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ajunews.com/view/20210217155720308
1. 기사 요약 및 정리
코로나 시대 K자형 경제 회복으로 부의 양극화 심화...
해결책으로 남미와 주요국을 중심으로 부유세 도입 논의 중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세계 500대 부자의 자산액은 2019년 말 대비 31% 증가한 7조6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최상위 부자들의 자산이 늘어난 것과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실업자가 증가했으며 세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코로나19 사태와 부유세 부과 논의' 이슈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야기한 경제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세계 상위 부유층의 자산액이 지난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세계적으로 세수 확보와 자산 및 소득 불평등 완화 차원에서 부유세 부과 필요성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코로나 19 시대가 장기화됨에 따라 많은 국가에서 불어난 국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방법으로서 '부유세'의 도입을 논의 중이다. 아르헨티나 의회는 일회성 부유세 부과 법안을 통과시켰다. 2억페소(약 26억원)가 넘는 재산을 보유한 1만2000여명에게 최대 자산의 5.25%의 세금을 내도록 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부유세로 3000억페소를 확보할 계획이다. 부유세로 시행착오를 겪은 유럽에서도 다시 부유세 도입 논의가 재개됐다. 영국 경제학자들이 세금정책 연구를 위해 설립한 연구기관인 부유세위원회는 "K자형 빈익빈 부익부 형태의 회복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해소 방안의 하나로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부유세위원회는 50만 파운드를 상회하는 자산을 보유한 800만명을 대상으로 매년 자산의 1%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부유세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론 머스크 등 자산가들이 소득세율이 높은 캘리포니아주를 떠난 사례가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부유세가 위헌 판결을 받아 2년 만에 폐지됐다.
2. 용어 정리
1) K자형 경제회복: 임금과 교육 수준, 인종 등에 따라 집단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회복 형태
2) 부유세: 부유한 자의 순자산에 과세하는 재산세의 하나. 부의 편재를 바로잡고 투기적 보유를 억제하려는 세제로서, 독일ㆍ북유럽 등지에서 채택하고 있다.
3) 엑소더스(exodus): 사람, 자금 따위가 어떤 지역이나 상황에서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일.
4) 세수: 국민에게서 조세(租稅)를 징수하여 얻는 정부의 수입.
3. 나의 생각
'부유세'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하면서 세계 각국 정부 재정이 악화한 데다 부의 양극화까지 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부유세가 주목을 받게 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부유세는 기존 세금과 달리, 가계의 순자산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순자산에는 부자들이 보유한 주택, 토지, 주식, 채권, 미술품, 요트 등이 모두 포함된다. 돈을 버는 수단이 된 모든 자산이 과세 대상이 되는 셈이다.
앞서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자산 평가 애로와 불필요한 비용 발생, 부유층의 국외 이탈, 조세회피 성향 강화 등을 지적하면서 부유세가 폐지됐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부유세를 폐지(사실상 폐지됨. 현재 남은 부유층에 대한 조세법은 부동산보유세(Impot sur la Fortune Immobiliere)밖에 없음) 한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등 부유세 폐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노란조끼 운동의 근본적 배경도 부유세 폐지에 있다. 프랑스는 간접세의 조세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해 서민층의 세금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시행하던 부유세를 폐지하는 것은 결국 프랑스 헌법의 기초인 서민과 부자가 골고루 잘 사는 평등 원칙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다고 느꼈을 것이고, 이로인해 '서민 홀대, 부자 중시' 정책 방향성이 프랑스 헌법 정신에 맞는지 노란조끼 운동을 통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부유세를 폐지한 것일까?
2012년 대선당시 사회당 후보였던 올랑드 전 대통령은 공약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및 중산층 보호,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연소득 100만 유로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100만 유로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75%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허나 이 정책이 위헌 판정을 받자 추징대상을 고소득자 개인에서 고액 연봉을 지급하는 기업으로 바꾸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였다. 이후에 정치적,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 해당 부유세는 거의 효력을 잃었다. 주 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의 정보를 참고하자면, 해당 부유세 제도는 정부의 재정수입을 확대하여 수지를 개선하고 부채를 줄이는 목적에 미치지 못하였으며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자본유출을 유발하여 오히려 정부 조세수입을 감소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당초 의도했던 '국민통합에의 기여‘ 보다는 조세 회피 및 저항, 편법 담합 등 사회적 분열과 논란을 유발한 것이다. 조세 회피를 위해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걷을 때는 고소득자는 외국으로 이주했고, 조세 대상을 기업으로 옮겼을 때는 기업은 고액연봉자에게 임금을 주는 것을 해당 정책이 사라진 이후로 옮기기로 하는 등 궤책을 부렸다. 이런 면에서 보면 분명 부유세는 큰 효력을 가져오지 못한 듯 하다. (게다가 부유세를 시행했을 때의 세수는 전체 세금의 0.17%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스웨덴과 독일, 남미 등에서 시행했다가 폐지된 부유세가 다시 논의 탁자에 오르는 것은 상황의 심각성과 특수성 때문이다. 각국은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유례없는 ‘돈풀기’에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방역 조치와 저소득층 지원 등 각종 정책을 위해 씀씀이마저 커지며 돈 줄을 찾아나서야 할 형편이 됐다. 미국과 유럽, 남미, 아시아 등 많은 나라가 역대 최고의 재정 적자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유동성 확대로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는 ‘K자’형 회복이 일어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세수 확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위기 때 돈을 번 이들에게 세금을 부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이다. 따라서 중남미에서 일회성 부유세를 걷게 되엇다.
양측의 입장을 고려해보아도, 나는 부유세의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엠마뉘엘 마크롱은 과세 대상에 동산(주식 등)이 포함돼 있어 국외 자본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부유층의 엑소더스를 유발한다고 비판하였고, 피가로지는 부유세 도입이 프랑스 상장기업 및 금융기업의 해외도피현상을 유발하여 프랑스 경제 성장률에 손실을 입혔다고 비판하였지만, 이는 부유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가 생긴 것은 먼저 급진적인 정책 도입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올랑드 대통령은 공약을 실현한다고 부유세를 도입하였으나, 이는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닌 급진적인 정책으로, 국내 자본의 유출은 당연한 것이었다. 더 유연하고 점진적인 정책 도입을 시행했다면 현재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두번째로, 너무나 높은 조세율을 걸었다는 점이다. 100만 유로(한화 13억 정도)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75%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정책은 고소득자의 부유세에 대한 반발심을 야기했을 것이고, 부유세 납세 자체를 꺼리게 된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부의 재분배를 위해서라도 개인의 소득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오히려 부자에 대한 역차별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소득자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부유세 실패의 큰 원인 중 하나로 본다.
역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중 최연소인, 일명 '천재 소녀'로 불리는 MIT 경제학과 교수인 에스테르 뒤플로도 같은 입장이다. 뒤플로는 “부유세는 합리적인 세제이며 결코 극단적이거나 급진적이지 않다”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부유층보다는 저소득층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나도 그녀의 입장과 같다. 나는 새로 부유세를 도입하되, 이전의 단점을 개선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유세는 자산세, 최고소득세구간 신설, 금융거래세, 상속세, 양도소득세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상정할 수 있다. 이중 프랑스에 남은 것은 자산세의 일종인 부동산보유세(Impot sur la Fortune Immobiliere)로, 이에 덧붙여 부유세 조세법을 늘려가면 될 것이다. 세율이 높을수록 부유층은 조세 회피처를 통해 세금을 탈루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과거보다는 낮은 부유세 세율을 지정하거나, 부유계층의 기준을 폭넓게 정하면 해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