을 많이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는 장편과 단편은 장르가 아예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단편이 많았기 때문에, 장편이 늘어나는 것은 균형을 맞추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또 다른 쏠림 현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학이 가장 중요한 것은 장편과 단편이 균형을 갖추는 다양성이라고 본다.
김경욱 작가의 소설집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 조수빈 이런 글도 있고, 저런 글도 있다. 꼭 어디론가 치우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겐 주로 쓰고 싶은 걸 쓰라고 하는 편이다. 어떠한 이야기건 간에 본인이 쓰고 싶은 걸 써야 글의 진실성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미시적이건 거시적이건 독자가 판단하고 결정할 내용이지, 무언가를 쓰고자 작정하기 시작한다면 잘 안 써진다. 그래서 학생들이 쓰는 글도 어떠한 방향으로 계몽하려 하기보다, 동기부여를 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 학생들에게 평소 읽는 책 추천도 해 주고 할 텐데, 평소에는 어떤 책을 즐겨 읽나? 기본적으로 소설책 즐겨 읽는다. 그 밖에 철학책이나 심리학, 이해는 잘 안되지만 자연 과학 책들도 읽는다. 최근에는 철학책과 심리학 책을 많이 읽는다. 아직도 인간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찾아 읽어본다. 하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다.(웃음) -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가가 있나? 최근에 읽었던 작가 중에서 <미스틱 리버>의 작가인 데니스 루헤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작가 코맥 매카시도 좋아한다. - 영화화 된 것들이다. 영화를 좋아하나 보다. 좋아한다. 한때 거의 매일 영화를 한편씩 보는 시네마 키드였다. - 다음 작품으로 준비하는 것이 있나? 창작 단편집이 여름에 나올 것 같다. 아마 여름 가기 전에는 나올 것 같다. 원고는 다 나온 상태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 문학은 무한 경쟁의 시대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가뜩이나 책을 읽는 독자들도 줄어들고 있지만, 그나마 책을 읽는 독자들도 국내 문학보다는 해외 문학에 더 치우쳐져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은 우선적으로 국내 도서든 해외 도서든, 책 읽는 문화에 대해 환기하는 것이다. 필요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버려지는 시대. 그는 특히 소설의 필요성에 대한 물음에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듯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교과서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이야기하는 교과서적 답안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답안이며, 갖추어져야 할 필수적인 답안이기도 하다. 물론 작가들이 쓰기 싫은 글을 쓸 수 없듯, 독자들에게도 읽기 싫은 책들을 단지 보이지도 않는 필요성의 잣대를 들이대 읽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대중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과 문학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문학이 가지는 당위성이 단순히 한국 문학이라는 추상적 관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 한 사람의 삶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경욱 작가 프로필> 이름 : 김경욱 (1971년 출생) 데뷔 :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 저서 : <아크로폴리스>(1995), <바그다드 카페에는 커피가 없다>(1996), <모리슨 호텔>(1997), <베티를 만나러 가다>(1999), <황금사과>(2002), <누가 커트코베인을 죽였는가>(2003), <장국영이 죽었다고?>(2005), <천년의 왕국>(2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