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0차 지리산행
2014. 07. 13 (일)
드디어 지리신령님과의 200번째 만남의 날이 마른장마의 끝자락에서 보슬비를 뿌리며 밝아온다. 나의 이 지리산행은 위암수술후 남은 체력을 시험한다며 2009. 12월 둘째 형과 중학교 졸업반의 늦둥이 아들이 함께한 지리산종주를 1차로 기록한다. 그 후 걸어 다니는 GPS 최대장의 권유로 2000. 4월부터 맑은소리산우들과 이어진 지리산행은 2012. 5월 서북지능선 영제봉에서 100회 맞았고 오늘에야 200회에 이르렀으니 총 4년 7개월이 걸렸다. 1차산행때의 그 아들놈은 대학생이 되어 군 입대를 앞두고 있으니 세월의 흐름을 실감나게 한다.
지리는 나에게 무엇인가? 왜 나는 지리에 이렇게 집착하는가? 거의 매주 지리에 들면서 자문하지만 아직은 명확히 알 수가 없다. 아니 영원한 의문으로 지리에 묻을 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지리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엄마의 넓은 품이라고 생각된다.
지리는 고대 갸야국시대부터 한국전쟁을 거치는 근대사에 이르기 까지 민족의 아픈 역사를 모두 녹여 내렸던 그 자리잡은 공간만큼이나 거대한 용광로였다. 지리에 들면 삼라만상과 인생만사의 번뇌가 씻은듯이 사라지니 그 엄청난 포용력과 용광로의 마력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들어 ≪지리에 들어 굶어 죽은 자와 자살한 사람이 없다.≫라는 최대장의 지리산론과 ≪지리에 왜 가는가? 행복하니까.≫라고 입버릇처럼 내 뺏는 동화님의 말에 더욱 공감이 간다.
오늘 200회 기념산행은 우여곡절 끝에 최대장이 얼음골로 낙점을 하고 비를 피해 산청휴게소에서 아침과 우중산행 채비를 한 후 와운마을 아래에서 내려 08:00정각에 뱀사골로 들면서 개회를 선언한다.
빗발은 약하게 흩뿌리나 쉽사리 그칠 것 같지는 않고 비속의 이른 아침인데도 간간이 산꾼들이 이어지고 넓고도 긴 뱀사골의 물길은 우렁찬 소리를 내며 한여름 속으로 질주를 한다.
09:08분에 얼음골 입구(845m)에 다다른다. 이곳의 우측은 이끼폭포로 가는 길이고 우리의 갈길은 좌측 계곡 건너편이다. 물길은 계곡 건넘을 싫은 듯이 허락하고 뚜렷한 샛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작은 마을터가 아담하게 자리하고 비교적 완만한 계곡에 온갖 형상의 폭포들이 제각기 모습을 뽐내며 줄을 지어 우릴 반긴다.
10:23분에 골갈림(1138m)에서 좌골로 진행하고 잘 생긴 표고막터(빨치산아지터?)와 정확히 1년전 비까지 내린 그날 풍도목과 사투를 벌이며 내린 중허리길이 나온다. 표고막터에서 점심을 하려다 말고 가팔라지는 오름을 좀 더 이어간다.
11:08분에 8부능선 계곡 옆 가장자리(1273m)를 찾아 오늘 오찬과 기념행사를 ?준비한다. 고르지도 넓지도 않지만 타프를 치고 기념산행 현수막도 펼치니 아주 포근한 공간이 연출된다. 오늘은 산행 특미 전복죽을 끓이고 엄선한 특급 한우고기를 풍성하게 구어 러시아산 보드카까지 더하니 오찬행사가 기념산행 답게 아주 성대하다.
14:04분에 명선북능(1539m)에 서고 나와 여성동지들만 능선을 따라 올라 명선봉거쳐 연화천에서 또 한번 현수막을 펼쳐 기념사진을 만들고는 명선북능으로 회귀하여 기다리던 일행들과 능선길을 따라 내린다.
16:05분에 와운마을 갈림길(903m)까지 아주 밋밋하고 비구름이 시야마저도 가린 지겨운 능선길을 쭉 내리고는 우측 와운마을 쪽으로 빠진다. 날씨가 조금씩 개여 오더니 16:42분에 마을에 내리서니 햇살과 함께 후덥지근한 무더위가 몰려오고, 계곡의 거센 물살로 우중산행의 흔적을 날려 보내면서 200회 지리산행을 갈무리 한다.
산우들이 마산 양덕동 중국집 신생원에서 뒤풀이 장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 독오당 당수 산나그네, 귀소본능, 춘세님이 합류해 자리를 빛내주었고, 멀리 가객, 소원, 다래님 등 여러분들의 축하 메세지가 함께 했으며, 걸쭉한 뒤풀이가 지리산행의 후일담과 어우러져 한창이나 이어졌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 무엇보다도 180회나 함께해 준 맑은소리 산우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되뇌이면서 그들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 ?또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독오당, 지리산역사포럼을 비롯한 내가 만난 지리산꾼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지리신령님의 마력이 나에게 계속 이어지길 기원해 본다.
GPS상으로 14.7키로를 이동했고, 총 8시간41분, 이동시간 6시간03분이 소요됐다. 최고고도는 명선봉으로 1586고지이다.
14-24차이고, 맑은소리 180차 산행이다. 최대장, 동화, 구름, 공주, 천사님이 동행했고, 센드빅, 수야님이 함께하며 축하해 주었다. 이동은 동화와 센드빅이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