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Your eyes 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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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
엄태웅은 말이 없는 남자라고 들었다. 미간 사이에 깊게 파인 주름과 특유의 강렬한 눈빛은
이 남자를 선량한 꽃미남 이미지보다는 금세 터질듯한 폭탄 같은 사내의 전형으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자기 홍보가 치열하다 못해 전쟁 같은 연예 비즈니스에서 언어가 의사소통의 전부였다면 그는 별 재미 없는 배우로
비쳐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툭, 하고 내뱉는 간결하지만 진지한 말투, 그리고 경박함을 경계하는 듯한
미간 사이 주름은 배우로서의 올곧은 진정성을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겨울 칼 바람 강렬함 뒤에 숨겨진
때 이른 봄 햇살 같은 그의 매력까지 목격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V의 3월, 커버스토리에 엄태웅이 낙점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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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체크 드레스 셔츠 본
재킷 라펠을 응용한 네이비 베스트, 그레이 울 팬츠 솔리드옴므
폴카 도트 스카프 폴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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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칭찬 하나 하고 넘어가자. S/S 컬렉션인지라 바람막이 두께 정도인 의상을 걸친 채 차가운 한강 바람 맞으며, 유람선 안과 밖에서 5시간 동안 진행된 화보 촬영 내내 엄태웅은 진지하고 또 진지했다. 한 컷의 오케이 사인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슛을 위해 의상을 챙겨 입는다. 카메라 세팅도 끝나지 않았는데 뷰 파인더 앞에 포즈부터 잡는다. 오, 이건 정말 알아서 척척이다. 배우로서 엄태웅의 가장 큰 미덕은 이렇듯 주어진 일에 대한 진중한 소명 의식이 아닐까? 대중적 인기보다 남녀 불문한 마니아 팬들이 더 많은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리라. 프로페셔널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 그에게 에디터, 심심한 경의를 표한다.
화이트 드레스 셔츠, 그레이 수트 팬츠 모두 솔리드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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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릴장식의 화이트 셔츠, 그레이 팬츠, 블랙 레더 빅 벨트, 아이보리 컬러의 실크 머플러 모두 커스텀 내셔널
독특한 절개로 디자인을 부각시킨 민트컬러 카디건 드레스 투 킬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기 시작해 드라마 <쾌걸 춘향>으로 가능성을 확인시킨 그의 출세작은 시청률은 물론, 수 많은 마니아를 탄생시킨 <부활>. 이 작품을 통해 엄태웅은 배우로서의 자리 매김에 성공했다.
“글쎄요.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해요. 제가 한 연기를 볼 때 부끄러운 부분도 많고요. 굳이 예전과 비교한다면 일거리 걱정 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연기를 폭 넓게 선택 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할까? (웃음) 너무 잘난 척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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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을 통해 강렬한 눈빛 연기와 특유의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팬들로부터 ‘엄포스’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 스크린 도전에 나선다. 대선배 고두심과 호흡을 맞춘 <가족의 탄생>에서는 능청스럽고 뻔뻔한 형철 역로 연기력 검증을 받은 엄태웅. 하지만 이후 브라운에 복귀해서는 뜻 밖의 악재를 만났다. 안전사고로 조기 종영된 <늑대>가 바로 그것. 여기에 이성재와 공동으로 주연을 맡아 주목을 모은 드라마 <천국 보다 낯선>도 시청률 경쟁에서 큰 빛을 발하지 못했다. 잠시 호흡을 고른 엄태웅은 <마왕>으로 안방극장 접수를 준비 중이다. ‘아직, 꾸준히 나아지고 있는 중일 뿐’이라고 밝히는 그의 머릿속에는 트렌디한 멜로 드라마 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가 가득 차 있는 듯 했다.
“국내 드라마에서는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 : 일종의 초능력으로 특정인의 소유물에 신체를 접촉시켜 소유자에 관한 정보를 읽어내는 심령적 행위를 일컫는 용어)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장르입니다. 소년 시절에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숙명적인 대결을 펼치는 두 남자가 작품의 중심을 이루게 되죠. 소재 자체가 신선한데다 주인공의 감정 표현과 심리 묘사가 때로는 굵직하게 때로는 세세하게 표현돼야 하는 만큼 캐릭터 분석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 같아요”
그의 데뷔작은 장진 감독의 <기막힌 사내들>. 의자에 앉아 대사 한마디 없는 엑스트라 역이었다. 사실, 데뷔 이후 이름을 알리기까지 꽤 긴 기간 동안 그는 엄정화의 동생이라는 든든한 배경과는 전혀(!) 무관한 길을 고집스럽게 걸었다.
"지금까지 제 나름대로 결정할 수 있는 최고이자 최선의 일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꾸준히 하면 결코 나쁜 결과가 생기지 않는다는 게 제 신념이에요.
설혹 그런 때가 닥쳐도 이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 순간마저도
배우로서의 밑거름이 되는 소중한 재산 아닐까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엄태웅이 가진 최고의 복(福)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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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래글런 점퍼, 팬츠, 머플러 모두 커스텀내셔널
화이트 슬립 온 슈즈 발리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누나만 셋이었어요. 겉보기는 이래도 좀 소심하고 내성적인데다 낯 가리는 성격을 가진 것은 이런 가정사 탓일 수도 있겠네요. 어렸을 때부터 말도 되지 않는 겉멋만 잡고 이리저리 계산하며, 복잡하게 사는 모습이 싫었습니다. 연기도 마찬가지였어요. 죽을 둥 살 둥, 정답 없는 혼자만의 고민은 소모적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에게 맡겨 진 일부터 우선적으로 하나씩 단계를 밟아나갔습니다. 머리를 굴렸으면 빠른 길도 있었겠죠. 누나(엄정화)의 도움도 그 중 하나일 수 있을 것이고. 하지만 빠른 길이 꼭 올바른 길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엄태웅 스스로가 선택해 걷는 길이야 말로 진정한 길이니까요. 비록 그 길이 멀고 험하다 해도 말입니다.
누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되물었다. 그녀의 인기와 명성이 상당한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았느냐고(사실, 톱 스타를 형제로 둔 것은 연예인으로서 꽤 괜찮은 비빌 언덕 아닌가!).
“네, 맞아요.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그런 심리적 부담이 저에게는 힘이 됐습니다. 포기 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진작부터 인기 연예인으로 주목 받아 온 누나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왔기 때문이에요. 음, 뭐랄까. 까짓 것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요(웃음). 사실, 누나가 워낙 잘 했어야 말이죠. 현실적인 도움도 컸답니다. 누나가 없었다면 남자인 제가 돈을 벌어야 했겠죠. 그랬다면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누나에게는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의 취미는 운동이란다. 요즘에는 MTB에 푹 빠졌다고.
“주말이나 스케줄 없는 날이면 산악자전거 한 대 끌고 무작정 산으로 가요.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 없이 온전히 자연과 하나가 돼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짜릿함을 만끽하는 순간이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답니다. 진정한 나만의 자유, 그 자체,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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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직한 디자인의 화이트 티셔츠 드레스 투 킬
홀터 넥 스타일의 화이트 베스트 솔리드옴므
슬림한 핏의 화이트 팬츠 본
화이트 로퍼 발리
화려한 옷이나 액세서리, 연예인들이 즐기는 숱한 명품에는 큰 관심 없다는 엄태웅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청바지에 티셔츠 한 장. 남에게 보여지는 것에 구애 받지 않는 성격 때문이란다. 무명시절을 꿋꿋하게 버티게 해 준 (그가 말한 그대로의 표현인) ‘집에서 시간 보내는 방법’에 익숙해진 만큼 홀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경우도 드물지만 말이다.
끝으로 좀 어려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배우라는 관점에서 엄태웅이라는 인물의 행보를 돌아보니 어떤 감회가 드는가?
“지금까지 제 나름대로 결정할 수 있는 최고이자 최선의 일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꾸준히 하면 결코 나쁜 결과가 생기지 않는다는 게 제 신념이에요. 설혹 그런 때가 닥쳐도 이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 순간마저도 배우로서의 밑거름이 되는 소중한 재산 아닐까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엄태웅이 가진 최고의 복(福)이니까요”
반나절 이상 그와 보낸 시간을 되짚어 보니 엄태웅은 결코 말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연기하는 사람으로서의 소신, 그리고 걸어 온 인생과 앞으로 걷게 될 인생에 대한 신념이 그의 말을 아끼게 만든 주범이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보여 줄 배우로서의 미래를 점쳐 보니 엄태웅은 잡아 먹을 듯 강렬한 안광이 전부인 배우가 아니었다. 사물을 응시하는 눈빛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다른 그에게서 때 이른 봄 기운을 느낀 것은 에디터만의 착각은 아닐 테니 말이다.
에디터 정슬기 포토그래퍼 이의범 스타일리스트 이애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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