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다른 책들보다도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괴로웠어요. 은유 작가님의 결항이 아니었으면 책을 다 못 읽고 참여했을 정도로 속도가 더디었어요. 책에서 묘사된 죽음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어머니의 회한이 느껴져서이기도 했지만, 이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소화할지 도통 몰라서였던 것 같아요. 학우님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습니다. 어제 우리 북클럽에서는 산재가 구조의 문제라 원청과 하청 구조가 없어지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이고, 그 구조가 바뀌려면 정치‧입법가들과 기업들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들이 쌀알만큼이라도 무서워하는 존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론이니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여 이슈를 가시화하고 주변에 알리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쪽으로 이야기가 수렴된 것 같습니다. 답답한 마음이 왜 이리 가시지 않는 걸까요.
얼마 전에 “개근거지”라는 말을 알게 됐어요. 학기 중에 체험학습을 신청하지 않고 개근하는 아이들을 얕잡아보는 말이라고 합니다. 가족끼리 여행도 못 가는 거지라는 뜻이죠. 근 몇 년 동안 일터에서 저소득층 결혼이민 여성, 한부모 가정, 탈북 가정의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사회‧경제적 계층을 이미 구별하고 차별하는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씩씩하게 지내라,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은 불합리하게 들립니다. 산재의 문제는 계층의 문제이기도 해서 밥벌이를 위해 위험을 피할 수 없는 개인이 맞이하게 되는 참사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외국인 노동자가 그 자리를 채울 테고요. 국내 산업현장에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는 열 명 중 한 명(12.3%) 정도 됩니다. 사람의 아픔과 죽음에 경중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은 가시화도 되지 못하고 더욱 금방 잊혀지죠. 개인사업자 아래서 일하는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들은 상당수 산재보험 적용이 예외여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주검이 되어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하고요.
얼마 전에는 국회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하지 않도록 하는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가사도우미가 한국인인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적용이 안 되는데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도 적용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인권침해가 초래되리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아요. 실제로 제가 호주 적십자에서 근무하면서 지원한 인신매매 피해자 중에는 가사도우미로 왔다가 고용주인 가족의 감시와 통제, 월급 착복을 경험한 분도 계셨고요. 어떤 경우는 성폭력까지 당하기도 하는데 인종차별은 그 모든 착취 행위에 공기처럼 존재하겠죠. 같은 피해자가 호주가 아닌 한국으로 가사도우미를 왔다면요? 피해자로 인정이 되지도 않았을 거예요. 같은 끔찍한 피해를 당했어도요. 수업시간에 예로 들었던 성 산업으로 인신매매된 피해자의 사례 역시 적십자에서 근무하는 동안 목격한 일이었는데 한국과 호주 내 피해자 지원의 차이가 너무 확연해 충격이었고요. 같은 피해를 입었는데 한국에 들어온 그는 피해자 보호를 받지 못하고 전과기록이 생기게 되었다더군요. 차라리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피해자 보호를 제대로 받았을텐데... 다른 나라와 한국을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산업발전의 역사나 사회‧문화가 달라 그저 비교하는 선에서 그칠 수 밖에 없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억울함을 참으며 사는 우리 국민이 마치 폭력적인 가부장 아래서 참고 사는 식솔들의 이미지로 떠올라서요. 그 가부장을 떠나 가출했다 돌아와 동굴 밖 빛에 괴로워하는 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몫으로 남고요...
첫댓글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84562.html
100만원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 논란…“노예 노동하란 거냐”
국회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니...가사노동과 외국인 노동자를 무시하겠다는 의지표명으로 들리네요.
그렇죠. 앞으로 돌봄노동의 공백을 어떻게 채울 지에 대한 정책제안이 많이 논의될텐데(이미 외국인 돌봄 노동자에게 대한 논의는 시작되었고) 값싼 노동력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서 앞선 국가들과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글을 통해 많이 공감 했습니다. 좋은 글 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경험을 통해 김용균을 알리는 일 , 이런 일이 쌀알 같은 힘이 될거라 확신 합니다
노력하면 꿈을 이룹니다. 라는 말의 불합리. 와 닿습니다. 저는 갑으로 살아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많이 힘든 적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더 어려운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함께 잘 살기 위한 노력. 이번 과제 책 읽기 만으로도 시작이라 봅니다. 위에서 말한 호주, 적십자사 등 이야기는 우리의 생각의 폭을 더 넓혀 줄겁니다. 글 또 기다릴게요^^
팬입니다~ 😆 팬 글 좋아요. 공유하신 글들의 구체적, 사실적 묘사를 보고 부러워하며 팬의 MBTI에 S와J가 있지 않으실까 추측해보았습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 구체적으로 쓸 수 있더라고요(저는N과P성향이 있어요😅).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계속 써보기로 다짐해봅니다....
달리의 이런 후기 너무 소중해요. 저는 지식도 경험도 크지 않아 그저 듣고 받아 적으며 곱씹어보려하는데, 어제 성 산업 피해자 예를 드실 때 정말 충격적이었거든요. 피해자조차 되지 못하는, 같이 피의자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 말씀해주시지 않았으면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을 차이들. 후기 정말 감사해요.
성매매특별법이 있어서 피해자임을 입증하면 성매매 피해 지원 단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기는 해요. 그놈의 "자발성"이라는 기준이 발목을 잡기는 하지만요. 우리나라는 성매매가 전면 비범죄화된 곳보다 성착취피해자가 접근할 수 있는 지원과 자원들이 좀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반성매매정책을 보면 우리 사회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용하고 통제하는지 여실히 보이죠. 특히 외국여성인 경우 원치않는 성매매를 한 경우(인신매매인 경우) 지원기관과 여성단체가 열심히 싸워야 그나마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고 대부분이 쫓겨나듯 추방당하죠......
달리가 이야기할때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라 귀를 쫑긋 세우게 됩니다 호주얘기 많이 해주세요~ 게다가 달리,목소리도 좋아요
아니 이런... 사실은 저, 말하고 이불킥하는 스타일이거든요ㅠㅠ여러 층위의 생각이 한꺼번에 모여들면 말이 정리가 안되어 횡설수설하게 되고 모두가 듣고 있다는 생각에 긴장되어서 사실은 어제도 이불킥하며 잠들었답니다.....감사합니다 여정.
개근거지..라는 표현은 학교에 퍼지는 보편적인 말인거 같지는 않고 소수의 어느 곳에서 시작된 표현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는 느낌이었어요. (대부분 선생님들이 아직 접하지 않은 표현이라 놀라시더라구요) 그런 차별의 언어, 혐오를 조장하는 언어가 아이들의 입을 통해, 교실에서 확대 재생산될까 사실 저는 늘 예민하게 촉각을 세우는 편인데..한편으로는 저 역시 그런 기울어진 시각에서 누군가를 바라보며 쉽게 아야기하고 있진 않나 돌아보게 됩니다.
달리 글 읽고 다시 한번 내가 알지 못한 세계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 눈감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