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4일 한겨레 23면 기사
간토 조선인 학살 100년 사진전 여는 청년 천승환씨
서울 전시 이어 내년3월까지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에서
`본분조차 헤일 수 없는 묻엄` 전
3월부터 간토 위령비 등 찍어
"불행한 역사 기억해야 반복 막아"
" 아 몇 사람이 내 가슴속에서 죽어간느뇨 / 아 몇사람이 내 가슴속에서 재 되었나뇨 / 오 가신 님이어 내 가슴속에 조그마한 무덤을 만들고 / 길이 길이 잠드신 님이여 / (중략) 가을의 비가 오도다 가을의 바람이 불도다 / 오 봉준조차 무너진 해일 수 없는 무덤이여 "(양주동 시 ` 무덤` 조선문단 1925. 11)
100년 전 발생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알리려는 청년이 있다. 건국대 대학원 석사과정
천승환(29 )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간토 조선인학살 100주기 추모사진전 `봉분조차 헤일 수 없는 묻엄` 을 지난 16일부터 내년3월까지 일정으로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에서 열고 있다.
천씨는 지난9월23일까지 서울 성북구 문화공간이육사 에서 첫 전시를 하고 이어 군산에서 열었다. 서울에서는 공간이 크지 않아 사진 20점을 전시했는데 이번에는 사진 36점과 영상자료 등을 전시한다. 전시는 자연재해에서 제노사이드로 봉분조차 헤일 수 없는 묻엄 체험존 등으로 나누었다. 간토 학살은 문인 양주동.이태준의 작품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이번 전시에서 두 사람의 간토대지진 관련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21일 작가에게 사진전 제목이 왜 봉분조차 헤일 수 없는 묻엄 인지 전화로 물었다. " 간토 학살을 목격한 양주동 시인의 (무덤)에서 따왔어요 묻엄 은 100년 전에 무덤 대신 많이 썼던 말입니다 1923년 9월 사건이라는 시간성을 표현하고 있었어요."
역사를 전공한 학도로서 위령비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17년 부터 베트남의 전쟁희생자 위령비 일본의 군함도 중국의 고구려 유적지 등을 찾아 사진에 담았다. 그러던 중 2017년 이준익 감독의 영화 ` 박열` 을 봤는데 그 영화에 간토 조선인 학살이 15분 가량 나왔다 이를 계기로 간토 대지진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단다 3.1운동과 임정 수립 100주기를 맞은 2019년에 간토 대지진을 포함한 우리 민족의 고난 극복 역사를 주제로 전시를 했었다.
간토 대지진 100주기인 올해 3월6일 부터 5월24일 까지 79일 동안 간토 지역을 돌며 간토 학살과 관련한 위령비와 사적지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는 촬영을 하기 전에 경건한 마음으로 주위를 청소하고 두루마기 한복을 입은 채 향을 피우고 술을 올린다. 그는 " 묘비 촬영은 역사를 알린다는 당위성도 있지만 사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도 든다" 고 밝혔다.
" 일제가 우리를 비하해서 부른 표현이 일본에 대항하는 불온한 조선인 이라는 뜻의 불령선인 입니다. 수정주의 시각에서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일제 강점기의 역사르 ㄹ지우려고 하는데 그것을 자꾸 들춰내니까 일본 입장에서는 제가 불령선인 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불령선인 의 후예 이기에 우리의 안타까운 역사를 제대로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주 출신인 그는 앞으로 제주.광주.대구.부산 등 다른 도시에서도 전시회를 열고 사진 집도 내고 싶다고 했다. "100년이 됐으니 일부에서는 조용히 지나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불행한 역사를 더 잘 알고 기억해야 앞으로 100년도 이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강제징용고 독도문제 같은 사안도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박수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