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물건들이 다 그렇듯 카약도 타는 사람 저마다의 요구를 수용해서 만들다 보니 그 유형이나 종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죠.
에스키모들이 자신들이 사는 북극해 연안에서 구할 수 있는 해표의 가죽과 뼈로 카약을 만들어 썼는데 보기에는 조악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걸 타고 바다로 나가 사냥도 하고 이사도 다녔다고 합니다.
그걸 본 존 맥그리거가 산업혁명 이후인 1800년대 후반에 영국에서 구할 수 있었던 오크 나무 프레임에 마호가니와 삼나무 데크로 15피트 길이의 카약을 만들었는데 그 무게가 36kg였다지요.
이후 수십년 후 개발된 FRP(유리섬유)와 수지 등이 나오자 곧바로 카약의 재료로 쓰이면서 씨투어링 카약은 일대 전환점을 맞이했고, 또 수십년 후에는 플라스틱이 광범위하게 개발되면서 급류 카약과 레크레이션 카약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재료가 바로 특징을 만든다.
아래 표에서 현 시대에 쓰여지고 있는 카약 제조의 재료(소재)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그 재료들로 어떻게 카약을 만드냐보다는 어떤 재료들이나 다 저마다의 단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두면 적어도 어이없게 망가뜨리지 않고 오래 잘 쓸 수 있는 지혜가 될 수 있고, 그 장점들을 잘 활용해서 만든 카약들을 선택하는 함으로써 더 큰 즐거움(?)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오늘 강좌에서는 여러 소재의 장점보다는 단점에 더 주목하면서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소재 | 제조방식 | 장점 | 단점 |
폴리에틸렌 (PE) | Polyethylene 팰릿을 금형 속에 부어 넣고 가열하면서 회전시켜 녹은 플라스틱이 금형 속에서 고루 분배시킴 냉각 후 금형에서 빼내서 마무리하는 방식 | 상판과 하판이 따로 만들어지지 않고 하나로 성형되는 것이라서 공정이 단순하고 빨라서 제조 비용이 낮아 값이 싼 편이다.
가장 저렴한 하드쉘(hardshell) 소재 비교 불가의 다양성과 디자인 옵션
수 년간 유지 보수가 필요없고 어지간해선 깨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에 강함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고품질 | 다른 소재보다 무거운 편이다.
장기간 자외선 노출에 경화가 진행되며 점차 분해되므로 가능한 그늘에 보관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두는 것이 더 좋다.
열에 매우 약하며, 강하게 짓눌힘에 의해 선체에 굴곡이나 크랙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날카로운 바위나 따개비 등에 긁혀 생긴 스크래치 잔존물들이 저항을 증가시켜 속도를 저하시킨다. |
써모품 (Thermoform) | 미리 만들어 놓은 ABS 플라스틱 레이어에 아크릴 라미네이팅한 시트를 가열된 금형 위에 올려 놓고 바람 등으로 선과 모양을 생성, 절단 상판과 하판을 접착제와 테이프로 접착하는 방식 | 아크릴 라미네이팅으로 광택이 우수하다.
PE소재보다 20% 정도 비싸지만 긁힘이 덜하고 20% 정도 가볍다.
| 자외선 노출이 장기화되면 수명이 급격히 저하된다.
영하의 온도에서 강한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쉽고, 제조사의 선전과 달리 사용자가 자가 수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방수성과 접착력이 뛰어난 패치나 테이프로 응급처치 수준으로 처리할 수는 있다.)
이 소재로 만드는 업체가 적어 디자인이 다양하지 않다. |
콤포지트 (Composite) | FRP, Kevlar, Carbon 등의 합성섬유를 금형 위에 올려 놓고 수지를 발라 굳히는 방식 상판과 하판을 수지를 바른 테이프로 접착하는 방식 | 합성섬유의 소재에 따라 강도 대비 무게가 천차만별.
수지에 다양한 컬러의 안료를 혼합할 수 있어 색상을 좋게 만들 수 있음
선체가 매끄럽고 단단해서 플라스틱 소재보다 우수해서 더 빠르고 반응성과 효율성이 뛰어남
Youtube를 보고 사용자가 직접 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수리가 용이함 자외선에 대한 저항력이 좋음 | 합성섬유의 소재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만 플라스틱에 비해 훨씬 비싸다.
직접적인 충격과 압박에 심각한 균열과 함몰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마모나 스크래치 수준은 생각보다 부드러운 편이다.
수지 라미네이팅이 파손되어 내부의 합성섬유까지 물이 침투하면 건조가 거의 불가능 하므로 급속히 무게가 증가하면서 내구성까지 약화된다. |
목재 (Wood) | - 가늘고 얇은 나무 스트립을 계속 이어 접작제로붙여 만드는 스티칭&글루 방식 - 미리 절단된 합판 조각을 철사로 꿰메고 이음매를 에폭시 수지로 접착하는 DIY방식 | Kevlar 또는 Carbon 소재와 비슷할 정도로 가볍고FRP 소재의 콤포지트보다 훨씬 가벼움
특유의 나무결 무늬가 멋짐
DIY 방식은 저렴하게 만들 수 있음
자신의 손으로 만든 카약을 탄다는 만족감이 좋음 | 촘촘히 이어 붙이는 스티칭&글루 방식으로 만들다간 100시간 이상이 들 수 있다. 방수합판을 붙이는 방식은 빨리 만들 수는 있어도 성능이나 미관이 너무 떨어진다.
기본 목공공구 구입비도 만만치 않은데, 재사용 가능성이 있을까 싶다.
선체보호와 내구성을 위해 FRP와 수지를 덧바르면 그걸 어찌 목재 카약이라고...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발생하기 쉽고 침착된 곰팡이는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
폴리카보네이트 (Polycarbonate) | Lexan이라는 폴리카보네이트 시트를 진공 열성형 방식으로 제조 선체 강성을 위해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보강 | 투명하기 때문에 수면 아래 풍경도 감상할 수 있음
충격에 강하고 가벼움 (아크릴보다 30배 정도의 내충격성) | 표면에 스크래치가 생기기 시작하면 제거할 수가 없어 점점 뿌옇게 되면서 물 속 풍경 감상은 물 건너 간다.
카누 또는 개방형 레크레이션 레벨의 카약 모델에만 제한적 사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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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천 (Waterproof Sheet) | PVC, Nitrylon, Polyurethane(TPU), Hypalon 같은 다양한 방수천을 재단해서 튜브형태로 접착하는 공기주입식(Inflatable)과 알루미늄 프레임에 씌워서 사용할 수 있게 재단하는 조립식(Folding)이 있음 | 공기주입식 또는 조립식 형태의 카약으로 만들 수 있어 보관 및 운반 시 포장 크기를 작게 할 수 있음
쉽고 빠르게 수리할 수 있는 패치키트 소재에 따라 가볍고 저렴한 옵션 풍부하며 플라스틱(PE)에 견줄만큼 안정적이고 고강도 고품질 소재도 있음
조립식이 공기주입식보다 수명이 길고 성능도 우수함
| 저렴한 방수천일수록 수명이 짧다.
접착제의 경화 진행 속도가 수명을 좌우하는데 다른 소재에 비해 수명이 가장 짧다.
자외선 노출에 따른 표면 손상은 수리가 거의 불가능하고, 습기로 인해 표면의 미세 구멍에 침착된 곰팡이는 제거가 거의 불가능하다.
공기주입식은 온도에 따라 급속한 팽창과 수축이 발생하므로 공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
조립식은 공기주입식보다 분해 조립이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 |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너무 달라서인지는 몰라도 단점은 쏙 감추고 장점만을 들먹이며 선전하고 추천하기 때문에 이러한 카약의 물성을 잘 모른 채 선택하는 너무 많은 이들이 주머니를 털리고 몸과 마음까지 상하지 않나 싶습니다.
재료들의 단점을 보면 과연 오래 쓸만한 것인지, 몇 번 쓰고 폐기해야 할 수준인지 금방 나오며, 사용자에게 요구되는 관리 수준이 과연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까지 다 알 수 있습니다.
카약도 결국은 배(boat)이기 때문에 선주가 어떤 이냐에 따라 그 수명이 판가름 나게 되지만, 자신이 원하는 만큼 쓰고 폐기 또는 매각해버리는 용단을 발휘하는 카약커들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기도 합니다. ^^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법시다!
용도 | 소재 / 장점 |
급류 카약 Whitewater Kayaks | 리버러닝, 크리킹, 프리러닝 모두 폴리에틸렌(PE)이 최고(절대적)
슬라롬 경기용이나 프리스타일 카약은 카본 콤포지트(Carbon Composite)가 최고
거센 급류가 아닌 대체로 부드러운 물살 타고 여행하는 리버러닝을 즐기면서 더 안정적이고 보관과 운반 부피가 작은 것을 원한다면 방수천으로 된 공기주입식(Waterproof Inflatable)을 추천 |
씨카약 Sea Kayaks | 초보자나 거친 해안 상륙이 잦고 험하게 타는 편이라면 폴리에틸렌(PE)이 최고
가벼운 것을 원하고 얌전하게 타는 편이라면 써모폼(Thermoform)이나 목재(Wood), 콤포지트(Composite) 중에서 카본(Carbon)을 선택하면 되는데 가격이 안습!
차량을 실어주는 카페리가 다니지 않는 외딴 섬을 주로 다니고 싶다면 조립식(Waterproof Sheet+Frame)만한 것이 없음 |
레크레이션 카약 Recreational Kayaks | 바람과 파도, 물살 등으로부터 잘 방호된 유원지나 호수 해안의 제한적 공간에서 주로 사용한다면 어떤 소재로 된 카약이든 상관없다. 카약 대여점이라면 단연코 폴리에틸렌(PE) 소재를 으뜸으로 치며, 물살이 제법 흐르는 강에서는 방수천으로 된 공기주입식(Waterproof Inflatable)이 최선, 물이 정말 맑고 수중 경치가 좋은 곳에서만 탄다면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소재가 좋다. |
<이미지 출처 구글>
첫댓글 각 카약의 특성은 본인이 추구하는 투어스타일하고의
궁합을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저는 험한 투어링(홍천강 리버다운, 갯바위 씨 투어)용 PE카약
파호로 소양호 장거리 바다용 좀 가벼운 콤포짓 카약
아내와 즐기는 조립식 2인승 카약
세일링 카약 등등으로 구비가 되더군요..
등반은 열정이 있어 매시즌 새로운 장비로 투자가 이루어지는데..
카약은 열정의 크기가 딱 ~~~
그냥 있는 장비 잘 쓰자 ~~~
저는 다행이 집이 단독주택이고 반지하를 온전히 활용하여
온습도 조절하며 카약부터 등반장비, 목공장비 등을 보관하니
내구성은 걱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